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 여유자금 500조원 운용 수익률 낮아...이자 없는 한은 국고 계좌에 넣어둔 곳도

자료: 보건복지부 제출자료(2015. 5.)를 바탕으로 국회예산정책처에서 작성

정부가 연간 500조원 넘게 굴리고 있는 기금 여유 자금 운용 수익률이 형편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21일 국회 예산정책처가 펴낸 ‘기금 여유자금 운용실태 평가’ 보고서에서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을 제외한 정부 63개 기금의 여유자금 규모는 연중 운용평잔 기준으로 전년 대비 11.1% 증가한 524조원이었다. 2010년(348조원)에 비해  4년 새 50.5% 증가했다.

이 가운데 국민연금기금이 437조9000억원으로 84%를 차지했다. 국민연금기금은 작년 운용수익률이 5.25%로 63개 기금 중 가장 높았다. 국민연금기금은 모든 정부 기금 중 최고의 운용 전문성을 갖추고 있으며 위험자산 투자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반면 국민건강증진기금은 작년 수익률이 0.12%로 꼴찌였다.

기금 여유자금은 기금이 보유한 자산 중 고유사업에 활용하지 않고 채권·주식·대체 투자로 운용하는 자산을 말한다.

보고서는 “일부 기금이 상당한 규모의 여유자금을 운용수익률이 0%인 한국은행 국고계좌에 넣어두고 있어 기회비용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건강증진기금은 자산 대부분인 913억원을 한은에 맡겨놨다.

응급의료기금(169억원)과 장애인 고용촉진 및 직업재활기금(127억원)을 포함해 최소 9개 기금이 1235억 원대 자산을 한은을 통해 ‘제로 금리’로 운용하고 있다.

보고서는 “한은 국고계좌로 운용 중인 여유자금의 정확한 규모를 정부도 알지 못하고 있다”며 “이를 명확히 파악해 불필요한 기회비용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은 국내 기금 가운데 성과가 좋은 편이다. 그러나 2009∼2013년 평균 운용수익률(6.9%)을 해외 주요 연기금과 비교하면 미국(CalPERS·13.1%), 노르웨이(GPF·12.0%), 캐나다(CPPIB·11.9%), 네덜란드(ABP·11.2%)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이에 대해 국회 예산정책처는 “국민연금이 목표수익률을 보수적으로 설정하고, 안전자산 위주로 자산을 배분한데 따른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며 “자산운용 방향에 대한 재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최근 5년간 기금 여유자금 중 중장기자산을 운용한 23개 기금의 초과수익률(산술평균)은 -0.33%로 나타났다. 초과수익률은 운용성과가 시장 평균치에 비해 얼마나 우수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마이너스 수치는 정부가 시장보다 돈을 잘 굴리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기금별 초과수익률을 보면 특정물질사용합리화기금(2.01%)이 가장 높고, 산업재해보상보험 및 예방기금(-1.43%)이 가장 낮았다.

사업성 기금 44개 중 주요 지출 대비 여유자금 비중이 지나치게 큰 곳은 석면피해구제기금, 임금채권보장기금 등 7개였다. 과학기술진흥기금, 농산물가격안정기금 등 6개는 여유자금이 많지 않아 재원 확보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보고서는 “기금 상당수가 획일적으로 낮은 목표 수익률을 정해 수익성을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다”며 “기금별로 달성할 수 있는 합리적인 목표를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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