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인수한 쿠팡, 쇼핑 키우는 네이버···막 오른 커머스 대전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네이버는 쿠팡을, 쿠팡은 네이버를 닮아가고 있다. 네이버는 국내 1위 이커머스 매출액을 기록하고 있는 쿠팡을 따라 쇼핑 키우기에 나섰고, 쿠팡은 해외 OTT업체를 인수하며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사업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IT업계 대표인 포털사와 유통업계 대표인 이커머스 간 경계가 흐려지고 있는 모습이다. 

블룸버그는 지난 9일(현지시간) 쿠팡이 동남아시아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인 훅(Hooq) 디지털의 소프트웨어 부문을 인수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훅은 지난 2015년 싱가포르텔레콤(Singtel)과 소니픽쳐텔레비전, 워너브라더스엔터테인먼트가 합작해 만든 회사로, 주로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서비스를 해오던 OTT 서비스다. 다만 넷플릭스 등 OTT와의 경쟁에서 밀려 지난 4월 말 서비스를 종료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쿠팡이 이전부터 회사의 롤모델로 꼽혀왔던 아마존의 선례를 따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통사업 이외의 새로운 수익원을 찾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아마존은 상품 판매 및 풀필먼트 서비스(물류 대행 서비스) 이외에도 또다른 수익 창출 모델로 아마존웹서비스(AWS)나, 훅과 같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등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갖고 있다. 쿠팡에게 적자가 계속되는 커머스 이외에 수익을 창출할만한 새로운 사업 발굴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어 오던 상황에서, 이같은 OTT 업체 인수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는 네이버 등 국내 대표 포털 업체들도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분야다. 네이버는 글로벌 라이브 엔터테인먼트 동영상 서비스인 브이라이브(V LIVE)를 갖고 있다. 네이버는 3월 공시한 분기보고서에서 회사의 전략으로 커머스 플랫폼 확대와 더불어 동영상 강화 등을 강조한 바 있다. 아울러 유료 멤버십인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을 통해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인 바이브 이용도 독려하고 있다. 

쿠팡이 이처럼 IT업계를 넘보고 있는만큼, 네이버 역시 커머스 영역에 적극 진출하고 있다. 입점 판매자와 브랜드 역시 급등하고 있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의 매월 신규 업체수는 올해 4월 기준 3만5000개로 2년 전인 2018년 월평균인 1만5000개보다 2배 이상 늘었다. 스마트스토어 이외에도 네이버는 현재 구찌 등이 입점한 브랜드스토어 입점 브랜드를 200개까지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커머스 관련 매출액도 증가했다. 지난 1분기 네이버의 비즈니스플랫폼(일반검색, 쇼핑검색 포함) 매출액은 7497억원으로 전년(6693억원) 대비 12% 증가했다. 

네이버는 CJ대한통운과 손잡았을 뿐 아니라 두손컴퍼니, 위킵과 같은 물류 스타트업에도 투자하는 등 단순 쇼핑 플랫폼 제공뿐만 아니라 쿠팡이 강점을 보이는 배송 서비스에도 공들이고 있다. 최근 두손컴퍼니는 자사 풀필먼트 서비스인 ‘품고’를 이용하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온라인 셀러들을 대상으로 당일배송(오전 9시 주문, 오후 9시 도착)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로써 네이버는 CJ대한통운을 통해 익일배송을, 두손컴퍼니를 통해 당일배송을 선보이게 됐다. 물류센터를 짓지 않고도 현재 쿠팡이 하고 있는 대표적인 당일·익일배송 서비스를 구현하게 된 것이다. 국내 커머스 주도권을 쥐려는 네이버의 야심이 비친다. 

관건은 얼마나 많은 수의 네이버 판매자들이 CJ대한통운, 두손컴퍼니의 풀필먼트 서비스를 이용하느냐다. 쿠팡은 이미 500만개의 직매입 상품을 로켓배송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쿠팡 입점 판매자들의 제품까지 로켓배송하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당일·익일배송 가능 제품 볼륨이 이미 갖춰진 쿠팡과 경쟁하려면, 네이버 역시 더 많은 판매자들을 풀필먼트 서비스 위에 태워야 하는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통과 IT업계 간 경계가 사라진 지 오래”라면서 “모바일로 콘텐츠 이용과 쇼핑 트렌드가 넘어오면서 이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유통업체의 IT기업화가 필수적이다. 기존 유통 대기업들의 인력 채용만 봐도 이런 경향이 짙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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