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침습 혈당측정기 개발 활발···현 CGM 미충족 수요공략
국내 기업, 손목에 대는 방식·웨어러블 벨트형 등 개발진행

[시사저널e=김지원 기자] 헬스케어 스타트업을 비롯해 굴지의 IT 기업이 채혈없이 혈당을 측정하는 '비침습 혈당 측정기기' 개발에 나섰다. 이들 기업은 채혈에 따른 감염 우려, 잦은 교체 주기 등 현 연속혈당측정기(CGM)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12조원에 달하는 전 세계 CGM 시장을 파고든다는 목표다. 

19일 헬스케어·의료기기 업계에 따르면 국내 의료 스타트업계를 중심으로  비침습 혈당 측정기기 연구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센서에 달린 작은 바늘을 통해 혈당을 측정하는 방식의 연속혈당측정기(CGM)에서 채혈이 필요치 않은 방식의 혈당측정기기를 개발하고자 하는 것이다. 

에이치엠이스퀘어는 바늘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비침습 혈당측정기 ‘글루코사운드(GlucoSOUND)’를 개발했다. 글루코사운드는 휴대용으로 가지고 다니는 방식으로, 동그란 모양의 측정기를 손목 부위에 갖다 대고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혈당을 측정해 준다. 혈당 수치는 스마트워치에서 확인가능하며, 스마트폰으로도 전송해 활용할 수 있다. 

글루코사운드는 빛을 흡수한 물질이 열팽창을 통해 소리파동을 만들어내는 광음향 효과를 기반으로 한다. 기기에 내장된 레이저가 인체 내 피부 아래에 있는 간질액에 레이저를 쏘면, 포도당 부피에 아주 미세한 변화가 생기면서 초음파가 발생한다. 

이후 발생한 초음파를 측정기 내부 특수 센서가 감지해 포도당 농도를 측정하는 기술이다. 측정된 데이터는 고유 신호 처리 기술과 잡음이 섞인 초음파에서 생체신호만 분별해내는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거쳐 혈당값으로 변환된다. 

정확도도 확보했다. 에이치엠이스퀘어의 쥐를 활용한 실생활 예비테스트 결과에 따르면, 글루코사운드의 혈당 측정기의 정확도를 나타내는 지표인 측정치와 실제 혈당 간 오차(MARD)는 7%를 기록했다. 채혈의 MARD가 4%, 연속혈당측정기는 8% 정도다. 

이는 침습 방식의 정확도와 엇비슷한 수준이라는 게 에이치엠이스퀘어 측은 설명이다. 측정 시 혈당 데이터와 함께 다양한 시그널을 수집, 생체신호의 규칙성을 더하는 등의 알고리즘을 통해 혈당 측정 정확도를 높였다는 것이다. 

 

./표=김은실 디자이너
./표=김은실 디자이너

 

사용 주기도 2년으로 늘렸다. 팔에 부착하는 패치 방식으로, 피부에 붙이면 패치의 작은 바늘구멍이 최소 침습을 통해 연속적으로 혈당을 측정해주는 패치형 CGM의 경우 교체 주기는 2주다. 패치형 CGM의 경우 국내외 제품 모두 사용 기한이 2주가량인데, 글루코사운드는 2년 동안 사용할 수 있다. 

교체 주기를 늘려 비용도 절감했다. 에이치엠이스퀘어 관계자는 “시판 중인 연속혈당측정기는 가장 저렴한 가격 기준으로, 1년에 200만원 중반 정도의 비용이 든다”며 “글루코사운드는 이보다 절반 이하 가격으로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에이치엠이스퀘어는 올해 국내 임상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임상시험은 오는 4월 말 시작한다. 국내 1차 임상 시험 종류 후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도 신청할 계획이다.

헬스케어 스타트업 후아메디컬은 벨트형 무채혈 비침습 연속혈당측정기 개발에 성공했다. 근적외선 중 특정 파장 간 흡수 비율을 측정하는 방식이다. 표피층은 통과하고 진피 층에서 혈당농도에 따라 흡수율이 변화하는 근적외선 특성을 이용했다. 

주변 빛 환경과 신체 변화에 따른 오차를 줄이기 위해 복부 벨트형으로 만들었다. 스마트폰과 연결된 측정기를 제어해 10가지의 측정 데이터를 수집한다. 수집한 데이터를 서버로 전송한 후 학습된 신경망을 이용해 혈당치를 계산해준다는 설명이다. 

아폴론은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산하 레이저생의학연구센터(LBRC)와 비침습 연속혈당측정기 공동 연구개발에 나섰다. 아폴론은 바늘 없이 연속적으로 체내 포도당을 측정하는 초소형 라만 분광장치에 대한 특허를 확보하고, LBRC와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업계에서는 비침습 혈당측정기에 대한 수요가 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리서치앤마켓에 따르면 글로벌 CGM 시장은 오는 2026년 311억달러(40조)규모를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 CGM은 채혈에 따른 감염 우려, 센서의 주기적 교체로 인한 비용 문제 등이 있다. 

IT 대기업부터 다양한 헬스케어 스타트업이 비침습 혈당 측정 기기 연구개발에 나서는 배경이다. 다만 미 FDA 승인을 받은 비침습 혈당 측정기는 아직 없는 상태다. 최근 FDA는 비침습 혈당측정기와 관련해 안전성 경고문을 내기도 했다. FDA는 “기기의 안전성과 효능과 관련해선 당국의 검토나 검증 과정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부정확한 수치를 제공할 우려가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에 기술력과 소형화, 美 FDA 인증 등의 한계를 넘어서는 데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비침습 기기가 어느 정도의 신뢰도와 정확성을 가지고 현 CGM 기기를 대체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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