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이탈 우려 … 하반기 실적 개선 전망은 유효

SK하이닉스가 중국의 대규모 반도체 공장 설립 추진 소식에 하락마감했다.


​14일 SK하이닉스는 전거래일 대비 1.14%(350원) 하락한 3만3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주가 하락 폭은 크지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외국인 순매수세가 잦아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날 잠정치를 기준으로 외국인은 SK하이닉스를 26만주 순매수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업황부진에도 외국인의 순매수가 집중된 종목이다. 외국인은 3월 1일 이후 지난 11일까지 SK하이닉스에서만 475만6065주를 순매수했다. 지난 3월 7일 하루에만 150만주를 사들였고 전거래일인 지난 11일에는 78만주를 순매수했다.  

 

시장에서는 외국인 순매수 축소를 두 가지 시각에서 풀이하고 있다. 우선 거시적으로 외국인들의 포지션 변경이 시작됐다는 해석이다. 지난주 옵션만기일을 기점으로 차익실현에 나서고 있다고 한다.

 

이날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순매수를 기록했으나 규모는 812억원으로 전거래일 대비 660억 가량 줄었다. 선물은 4324억원 매도 우위였다. 프로그램 매매도 이날 코스피는 매도우위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 2월 4일 이후 처음이다.

 

외국인은 우리 증시에서 설날 연휴 다음주인 지난달 16일 이후 순매수세를 보였다. 지난 2월 16일 이후 외국인이 순매도를 기록한 날은 5일 뿐이다. 같은 기간 외국인 순매수수 총액은 2조7000억원 근접했다. 외국인 순매수에 힘입어 코스피도 연중최고치를 새로 썼다.

최근 한달간 코스피 외국인 매매동향 / 그래프=시사비즈 작성

최근 원달러 환율이 원화 강세로 전환한 점도 외국인 이탈을 뒷받침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25일 달러당 1241원을 기록한 이후 최근 1180원대까지 떨어졌다. 국내 증시 투자를 통한 자본이득이 없더라도 환차익을 얻을 수 있는 상황이다.

 

외국인 순매수가 잦아들 경우 SK하이닉스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3월 들어 순매수에 집중하고 있는 외국인과 달리 기관은 3월 4일부터 이날까지 6거래일 연속으로 순매도 중이다. 

 

이날 시장에 알려진 중국의 대규모 반도체 공장 합작 설립 소식도 SK하이닉스의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이날 중국 현지 언론들은  반도체 설계업체 시노 킹 테크놀로지(Sino King Technology)가 최근 허페이시 정부와 반도체 공장 설립 계약을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시노 킹 테크놀로지는 사카모토 유키오(坂本幸雄) 전 일본 엘피다 사장이 설립한 반도체 설계업체다. 이번 계약에는 중국이 자금을 조달하고 일본이 칩 설계, 대만이 양산기술과 공장운영을 맡을 예정이다.  프로젝트 규모는 약8조3000억원이다.

 

중국의 대규모 반도체 설립 계획은 SK하이닉스의 주가에 좋지 않은 소식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아직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 반도체 공장 설립이 당장 진행되더라도 제품 양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해서다. 삼성전자가 중국 시안에 설립한 반도체 공장도 2012년 9월 기공식을 가진 뒤 제품양산은 2014년 5월에야 시작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시노 킹 테크놀로지 역시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단순 경쟁에는 경쟁력이 없다고 보고 저전력 반도체 등 차세대 제품에 집중할 전망"이라며 "SK하이닉스도 신규진입자의 위협보다는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떨어지는 D램을 대신할 수익원 확보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 이천 공장 / 사진=뉴시스

 

 

SK하이닉스는 최근 반도체 업황 하락으로 매출액 감소가 확실시되고 있다. 1분기 증권사 실적전망치(컨센서스)는 3조9800억원, 영업이익은 7000억원 수준이다. 연간 매출액도 2014년 수준 아래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유력하다.

 

다만 부정적인 1분기 실적에도 SK하이닉스 주가는 견고하게 3만원대 내외를 유지했다. 반도체 업종의 계절적 비수기인 1분기 실적하락은 이미 주가에 반영됐고 하반기 실적은 기대감을 갖기 충분해서다. 올해 하반기에는 8월 5일부터 올림픽이 예정돼 있고 IT제품 수급 불균형도 완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세철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하반기에는 계절적 성수기 및 공급 둔화로 공급과잉이 완화될 것으로 판단돼 실적이 회복될 것"이라며 "실제로 최근 주요 DRAM 업체들이 무리한 투자를 자제하고 있어, 하반기 공급량 둔화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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