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수출 비중 압도적 1위…실효성 높은 정책 내놔야
전 세계적으로 케이팝(K-POP)이 큰 인기를 얻고 있지만, 콘텐츠 분야 수출 1위는 여전히 게임이다. 그동안 정부와 국회는 게임 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게임이야말로 수출 역군이라고 치켜세워왔다. 하지만 정작 게임사들이 체감할만한 진흥책은 거의 없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진흥은 기대하지 않으니 훼방만 놓지 말아 달라”는 비판도 나온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최근 ‘2019년 하반기 및 연간 콘텐츠산업 동향분석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게임산업 수출액은 69억8183만 달러(약 8조3132억원)로 콘텐츠 산업 전체 수출액의 67.2%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보고서는 콘텐츠산업 11개 장르의 지난해 주요 동향을 분석했고 사업체 2500개사 대상 실태조사 결과 및 122개 상장사 자료 분석을 통해 매출·수출 등 주요 산업규모를 추정했다.
국내 게임산업 수출액은 2001년 1억3047만달러(한화 약 1500억원)에 불과했다. 이후 18년 만에 수출액이 약 55배나 증가한 셈이다. 게임 콘텐츠는 거의 매년 콘텐츠 산업 전체 수출 규모의 70%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정부에서는 수출 역군이라며 게임 콘텐츠의 중요성을 계속해서 강조해 왔다.
그러나 국내 게임산업은 산업 발전과 더불어 규제와의 전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게임산업의 경우, 정부 도움 없이 성장한 몇 안되는 산업이라고 강조한다. 정부는 그동안 여러 이유를 내세우며 게임규제 강도를 점차 높여 왔다.
2010년 청소년 관련 업무가 보건복지부에서 여성가족부로 이관되면서 다양한 규제 정책들이 제기됐다. 여가부는 ‘강제적 셧다운제’라는 강력한 법안을 내놨다. 강제적 셧다운제는 16세 미만 청소년 심야시간 게임이용을 차단하는 제도로 지난 2011년 4월 청소년법 개정안에 포함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여기에 2012년 문화체육관광부 ‘게임시간 선택제’까지 시행되며, 업계는 현재 중복 규제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게임시간 선택제는 만 18세 미만 청소년 게임접속시간을 본인이나 부모 요청에 의해 제한하는 ‘선택적 셧다운제’다.
지난 2013년에는 손인춘 전 의원이 ‘인터넷게임중독 치유지원에 관한 법률안’과 ‘인터넷게임중독 예방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으며, 2014년에는 신의진 전 의원이 중독 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4대 중독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이 법안은 게임을 술, 마약, 도박과 같은 4대 중독유발물질로 규정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세 법안 모두 본회의를 통과하진 못했지만 게임업계에 큰 충격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최근에는 ‘확률형 아이템’이 뭇매를 맞고 있다. 정부는 현재 게임법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2월 공개된 초안에서는 그동안 자율 규제였던 확률형 아이템 확률 표시를 의무화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진흥을 기대했던 게임업계의 기대는 또다시 무너졌다.
앞서 게임업계는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게임 산업 진흥에 대해 기대를 품은바 있다. 그러나 3년이 지난 지금, 게임사들이 느끼는 체감은 사실상 거의 없는 수준이다. 한 대형게임사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장남인 문준용씨가 게임 개발에 참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게임산업 진흥을 기대한 게임사 직원들이 많았다”며 “그러나 3년이 지난 지금, 변한 것은 사실상 없다. 그나마 이전 정부와 달리 적극적으로 규제하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기고 있다”고 밝혔다.
다수의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게임이 수혜를 입고 있다는 시선도 불편해하고 있다. 일부 대형 게임사들의 게임이 성공한 것이 마치 산업 전체가 잘되고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는 이유에서다. 한 중소 게임사 관계자는 “몇 안되는 대형 게임사 매출이 전체 게임산업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며 “최근 몇 년간 많은 중소 개발사들이 사라졌다. 이번 코로나 사태로 더욱 힘든 나날을 보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실효성있는 대첵을 내놔야한다고 강조한다. 진흥이 어렵다면 적어도 현재 있는 규제라도 완화해나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아이들과 사회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이상한 규제가 많다. 게임에 국한된 게임법을 만들게 아니라 상위법에 게임의 특수성을 반영하는 것이 더 낫다”며 “국민 대다수가 게임을 즐기는 상황속에서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지금 가장 필요한 진흥책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그는 “게임산업을 유튜브 등 OTT에 적용하는 규제 수준으로만 풀어도 상당히 자유로워질 것으로 생각한다”며 “게임에 등급을 강제로 매기는 것 자체가 국민들을 우습게 보는 것 아닌가 싶다. 이제는 규제니 진흥이니 하는 이분법적 사고 자체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