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해외 법인 실적 비중 60% 이상 동남아 법인 차지
인도네시아·캄보디아·베트남 등 동남아 주요 해외법인 실적 하락 영향
"인도네시아 법인 고정금리 대출 비중 높아···글로벌 금리 상승에 실적 감소"

우리은행 해외법인 당기순손익 추이/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우리은행 해외법인 당기순손익 추이/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지난해 4대 시중은행의 해외법인 순익이 전년 대비 전반적으로 개선됐다. 그러나 우리은행은 나홀로 실적이 뒷걸음질 치면서 해외시장에서 부진을 면치 못했다. 우리은행 해외법인의 주요 거점인 동남아 시장의 경기 침체가 전체 해외법인 실적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당기순이익은 7117억원으로 전년 말(1643억원) 대비 300% 이상 급증했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신한은행이 해외법인에서 가장 많은 순익을 거뒀다. 지난해 말 신한은행의 해외법인 10곳의 당기순이익은 4824억원으로 2022년 말(4269억원) 대비 13.0% 증가했다.

미국 법인인 아메리카신한은행이 지난해 말 26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지만 베트남 법인과 카자흐스탄 법인 등에서 순익이 증가해 이를 상쇄했다. 신한베트남은행의 실적은 2022년 말 1978억원에서 지난해 말 2328억원으로 17.7% 증가하며 가장 많은 금액을 기록했으며 신한카자흐스탄은행은 같은 기간 94억원에서 687억원으로 순익이 7배 이상 늘었다.

하나은행의 경우 4대 은행 중 가장 눈에 띄는 실적 성장세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하나은행이 해외법인 11곳에서 거둔 순익은 총 1128억원으로 전년 말(71억원) 대비 16배 가까이 급증했다. 해외법인 중에서도 특히 멕시코KEB하나은행의 순익이 같은 기간 3억4600만원에서 34억2900만원으로 10배 가까이 증가하며 실적 개선이 두드러졌다. 미국 법인 중 하나인 KEB하나뉴욕파이낸셜도 1년 새 9억8000만원에서 22억9600만원으로 2배 이상 성장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해외 각지의 권역별, 지역별 1등 금융기관과 파트너십을 맺고 시너지를 창출해내는 협업 전략을 추진해오고 있다”며 “지난 1967년 동경과 오사카, 홍콩 지점 개설, 1981년 캐나다법인을 설립한 이후 60년 가까이 해외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과 교민들과 성장해 온 것은 물론 이제는 현지의 금융기관을 비롯해 국내외 빅테크 기업 등 글로벌 파트너들과 함께 금융의 다양한 분야에서 성장을 계속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KB국민은행의 해외법인 실적은 여전히 적자를 이어오고 있으나 손실 규모가 전년 대비 크게 줄면서 실적이 개선됐다. 지난해 말 KB국민은행의 해외법인 당기순손실은 1114억원으로 2022년 말 5580억원 대비 약 5분의 1 수준으로 적자 폭이 축소됐다.

그간 국민은행의 해외법인 실적 발목을 잡던 부코핀은행의 적자가 축소된 점이 실적 개선에 한몫했다. 부코핀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손실은 2613억원으로 8021억원 손실을 기록했던 2022년 말 대비 적자 규모가 5000억원 이상 줄었다.

 

4대 시중은행 해외법인 당기순손익 추이/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4대 시중은행 해외법인 당기순손익 추이/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반면 우리은행은 4대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해외법인 실적이 뒷걸음질 쳤다. 지난해 말 우리은행의 해외법인 11곳의 당기순이익은 2279억원으로 전년 말 2883억원에서 20.9% 줄었다.

우리은행 해외법인 실적의 64.7%를 차지하는 동남아 법인의 순익이 악화된 점이 전체 해외법인 실적에 발목을 잡은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은행의 인도네시아 소다라은행의 작년 순이익은 602억7700만원으로 전년(684억1200만원) 대비 11.9% 줄었으며 캄보디아 우리은행은 같은 기간 598억3500만원에서 251억9400만원으로 순익이 57.9% 감소했다. 베트남우리은행 역시 1년 새 632억1600만원에서 596억9200만원으로 실적이 5.6% 하락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동남아 시장의 경기가 침체되다 보니 해당 지역에 위치한 법인들의 실적이 전반적으로 감소했다”이라며 “인도네시아 소다라은행의 경우 대출자금의 상당 부분이 고정금리인데 지난해 글로벌 기준금리 상승 영향으로 이자마진이 줄어들면서 순익 하락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캄보디아 지역은 중국발 투자가 감소한 점이 실적 부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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