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과 성능 용호상박...관건은 에스파스 출시가격


자동차를 선택할 때 고려되는 건 디자인과 실용성이다. 디자인의 정수가 스포츠카라면, 실용성의 최고봉은 다목적차량(MPV, Multi-Purpose Vehicle)이다.

MPV는 이름 그대로 여러 개의 목적을 가진 차다. 평소엔 출퇴근을 위한 승합차, 주말엔 레저를 위한 캠핑카로 쓰인다. 과거에 비해 여가 시간이 늘며 MPV 시장은 날로 커지고 있다.

국내 MPV 최강자는 기아차 카니발이다. 월간 판매량이 현대차 그랜저에 버금간다. 국산 MPV 중에선 경쟁 차종이 보이지 않는다.

기아차 카니발의 유일한 대항마로 꼽히는 모델은 르노삼성 ‘에스파스’다. 유럽 베스트셀링 모델로 성능은 검증이 끝났다. 내년 국내 출시가 예정된 가운데, 국내 MPV 왕좌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 디자인, 카니발 ‘로열티’ vs 에스파스 ‘신선함’

시판 중인 카니발은 3세대 모델이다. 2014년 6월 롱 바디 단일 차체로 출시된 이후 기아차 스테디 셀러로 자리잡았다.

지난달 6124대가 팔리며 국산차 판매량 8위를 기록했다. 기아차 K5와 쏘렌토 보다 높은 수치다

 

업계는 카니발의 장점으로 ‘MPV 다운 디자인’을 꼽는다. 각진 헤드라이트부터 좌우로 넓은 그릴에 이르는 선은 강인하다.

측면부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며 후면부는 볼륨감을 살렸다. 화려하기 보다는 웅장하고 담백한 분위기를 풍긴다.

카니발이 다부지다면 에스파스는 유려하다. 카니발이 볼륨감과 직선미를 살렸다면 에스파스는 곡선의 활용이 돋보인다.

르노삼성 에스파스는 스포티한 MPV를 표방한다. / 사진=르노삼성

 

특히 전면부와 후면부 디자인은 국내 소비자들에겐 낯설다. 차량 앞면은 르노 특유의 기하학적 그릴 디자인이 적용됐으며 헤드라이트는 각을 세웠다. 리어램프는 차체 위쪽에 위치해 스포티함을 강조했다.

업계는 에스파스의 낯선 디자인은 양날의 검이라 지적한다. 국산차와 차별화되는 디자인으로 이목을 끌 수 있지만 MPV 주수요층이 보수적인 40~50대 남성이라는 점이 약점으로 꼽힌다.

◇ 실용성, 카니발 ‘가격’ vs 에스파스 ‘연비’
 

자료=시사비즈

 

두 차의 제원을 동일선상에서 비교하기는 무리다. 차체와 배기량에서 카니발이 한 단계 더 윗급이기 때문이다.

차체를 감안하더라도 에스파스의 연비는 돋보인다. 가솔린 모델과 디젤 모델 모두 카니발의 연비를 훌쩍 뛰어넘는다.

특히 디젤 모델은 연비가 21.3km/L에 달한다. 국내 뿐 아니라 전 세계 MPV 모델 중 단연 으뜸이다.

카니발은 균형 잡힌 제원을 지녔다. 최대출력이 200hp를 넘으며 최대토크는 45kg.m으로 힘이 좋다.

11.5km/L라는 연비는 차체를 감안하면 준수하지만 에스파스보다 확연히 떨어진다.

관건은 가격이다. 카니발이 최소 2735만원에서 최대 3650만원의 가격대인 반면 에스파스는 이를 상회할 전망이다.

아직 국내 판매가격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에스파스 유럽 현지 판매가는 3만4200~4만4800유로(약 3970만~5200만원)다. 높은 연비를 앞세운 에스파스지만 가격경쟁력이 카니발보다 열세다.

국내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MPV는 가장 주목받는 차종 중 하나다. 국내 시장 역시 발전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며 “에스파스가 온다면 카니발 판매량은 출혈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MPV 시장이 점차 커지고 있어 장기적으로 두 차종 모두 동반 성장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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