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아파트 신화’ 재현 위해 뭍밑 작업
압구정 TF 꾸리고, 주민 대상 설명회 열어
‘재건축 최대어’ 3구역에 관심 높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전경 / 사진=시사저널e DB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전경 / 사진=시사저널e DB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현대건설이 여의도 한양아파트 시공권을 따낸 가운데 정비사업 시장의 눈이 압구정으로 쏠리는 분위기다. 압구정은 현대건설이 최초로 아파트를 건립하는 등 현대건설의 주택사업 측면에서 상징성이 높은 곳이다. 현대건설은 ‘압구정 아파트 신화’를 재현하기 위해 압구정 재건축만을 위한 수주 전문 인력을 꾸리고 주민들을 상대로 VIP 설명회를 갖는 등 수주전 선점에 나섰다.

◇압구정 아파트 주민들만을 위한 설명회 개최···지난해 전담 조직 꾸리기도     

2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최근 서울 강남구 신사동 디에이치 갤러리 신축 기념행사에서 압구정 아파트 소유주를 대상으로 재건축 관련 설명회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디에이치 갤러리는 초청제로 운영되며 VIP고객 대상의 고급 브랜드 체험 공간이다. 이곳엔 현대건설 시공으로 재구축될 압구정 아파트 견본 모형도 전시돼 있다. 다른 VIP고객이 아닌 압구정 아파트 소유주만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진행한 건 올해 하반기 시작될 압구정 재건축 수주전에 대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도시정비영업실 산하에 ‘압구정 태스크포스(TF)팀’도 신설했다. 압구정TF팀은 현대건설에서 각 분야 최고 전문가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정비에서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현대건설이 주도한 ‘압구정 현대아파트 신화’를 이어가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정주영 회장 지휘 아래 압구정에 최초로 아파트 건립    

압구정 아파트는 현대건설에 주택사업 상징과도 같은 곳이다. 압구정 일대는 1960년대까지 논밭이었다. 1970년 강남을 개발하는 ‘남서울개발계획’에 따라 택지 개발이 이뤄졌다. 당시 현대건설은 택지를 조성하고 이곳에 압구정 현대아파트를 건설했다. 이는 여의도와 함께 국내 첫 민간도시개발사업으로 민영 아파트 대중화의 시초가 됐다. 당시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은 압구정 현대아파트 건설을 직접 진두지휘할 만큼 이곳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다. 현대건설은 현대아파트 1차부터 4차까지 지었고, 현대건설 주택사업부에서 독립한 한국도시개발(현 HDC현대산업개발)이 바통을 이어받아 4~14차 개발을 완료했다.

/ 그래픽=시사저널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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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압구정 현대아파트는 우리나라 최초의 고층 아파트이자 대단지 아파트였다. 최고의 신기술과 신공법이 집결된 건축기술의 경연장이었다. 이후 지어진 수많은 아파트의 본보기가 됐으며 아파트 건축의 표준이나 관련 법령을 정비할 때도 기준점이 되는 등 대한민국의 주거환경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압구정 최대어’ 3구역 수주 통해 신화 재현 기대 

한강변을 따라 늘어선 압구정 아파트지구는 6개 구역으로 나눠 재건축이 진행되고 있다. 2~5구역이 정비계획 수립단계에 있어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시공사 선정 절차가 진행될 전망이다. 2구역은 신현대로 불리는 현대 9·11·11차, 3구역은 현대 1~7·10·13·14차·대림빌라트, 4구역은 현대 8차와 한양 3·4·6차, 5구역은 한양 1·2차 등이 해당한다.

특히 현대건설이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사업장은 3구역이다. 3구역은 중심부에 위치한 데다 6개 구역 중 규모가 가장 커 압구정 재건축 최대어로 불린다. 재건축 이후 5800가구가 들어서고 종상향을 통해 일부 동은 70층까지 올릴 수 있을 전망이다. 이곳은 지난해 말 희림컨소시엄(희림·나우동인·유엔스튜디오)을 재건축 설계사로 선정했다. 올해 하반기 시공사 선정에 들어갈 계획이다. 현대건설은 입지와 사업성, 상징성 등을 모두 갖춘 압구정3을 시작으로 압구정에서 최소 3개 구역을 수주하겠다는 목표다.

희림컨소시엄의 압구정3구역 설계안 ‘더 압구정’ 투시도 / 자료=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
희림컨소시엄의 압구정3구역 설계안 투시도 / 자료=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

최근 여의도 핵심 재건축 단지인 여의도 한양아파트 시공권을 따내면서 압구정 수주전 전망도 밝아진 모양새다. 현대건설은 지난 23일 열린 여의도 한양아파트 소유자 전체 회의에서 시공사로 선정됐다. 이곳은 여의도 중심부에 위치한 1000가구 규모 대단지다. 지난해 1월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 대상지로 선정된 이후 사업 속도가 빨라 ‘여의도 재건축 1호’가 될 가능성이 큰 단지로 꼽힌다.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이 한강 조망과 초고층 건립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점에서 압구정 수주전의 전초전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대건설이 이번 수주전 승리로 프리미엄 브랜드 ‘디에이치’의 가치를 다시 한번 공고히 했다”며 “향후 압구정 등 한강 조망 고급 단지의 추가 수주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압구정3구역을 수주하게 되면 여의도 한양과 한남3구역,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등 서울 핵심 단지는 모두 확보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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