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주체·기관투자자 협력 원칙' 빠져

 

금융위원회가 밝힌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 초안의 실효성이 부족한 것으로 평가됐다. 점검주체를 당국으로 정하지 않았고 기관투자자 협력 원칙도 제외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과 기업지배구조원 등으로 구성된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 제정 TF(태스크포스)는 '기관투자자의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안)'을 지난 2일 밝혔다. 코드 도입의 목적은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일반 투자자의 이익 보호다.

세부원칙은 ▲수탁자 책임 정책 제정·공개 ▲이해상충 방지정책 제정·공개 ▲투자대상회사에 대한 지속적 점검·감시 ▲수탁자 책임 활동 수행에 관한 내부지침 마련 ▲의결권 정책 제정·공개, 의결권 행사내역과 그 사유 공개 ▲의결권 행사, 수탁자 책임 이행 활동의 보고·공개 ▲수탁자 책임의 효과적 이행을 위한 역량·전문성 확보 등이다.

그러나 스튜어드십코드 초안은 점검주체를 당국으로 정하지 않았고 기관투자자 협력 원칙도 제외했다. 전문가들은 이 두가지 핵심 요소가 빠져 실효성이 없다고 평가했다.

우선 전문가들은 금융당국을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의 점검 주체로 확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는 자율적 도입(apply or explain)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김호준 대신 경제연구소 실장은 "한국형 스큐어드십 코드는 연성 규범으로 자율적 도입이 가능하기에 실효성 담보가 중요하다"며 "금융당국이 제정과 이행 점검의 주체가 돼야 실효성이 확보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현재 스튜어드십 코드 초안에는 당국이 제정과 이행점검 주체가 돼야 한다는 점이 빠졌다"며 "거래소나 협회가 주체가 되면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윤모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도 "일본은 당국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의 점검 주체가 돼 도입 1년반 만에 활성화 시켰다"고 말했다.

일본의 스튜어드십 코드 점검 주체는 금융당국인 금융청이다. 코드 도입을 수용하기로 한 기관투자자는 제정 1년6개월만에 197개에 이른다

국민연금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과 이행 여부를 운용사 선정 기준으로 삼아야 실효성이 높아진다는 주장이다.

김호준 실장은 "코드 도입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국민연금이 코드 도입과 이행 여부를 운용사 선정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며 "이를 위해 국민연금 상위 기관인 보건복지부와 금융위가 협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금융위 관계자는 "스튜어드십 코드는 자율 규범이기에 금융당국을 점검 주체로 할 수 없다"며 "국민연금의 역할에 대해 보건복지부와 논의를 아직 시작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 초안, 기관투자자 협력 원칙 '제외'

전문가들은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 초안에서 기관투자자 협력 원칙이 빠진 점도 지적했다.

김우찬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연초에 건네 받은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 안에는 기관투자자 협력 원칙이 있었지만 최종안에서 갑자기 빠졌다"며 "초안에는 '기관투자자는 필요한 경우 대화와 관여의 효과를 높일 수 있도록 다른 투자자들과 적극적인 협력을 고려해야 한다'는 부분이 포함됐었다"고 밝혔다.

김우찬 교수는 "기관투자자가 연대하면 지분이 커져 영향력이 높아진다. 기관투자자끼리 논의의 장도 마련된다"며 "이런 점에서 코드는 기관투자자 연대 원칙을 포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금융위가 기관투자자 협력을 위한 법적 위험 요인을 없애야 한다고도 밝혔다.

그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나와 있는 주식등에 대한 공동보유자 정의가 너무 포괄적이다. 즉 합의나 계약의 지속성이 그 요건으로 해당되지 않았다"며 "이는 기관투자자들의 적극적인 협력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기관투자자들이 협의체를 통해 논의 후 같은 방향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면 공동보유자로 간주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기관투자자들이 개별 지분으로 대량보유 보고를 하면 형사 처벌, 의결권 제한 등 제재를 받는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41조에서 공동보유자는 '본인과 합의나 계약 등에 따라 의결권(의결권 행사를 지시할 수 있는 권한을 포함한다)을 공동으로 행사하는 행위를 할 것을 합의한 자'로 정의됐다.

반면 2009년 영국 금융당국 FSA(Financial Service Authority)는 기관투자자들이 협의체를 통해 논의와 의결권 행사를 하더라도 공동 보유자로 간주하지 않음을 명확히 밝혔다. 지속성 있는 계약 존재를 요건으로 했다.

김 교수는 "금융위도 FSA와 유사한 유권해석을 내 놓거나 시행령의 해당조항을 개정해 법률적 리스크를 없애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도 "기관투자자들이 협의체를 통해 나설 경우 공동보유자로 간주돼 행동에 제약을 받을 수 있다"며 "금융위가 자본시장법령의 관련 조항을 명확하게 개정해야 한다. 비조치의견서, 가이드라인 제시 형태로 법률적 불확실성도 제거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금융위 관계자는 "5%룰의 예외를 인정해주면 5%룰이 형해화 될 것"이라고 밝혔다.

5% 룰(주식 등의 대량보유 등의 보고)은 본인과 특별관계자의 주식 소유 합이 총수의 5% 이상이면 그날부터 5일 이내에 보유상황·목적·주식 등에 관한 주요 계약내용을 금융위와 거래소에 보고하도록 한 제도다.
 

이준영 기자 lovehope@sisa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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