검사 출신은 기소까지, 재판은 법관 출신에게
김앤장, 삼바 회계부정 의혹부터 법률자문

굳은 얼굴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사진=연합뉴스
굳은 얼굴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 불법승계 의혹 사건을 검찰 수사 단계에서 담당하던 검찰 출신 변호사들이 대거 사임했다. 법관 출신 변호인이 다수 포함된 김앤장법률사무소(김앤장)이 주축이 돼 재판에 대비할 계획이다. 김앤장은 이 사건의 시작인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의혹부터 삼성 측에 법률 자문을 해왔다.

7일 법원에 따르면 이 부회장의 변호를 맡았던 특수통 김기동 전 부산지검장과 이동열 전 서울서부지검장, 기획통 출신의 김희관 전 광주고검장 등이 지난 4일 사임서를 제출했다. 법무법인 다전의 홍기채 변호사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출신 법무법인 엠의 김형욱 변호사도 변호인 사임계를 냈다. 구속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 단계에서 합류했던 한승 전 전주지법원장도 사임했다.

반면 김앤장 소속 변호사 10명은 계속해 사건을 맡는다. 10명 중 법관 출신 변호사가 5명으로 대다수가 서울고법이나 서울중앙지법에 근무한 경험이 있다.

수사 단계에서는 검사 출신을, 재판 단계에서는 판사 출신 변호사를 포진시켜 ‘맞춤형’ 변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앤장 소속 나머지 비전관 변호사들도 이 사건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김앤장은 삼성 부정승계 의혹을 출발점으로 볼 수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사건부터 법률 자문을 해왔다. 회계 부정 대응에서 출발한 자문 업무가 점차 증거 인멸을 포함한 형사사건으로 커졌고, 삼성물산 합병 과정으로까지 이어졌다.

이 부회장은 3년 전 국정농단 사건 변호를 업계 부동의 1위 김앤장이 아닌 삼대 로펌인 태평양에 맡겼지만, 이번에는 자연스럽게 김앤장의 도움을 받게 된 셈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정농단 사건은 삼성그룹 법무실의 추천으로 태평양이 선택을 받았지만 불법승계 사건은 오랜 기간 이 사건 자문을 한 김앤장이 맡을 수밖에 없었다”며 “김앤장 내부적으로도 국정농단 사건을 놓친 뒤 언제든 삼성 사건에 대응할 수 있는 팀을 꾸렸다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대규모 변호인단에 맞서 검찰은 이 사건 수사를 맡았던 검사들을 공소유지에 투입한다. 중간 간부 인사 이후 수사팀이 해체로 공소 유지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를 고려한 조치다. 삼성 사건을 수사한 기존 경제범죄형사부 소속 검사 8명이 모두 특별공판2팀으로 이동했으며, 대전지검으로 발령 난 이복현 부장검사도 재판에 참여할 계획이다.

한편 이 부회장의 첫 재판은 내달 22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재판장 임정엽 부장판사)는 심리로 열린다. 공판준비기일로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다. 검찰의 기소 이유와 피고인의 입장을 확인하고 검찰의 입증계획, 증인신문 및 서증조사 계획 등 향후 재판 일정을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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