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니지·리니지2 이어 블소에 예티 적용
엔씨소프트(이하 엔씨)가 최근 PC 온라인게임의 모바일화에 나섰다. 기존 온라인게임 인기가 식어가는 상황에서 모바일 시장 개척을 통한 돌파구 마련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엔씨는 최근 PC 온라인게임 ‘블레이드앤소울’ 신규 독립 서버 ‘프론티어 월드’를 개시했다. 프론티어 월드는 그래픽이 개선됐고 자동 사냥과 모바일 스트리밍 서비스 ‘예티)’ 등이 적용된 것이 특징이다.
특히 기존 원작 스킬들이 대거 간소화됐으며, 내력 회복 역시 평타가 아닌 물약으로 대체됐다. 아울러 블소만의 특징이었던 저항기, 합격기 등이 상당수 없어졌다. 사실상 모바일게임처럼 변한 것이다.
엔씨의 PC 온라인게임 모바일화 실험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엔씨는 지난해 3월 ‘리니지’ 그래픽 리마스터 업데이트와 함께 자동 사냥을 도입했다. 아울러 예티 역시 처음으로 도입한 바 있다.
예티는 모바일 앱으로, 계정을 연동할 경우 실시간으로 PC 온라인게임 캐릭터의 플레이 상태를 확인할 수 있으며 직접 조작도 가능하다. 온라인게임을 모바일게임처럼 만들어주는 셈이다. 이후 엔씨는 ‘리니지2’에도 예티를 적용했다. 이번 블소 프론티어의 예티 적용을 통해 총 3종 게임에 대한 적용을 완료했다.
엔씨가 PC 온라인게임의 모바일화에 나서는 근본적인 이유는 최근 온라인게임의 인기가 예전 같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역할분담게임(RPG) 장르의 점유율이 크게 떨어진 상황이다. PC방 정보 제공업체 게임트릭스에 따르면 8일 기준 AOS 장르인 ‘리그오브레전드’의 점유율은 47.23%로 나타났다. 반면 RPG 장르 중 PC방 점유율이 가장 높은 ‘메이플스토리’ 점유율은 3.89%에 불과했다.
RPG 기피 현상은 점점 더 심해지고 있는 추세다. 특히 차세대 주류 소비층으로 떠오른 Z세대들의 경우, 게임을 하는 것보다 보는 것을 더 선호한다.
다만 인기가 식어가는 PC RPG와 달리 모바일 시장에서는 여전히 RPG 장르가 강세다. 최근 출시된 엔씨의 ‘리니지2M’을 비롯해 ‘리니지M’이 나란히 1,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엔씨 입장에서는 인기가 식어가는 기존 PC RPG를 살리기 위해 모바일화라는 새로운 도전이 필요했을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해 예티가 적용된 리니지와 리니지2의 경우 지난해 매출이 전년도 매출을 뛰어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지난해 기준 예티가 아직 적용되지 않았던 ‘아이온’ ‘길드워2’와 ‘블레이드앤소울’의 매출은 전년보다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이런 변화를 모든 이용자가 마냥 반기는 것은 아니다. 특히 이번 블소 프론티어의 경우 기존 사용자들의 반발이 상당히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예티가 먼저 적용됐던 리니지와 리니지2의 경우 액션성을 강조한 게임이 아닌 반면, 블소는 액션성을 특징으로 내세우는 게임이다. 정교한 컨트롤이 중요한 게임에 자동 사냥을 적용하다 보니, 기존 사용자 입장에서는 이를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블소 프론티어 출시와 관련해 대다수 이용자는 그래픽만 업그레이드된 블소를 기대했으나, 게임 자체가 모바일게임처럼 바뀐 것으로 보고 상당수가 게임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블소 이용자는 “모바일게임을 하는 건지 PC 게임을 하는 건지 구분이 잘 되지 않는다”며 “블소는 콤보를 통한 ‘손맛’이 중요한 게임이다. 이런 게임을 모바일게임처럼 만든 의도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엔씨측은 "프론티어 월드는 기존 블소에서 독립된 새로운 월드로, 다양한 이용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재해석한 콘텐츠와 더불어 자동사냥, 예티 등 새로운 시스템을 적용했다"며 "이번 출시로 프론티어 월드의 여러 계획 중 일부가 공개됐으며, 추후 지속적으로 이용자들의 피드백을 면밀히 살펴 업그레이드 해 나갈 예정이다"고 밝혔다.
엔씨는 PC 게임의 모바일화와 함께 모바일게임의 PC 크로스 플레이도 지원하고 있다. 리니지2M의 경우 일종의 앱플레이어인 ‘퍼플’을 통해 PC에서도 플레이가 가능하도록 했다. 모바일과 PC의 경계를 없애고 있는 셈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모바일게임이 대세가 되면서, 이제 ‘자동 사냥’은 필수 시스템으로 자리를 잡았다”며 “과거 PC 게임에서 자동 사냥은 금기시되었지만, 이제는 자동 사냥에 적응해 버린 유저들의 요구가 많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리니지와 같은 단순 반복 플레이 게임의 경우 자동 사냥을 적용해도 큰 반발이 없다. 그러나 액션성을 강조하는 게임에 자동 사냥을 도입한 것은 일종의 모험”이라며 “엔씨는 이번 블소 프론티어를 통해 많은 피드백을 받게 될 것이다. 향후 이번 피드백을 통해 보완된 시스템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