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포 자사 현장, 인근 현대건설 사업장 사업기간 대비 50개월 이상 빠른 점 강조
하이엔드 브랜드 없는 점 의식했나···‘래미안이 대한민국 최초 하이엔드 브랜드’ 강조

삼성물산이 서울 용산구 일대 공인중개업소에 전달한 래미안 홍보 브로셔 중 일부 발췌
삼성물산이 서울 용산구 일대 공인중개업소에 전달한 래미안 홍보 브로셔 중 일부 발췌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서울 정비사업의 대어 한남4구역이 올 하반기 시공사 선정을 예고하면서 건설사들의 물밑작업도 시작됐다. 삼성물산, 현대건설, 포스코이앤씨 등 국내 내로라하는 1군 건설사가 시공권에 군침을 흘리는 가운데 일부 건설사는 홍보책자를 통해 경쟁사 견제에 나선 모습이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움직임이 가장 적극적인 건 삼성물산이다. 이 회사는 최근 서울 용산구 일대 공인중개업소에 자사 홍보 브로셔를 전달하고 있다. 약 30페이지에 달하는 홍보책자에는 삼성물산의 높은 신용도에 따른 재무 능력과 초고층 빌딩 건설을 수행해 온 기술 역량이 담겨있다.

또한 책자에는 빠른 사업추진으로 조합원 이익을 극대화한다는 점도 기재돼있다. 이를 위해 삼성물산은 자사가 시공 중인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3주구와 입찰 경쟁사가 될 현대건설 시공 현장인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를 비교했다. 자사 사업장은 2020년 5월 시공사 선정 후 2년 9개월 만인 지난해 3월 착공했고 준공(확정)까지 74개월이 걸릴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반면 현대건설 시공 사업장인 1·2·4주구는 시공사 선정 시점부터 착공까지 7년 3개월 이상이 걸릴 예정이며, 준공까지는 128개월 이상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삼성물산은 브로셔에서 경쟁사 현대건설 사업장의 착공시기를 25년 1월로 잡고 계산했지만 현대건설은 이날 오전 착공식을 마친 상태다. 하루 뒤인 29일부터는 실착공에 들어간다.

이뿐만 아니다. 삼성물산은 현대건설의 디에이치와 달리 하이엔드 브랜드가 없는 것을 의식한 듯 브로셔의 마지막 페이지엔 ‘대한민국 최초의 하이엔드 브랜드는 래미안’이라고 홍보했다. 또한 래미안 소개글 아래에 파텍필립, 브레게, 에르메스, 로얄 코펜하겐, 롤스로이스 등의 명품 로고도 같이 새겨넣었다. 이들은 각각 래미안과는 관련 없는 시계, 의류, 주방용품, 자동차 분야의 세계적 명품 브랜드다.

현재 공사비 급등으로 서울 일부 강남권에서조차 시공권 유찰 소식이 들려오지만 한남4구역은 건설사 관계자들이 현장을 방문해 자사의 수주 의지를 전달하고 있다. 현대건설도 보도자료를 통해 한남4구역에 대한 관심을 공식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현대건설은 올해 1분기 마감을 앞두고 이달 중순 여의도 한양아파트 등 알짜 사업장을 따내며 정비사업 수주고 1조4500억원을 쌓았지만 같은기간 삼성물산의 수주액은 제로다. 부산에서 치열하게 겨뤘지만 포스코이앤씨와의 대결에서 시공권을 놓쳐서다.

현장에서는 삼성물산이 보유한 별도의 하이엔드 브랜드가 없다는 점, 경쟁사 대비 수주액이 부족한 점 등의 열위를 홍보로 채우려는데 ‘너무 나갔다’라는 반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하이엔드 브랜드 못지않게 잘 짓는다는 취지의 홍보인 건 알겠지만 엄연히 하이엔드 브랜드는 아니니 과장광고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에르메스나 롤스로이스를 줄 것도 아니고 래미안 브로셔에 뜬금없이 해외 명품 브랜드가 등장하는 것도 갸우뚱하게 만든다. 우수한 입찰조건과 시공능력, 브랜드 선호도 만으로 공정하게 경쟁에 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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