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들어 원달러 환율 오름세 지속···“美경제 호조에 강달러 5월까진 지속” 
환율, 유가 자극해 인플레 강화 연결···“내수부진 속 물가안정성 저하 우려”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최근 과일 등 농산물을 중심으로 물가 불안심리가 커지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까지 오름세를 이어가면서 인플레이션을 더욱 부채질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유가 자극으로 인한 물가 상승 압력이 불가피한데 5월까진 원화 약세가 지속될 것이란 예상이다. 내수 부진 속 물가 안정성까지 떨어지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단 진단이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원달러 환율이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9일 1310.3원에서 상승을 거듭하더니 전날 장중 한때 1353원을 기록하며 연중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1일 1357.3원 이후 5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날은 전날보다 1.0원 오른 1347.2원에 거래를 마쳤다. 

환율 오름세는 미국의 경기 호황에 따른 달러화 강세에 있단 분석이다. 강현주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금 달러화 강세가 뚜렷하게 작동하고 있고, 그 부분이 결과적으로 환율 강세로 나타나고 있다”며 “미국 경제가 너무 좋고 당초 연준의 통화정책 전환 기대감이 크게 낮아지면서 달러화 강세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당초 올해 6회 정도 금리인하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최근엔 3회, 혹은 올해 안 할수도 있단 식으로 통화정책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는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미국 경제도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날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4분기 미국 국내총생산 증가율(GDP)이 3.4%로 상향 조정됐다고 밝혔다. 지난달 발표 잠정치보다 0.2%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고용시장도 양호해 이달 3월 셋째주(17~23)일 신규 실업급여 청구 건수는 전주 대비 2000건 감소한 21만건으로 집계됐다. 이에 원달러 환율 오름세, 원화 약세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4월엔 외국인 투자자들의 배당금 해외 송금에 따른 수급요인도 작용하게 되기에 5월 FOMC(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이전까진 원달러 환율의 상방을 더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봤다.

다만, 원달러환율이 1360원을 크게 넘어설 가능성은 아직은 높지 않단 판단이다. 1360원은 지난해 10월 연준의 고금리 장기화 우려가 극에 달했을 당시 수준이다. 지금은 적어도 연내 2회 가량 인하에 공감대가 형성돼 있단 이유다. 

강 위원은 “향후 환율 전망은 언제쯤 금리인하 여건이 조성될지를 봐야 하는데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이 계속 상향조정되고 있고, 물가도 별로 잡히지 않는 상황이라 최소 몇 달간은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통화정책 전환 기대가 계속 작동하고 있어 이 부분에 대한 데이터가 나타날 때마다 방향이 쏠리는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농산물을 중심으로 물가 불안 심리가 커지는 가운데 환율까지 오름세를 보이면서 인플레이션이 더욱 심화할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당장, 환율 영향을 받는 수입물가지수는 지난해 11, 12월 두달 연속 떨어졌다가 올해들어 1월 2.5%, 2월 1.2% 각각 오르며 다시 상승세로 전환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원자재, 원유 등을 사올 때 달러 결제를 해야 하니 환율이 오르면 물가 부담은 커질 수 밖에 없다”며 “국제 원자재, 특히 유가가 제일 큰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유가는 전기료와 가스료 등 공공요금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서 유가 인상 압력을 높이면 결국 전체 소비자물가에 상방압력으로 작용하게 된다. 수입물가지수의 1~3개월 후행지표인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내림세를 그리며 상승률이 2%대로 잡히는 듯 했으나 지난달 과일값 폭등 영향으로 3%대로 상승했다.

농산물 가격이 불안한 가운데 환율 리스크가 더해지면 서민 부담이 더욱 가중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강 위원은 “국내 물가는 기본적으로 환율보단 작황부진에 따른 농산물 부분이 더 큰 영향을 주고 있다. 대외 요인에 의한 물가 상방압력은 농산물 가격 요인보단 뚜렷하진 않다”며 “전체적으로는 미국보다 내수 부진이 좀 더 큰 상황이라 물가 안정성이 내려가는 방향이 좀 더 강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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