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기관차 성장 한계 분명...전기차 가격경쟁력 확보해야

그래픽=시사비즈

고속 기어를 넣고 질주하던 중국 경제가 저단 변속했다. 중국 경제는 과거 연 10% 내외 고속성장 시대를 지나 연 7~8% 안팎의 중고속 성장 시대에 진입하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이 같은 변화를 가리켜 새로운 상태 즉, ‘신창타이(新常態)’라고 일컫는다.

 

신창타이 시대, 중국 자동차 시장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기술력에서 한참 밀린다던 중국 현지 자동차기업은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정부는 심각한 대기오염을 타개하기 위해 전기차 부양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대·기아차가 중국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변화를 선도하는 퍼스트 펭귄(first penguin)’이 돼야 한다고 진단한다.

 

한류 없는 중국 자동차 시장

 

중국 자동차시장에 한류는 없다. 중국 자동차 수요는 하루가 다르게 커가고 있지만, 유독 현대·기아차 판매량은 바닥을 긴다. 지난 연말 판매량이 상승하며 반전의 기틀을 마련했지만 연초 판매량이 다시 떨어졌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1월 중국에서 모두 124495대를 팔아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21.9% 역성장했다. 현대차 감소폭이 컸다. 지난해 1월과 비교해 현대차 판매량은 27.2% 감소했으며 기아차 판매량은 12.2% 줄었다.

 

같은 기간 중국 전체 자동차시장 규모는 늘었다. 중국은 1월 전체 자동차 판매량은 지난해 1월보다 7.7% 증가했다. 1월 토요타, 혼다, GM 등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55.2%, 44.2%, 30.8% 늘었다.

 

하락세는 2월 더 가팔라졌다. 현대차는 지난 2월 중국 시장에서 53226대를 파는데 그쳤다. 작년 2월과 비교해 28.1%, 올해 1월에 비해서는 29.3% 급감한 수치다. 기아차의 중국 판매량은 41009대로 1월의 49259대 보다 16.7% 감소했다. 지난해 2월과 비교하면 9.9% 줄었다.

 

커지는 주주 우려에 현대차 일시적 부진일 뿐

 

업계에서는 현대·기아차의 부진이 예고된 결과라고 말한다. 지난 현대·기아차는 연말 성수기를 맞아 실적 향상을 위해 딜러 인센티브를 늘렸다. 대신 물량을 많이 받아가게끔 했다. 딜러들이 인센티브를 받기 위해 물량을 늘려 받았지만, 그만큼 판매하진 못했고 결국 재고가 쌓였다. 이 탓에 딜러들은 연초들어 더 이상의 물량을 받지 않고 있다.

 

중국에 거주하는 업계 관계자는 중국과 한국의 딜러 영업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현대·기아차가 한국에서는 철저한 갑의 위치에 있다. 이 때문에 각 대리점에 일명 밀어내기를 할 수 있다. 쌓인 재고와 상관없이 일단 물량을 받아가는 영업방식이 관행적으로 이뤄진다고 했다.

 

그는 중국은 다르다. 현대·기아차는 중국 현지기업과 합작회사로 존재하기 때문에, 판매법인이 따로 없다. 때문에 딜러들에게 일방적으로 물량을 받아가라고 강요할 수 없는 것이다. 인센티브 등 당근을 늘리는 방법이 있지만 효과는 일시적이다. 안 팔리면 물량을 안 받겠다는 게 중국 딜러들의 태도라고 밝혔다.

 

현대·기아차는 일시적 부진이라고 선을 긋는다. 신차 효과가 본격화되면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지난달 신형 아반떼가 투입됐고 신형 베르나를 생산할 현대차 중국4공장은 하반기 완공을 앞두고 있다.

 

현대차 경영진도 중국발 악몽이 재현할 수 있다는 주주들의 우려가 일자 사태 진화에 나섰다. 정진행 현대차 사장은 지난 9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주재한 주요 투자기업 간담회에 참석해 "중국 시장 수요가 늘어나는 등 점차 나아지고 있다"“(중국 시장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판매 목표 달성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 본다고 밝혔다.

 

친환경차 시장 쫓지 말고 선도해야

 

중국 정부는 적극적인 자동차 부양정책을 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기차하향(汽車下鄕) 등 자동차소비지원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기차하향은 중국 정부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농민을 대상으로 1.3이하 미형밴 및 경트럭 구매 시 보조금을 지급한 정책을 말한다.

 

중앙정부와 별개로 광동성, 하이난성, 푸젠성, 귀저우성, 후베이성 등의 지방정부도 자동차 소비 활성화 정책을 준비 중이다. 이 같은 정책이 실시되면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외산 브랜드도 어느 정도 수혜를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원 대상이 소득수준이 낮은 내륙 중소성에 집중됐다. 현대·기아차보다 가격이 낮은 중국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더 큰 이득을 누릴 수 있다.

 

전문가들은 현대·기아차의 기존 SUV 및 신차 라인업만으로는 중국발 위기를 타개하기 어렵다고 진단한다. 현대·기아차가 투싼 및 스포티지 등을 앞세워 중국시장을 공략하고 있지만, 일본 및 독일 브랜드와의 경쟁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가격경쟁력은 중국 현지기업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중국이 추진 중인 미래차 부응책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국무원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지난달 24일 상무회의에서 신에너지차 및 지능형차 개발 장려책을 확정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정책의 숨은 목적은 중국 정부가 자국 업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 말한다. 중국 기업의 내연기관 기술 경쟁력이 다소 낮다는 것을 인정한 중국 정부가, 기준 형성 이전인 전기차 경쟁력을 강화하려 한다는 주장이다.

 

결국 현대·기아차가 중국시장에서 성장하기 위해서는 내연기관이 아닌 신에너지차에 배팅해야한다는 전망이 나온다. 장기적으로 현대·기아차 친환경차 라인업인 아이오닉과 니로 판매량이 투싼과 스포티지 영역을 대체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현대모비스 등 계열사와 함께 친환경차 파워트레인 연구개발(R&D) 협업을 진행, 현지 기업에 버금가는 가격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 친환경차 기술분야에서 경쟁 업체들을 선도하는 퍼스트 펭귄이 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중국시장에서 SUV만으로 한 회사 미래를 걸기에는 경쟁이 너무 격화돼 있다. 여기에 현대·기아차 판매량이 떨어진 데는 신차 출시 시점이 다소 늦은 것도 있다. 현대·기아차가 나름의 로드맵을 그리고 있지만 내연기관 시장에서는 분명 한계가 있다는 것이라 밝혔다.

 

그는 이어 중국 정부가 친환경차 시장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하이브리드차보다는 전기차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현대·기아차의 현 기술수준으로는 관련 시장을 선도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이 시장을 포기한다면 미래는 없다. 중국시장에 동반 진출해 있는 관계사들과 협업을 통해 친환경 기술의 가격경쟁력을 확보한다면 큰 반전도 노려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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