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관련 법제화도 시급

이미지=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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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에 대항해 토종 OTT들이 대응에 나섰다. 지상파 방송 3사와 SK텔레콤 연합을 통해 탄생한 웨이브는 독자노선을 CJ ENM과 JTBC 연합·KT 등은 협업을 노리고 있으다. 왓챠는 우회전략을 쓰는 모습이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1월 오지리널 콘텐츠 ‘킹덤’을 통해 국내 시장에 본격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지난 2016년 넷플릭스가 처음 한국에 상륙했을 때만 해도, 방송통신업계는 넷플릭스를 크게 두려워하지 않았다. OTT에 대한 이해도가 낮았고, 무엇보다 국내 맞춤형 콘텐츠가 적어 소수의 미국 드라마 마니아들이 주로 이용하는 서비스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넷플릭스는 한국 맞춤형 콘텐츠로 국내 이용자들을 사로잡기 시작했다. 그 대표작이 킹덤이다.

넷플릭스가 한국형 오리지널 콘텐츠로 국내 시장을 장악해가는 동안 국내에도 토종 OTT가 전열을 재정비했다. 대표적으로 SK텔레콤과 국내 지상파방송 3사가 합작해 만든 웨이브, KT가 선보인 시즌 등이 새로 출범했다. CJ ENM과 JTBC도 다음달 1일 합작 OTT 티빙을 출시할 예정이다.

앱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국내 월간 활성 이용자(MAU·안드로이드 기준)는 지난달 기준 466만명으로 집계됐다. 이에 반해 국내 토종 OTT는 웨이브 271만명, 티빙 138만명, 왓챠 43만명 등이다.

토종OTT들은 각기 다른 전략으로 넷플릭스에 대응한다. 먼저 토종OTT 중 국내 1위 웨이브는 넷플릭스와의 협업보다는 독자노선을 걷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웨이브 최대 주주 SK텔레콤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가 망사용료를 놓고 소송전에 돌입한 상황에서 향후 협업도 쉽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오히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디즈니와의 협업을 자주 언급하며, 디즈니 OTT 서비스인 디즈니 플러스와의 협업 가능성이 더 큰 상황이다.

웨이브는 넷플릭스와 마찬가지로 오리지널 콘텐츠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처음으로 선보인 오리지널 콘텐츠 ‘조선로코-녹두전’의 경우 해외로 수출해 동남아 등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웨이브는 최근 오리지널 시네마틱 드라마 ‘SF8’을 선보이기도 했다. SF8은 웨이브가 투자하고 한국영화감독조합(DGK), MBC가 기획한 영화·드라마 크로스오버 프로젝트다. SF8은 신기술로 완전한 사회를 꿈꾸는 인간들의 이야기를 담은 8부작 SF 드라마로 웨이브 독점 선공개 후, 8월 중 MBC에서 방영될 예정이다.

웨이브는 또 올해 하반기 지상파 드라마 위주 오리지널 작품에서 벗어나 아이돌 리얼리티 예능, 영화-드라마 크로스오버 콘텐츠, 종편 드라마, 콘서트 등으로 투자 영역을 확대할 방침이다. 

웨이브는 해외 진출도 적극 타진하고 있다. 웨이브 관계자는 “지난해 9월 동남아 7개국에 출시한 모바일 스트리밍 서비스 ‘웨이브 고’를 시작으로 현지 교민 대상 서비스, 해외 진출 등 단계적으로 글로벌 서비스에 나설 방침”이라며 “우선은 현지 교민 서비스를 통해 데이터를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웨이브 오리지널 콘텐츠 SF8 / 자료=웨이브
웨이브 오리지널 콘텐츠 SF8 / 자료=웨이브

독자노선을 걷고 있는 웨이브와 달리 CJ ENM과 JTBC 연합은 넷플릭스와의 협업에 적극적이다. 먼저 CJ ENM은 지난해 자회사 스튜디오드래곤 지분을 넷플릭스에 매각하며 콘텐츠 동맹을 맺은바 있다. 스튜디오드래곤은 올해 1월부터 3년간 전 세계 넷플릭스 가입자들이 즐길 수 있는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나선다. 아울러 CJ ENM이 유통권을 보유한 스튜디오드래곤 제작 콘텐츠 중 일부 작품을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선보이기로 했다. 

JTBC도 CJ ENM 뒤를 이어 지난해 콘텐츠 유통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올해부터 3년간 전 세계 190개 이상 국가에 JTBC 드라마를 제공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실제로 현재 한국 넷플릭스에서 시청률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드라마 중 상당수는 CJ ENM과 JTBC가 제작한 작품이다. CJ ENM과 JTBC가 다음달 1일 선보일 합작 OTT 티빙 역시 넷플릭스와 콘텐츠 제휴를 맺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미 인기 작품 상당수가 넷플릭스에서 상영되고 있는 가운데 자체 OTT 티빙이 어떤 차별성을 보일 수 있을지는 과제다.

최근 OTT 서비스 시즌을 출범한 KT도 넷플릭스와의 제휴를 물밑에서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KT 관계자는 “자세한 내용을 밝힐 순 없지만, 기본적으로 시즌은 모든 콘텐츠 업체들에게 다 열려 있다”며 “이는 넷플릭스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우회전략을 쓰고 있는 곳도 있다. 국내 OTT 기업 가운데 유일한 스타트업인 왓챠다. 왓챠는 지난 4월 넷플릭스 콘텐츠 추천 서비스 ‘왓플릭스’를 선보였다. 

왓챠피디아(구 왓챠)는 이용자들이 콘텐츠에 대한 별점 평가를 남기면, 이를 기반으로 개인의 취향을 분석해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골라주는 서비스다. ‘한국판 넷플릭스’라고 불리는 OTT 왓챠(구 왓챠플레이)의 모태가 되는 서비스다. 왓플릭스는 4월부터 왓챠피디아의 정식 기능으로 추가돼 운영되고 있다.

왓챠 관계자는 “넷플릭스에서 콘텐츠를 보는 시간보다 무슨 콘텐츠를 볼지 고민하는 시간이 더 길어지거나, 고민만 하고 결국 콘텐츠를 보지 못하는 현상을 뜻하는 ‘넷플릭스 증후군’(Netflix Syndrome)을 해결하기 위해 이 같은 서비스를 출시하게 됐다”고 밝혔다.

특히 해당 서비스는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콘텐츠와 함께 왓챠플레이에서 볼 수 있는 작품, 넷플릭스와 왓챠플레이 모두에서 볼 수 있는 작품도 추천된다. 넷플릭스를 우회적으로 이용해 넷플릭스 이용자들을 자사 플랫폼으로 끌어들이는 전략인 셈이다.

토종 OTT들이 국내 시장을 장악한 넷플릭스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펼치는 가운데, 규제 개선에 대한 목소리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국내 OTT는 법제화가 이뤄지지 못한 상태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다양한 법안이 발의됐으나 결국 문턱을 넘지 못했다. 확실한 법안이 없다보니 OTT 업체들 스스로 콘텐츠 제작에 대해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OTT업계 관계자는 “최근 청소년의 성범죄를 다룬 넷플릭스 드라마 ‘인간수업’이 사회적으로나 흥행면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는데, 이는 넷플릭스였기에 가능한 콘텐츠였다”며 “국내에서는 인간수업과 같은 콘텐츠로 투자받기가 어렵다. 관련 규제 개선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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