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채 3개월물-10년물 역전···2년물과는 아직 역전되지 않아
코로나19에 경기 부진 우려 투영된 영향···미 연준 움직임 주목해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산이 증시 변동성을 높이고 있는 가운데 미국채의 장단기 금리 마저 역전 가능성을 높이고 있어 주목된다. 미국의 장단기 금리 역전은 통상 글로벌 경기 침체의 전조 현상으로 읽혀 투자심리를 더욱 위축시킬 수 있는 까닭이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26일(이하 현지 시간) 장중 연 1.31%를 기록했다. 이는 올해 1월 1일 1.921% 대비 61.1bp(bp=0.01%포인트) 내린 것으로 2016년 7월 기록한 역대 최저치(1.321%)를 넘어섰다. 30년물 금리 역시 1.798%를 나타내면서 역대 최저치 기록을 전날에 이어 경신했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가파르게 내리면서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같은 시각 미국 국채 3개월물 금리는 1.518%로 이미 미국 국채 10년물 보다 높아진 상태다. 다만 금융시장에서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장단기 금리인 10년물 금리와 1.145% 수준인 2년물 금리는 아직 역전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10년물 금리가 지금과 같은 추세로 하락 할 경우 금리 역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동안 미국 국채의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일어나면 글로벌 금융시장이 크게 출렁이는 모습을 보여왔다. 시장에서 미국 국채 장단기 금리 역전을 경기 침체의 전조 현상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유진투자증권이 지난해 4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은 1970년대 이후 6차례 경제 침체 국면이 발생했는데 이 모두 장단기 금리 역전이 나타난 뒤였다.
일반적으로 채권은 기간 리스크에 따라 단기 금리보다 장기 금리가 높다. 하지만 시장 참여자들이 경기가 좋지 않다고 판단하고 장기채를 매수하는 경향이 짙어지면 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한다. 앞으로 경기가 나빠질 것으로 예상해 오랫동안 안전자산에 투자하고자 하는 수요가 증가한 것이다. 장단기 금리 역전이 곧바로 경기침체를 의미하지 않지만 그만큼 경기를 부정적으로 보는 심리가 강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하면서 글로벌 경기 침체에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4일 블룸버그가 글로벌 투자은행(IB)과 경제연구소 등 36곳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평균 2.9% 성장률로, 지난달 전망치(3.1%)보다 0.2%포인트 하락했다. 심지어 영국의 경제 분석기관인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지난 19일에 낸 보고서에서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크게 유행하는 전염병으로 번지면 올해 상반기에는 세계 경제의 성장률이 거의 ‘제로’(0)에 수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미국 국채의 장단기 금리 마저 역전된다면 글로벌 증시 변동성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홍춘욱 EAR리서치 대표는 “코로나19로 증시 변동성이 높아진 상태에서 2년물과 10년물 금리의 역전 현상이 발생된다면 시장에 더 큰 충격이 올 수 있다”며 “관건은 미국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경우 단기물의 금리가 내려가 역전 현상이 나오지 않게 되고 통화 완화적 정책에 따라 증시에 긍정적인 신호를 줄 수 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