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여수 NCC 2공장 재매각 추진설
롯데케미칼, 해외법인 잇따라 정리
"석유화학 업황 반등 어렵다"···경기침체·중국발 증설 영향

LG화학 전남 여수 NCC 2공장. / 사진=LG
LG화학 전남 여수 NCC 2공장. / 사진=LG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글로벌 경기 침체와 중국의 물량 공세로 석유화학 업계 수익성이 갈수록 악화하는 가운데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이 한계사업 매각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간 업계는 공장 가동률을 낮추는 등 자구책을 마련해왔지만, 불황이 길어지면서 수익성 악화를 피할 수 없자 설비 매각에 나선 것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전남 여수 나프타분해시설(NCC) 2공장을 포함한 석유화학 사업 일부 지분의 매각을 추진 중이다. 여수 NCC 2공장의 경우 분할을 통해 쿠웨이트 국영석유공사(K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이 거론된다. 

이 공장은 원료인 나프타를 분해해 에틸렌, 프로필렌 등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핵심 시설이다. 에틸렌과 프로필렌을 각각 연간 80만t, 48만t 생산할 수 있는 대규모 시설로 증설에만 2조6000억원이 투입됐다. 

앞서 지난해 초 에틸렌 등의 공급과잉과 이로 인한 가격하락으로 시황이 부진해지자 LG화학은 지난해 초 여수 NCC 공장 가동을 중단한 바 있다. 이후 지난해 10월 재가동에 나섰지만 공장을 가동할수록 손실이 더 커 매각 카드를 꺼내든 것이란 분석이다. 

LG화학은 지난해부터 여수 NCC 2공장 매각을 추진했지만, 매각 대금과 관련해 LG화학과 매수자 간 견해 차이가 커 무산됐다. 이에 통매각 대신 지분 양도라는 대안을 찾은 것으로 풀이된다. LG화학 관계자는 매각과 관련해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 중이나 아직 확정된 사안은 없다”고 했다.

석유화학 업황이 반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가동률 조정으론 수익성 악화를 피할 수 없자 생산시설 매각에 나선 것이다. 한국석유화학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NCC 가동률은 74%로 전년 대비(81.7%) 7.7%P 감소했다. 2021년 가동률(93.1%)과 비교하면 20%P가량 감소한 것이다.

롯데케미칼도 일부 공장 가동률을 낮춰 생산능력을 조절해왔지만, 최근 들어선 공장 매각을 속도감있게 추진 중이다. 회사는 지난해 중국 내 기초 석유화학 생산 공장인 롯데케미칼자싱과 롯데케미칼삼강 지분을 현지 협력사에 매각했다. 엔지니어링 플라스틱(EP)을 생산하는 중국 허페이법인, 폴란드 판매법인(롯데케미칼폴란드), 페트(PET)와 나일론을 생산하는 케이피켐텍도 청산했다.

최근에는 말레이시아 대규모 생산기지 ‘롯데케미칼타이탄’(LC타이탄)을 매각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공장의 NC(나프타크래커센터) 가동률은 63.8%로 전년 동기 79.5%보다 15.7%P 하락했다. 생산량도 2022년 103만2586톤에서 2023년 82만9182톤으로 20만톤 이상 줄었다. 

롯데케미칼 전남 여수 NCC 전경. / 사진=롯데
롯데케미칼 전남 여수 NCC 전경. / 사진=롯데

문제는 올해도 석유화학 업황 반등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점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해 말 발표한 ‘2024년 산업기상도 전망 조사’에 따르면 올해 석유화학은 중국 중심의 과잉 공급 지속과 경제성장률 둔화 등 영향으로 ‘흐림’으로 예보됐다. 중국은 최근 5년 동안 대규모 투자를 통해 에틸렌 생산설비 규모를 2013년 대비 50%가량 늘렸다. 지난해 기준 중국의 에틸렌 자급률은 115% 수준으로, 공급 과잉이 최소 내년까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최영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024년 신규 증설 규모 감소에도 글로벌 전반의 저조한 가동률로 인해 수요 개선이 나타나더라도 유의미한 업황 반등이 나타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1·2위 업체인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이 기초 소재 사업을 축소·매각하면서 업계 전반적으로 한계사업 철수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호석유화학은 최근 중국 기업과 합작한 중국 산둥성 소재 일조금호금마화학유한공사 지분 50%를 올해 초 다른 중국 업체에 전량 매각했다. 해당 공장은 스티렌부타디엔 라텍스를 연간 15만t(톤) 생산하고 있는데, 중국 석유화학 업계가 생산량을 늘리면서 수익성이 크게 악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그간 석유화학 시장은 불황이 있으면 뒤에 호황이 오는 사이클 산업이었지만 이제는 분위기가 달라졌다”면서 “중국의 증설, 정유업계의 석유화학 산업 진출 등 환경이 변화하면서 고부가 제품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게 중요해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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