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팍스 경영난 가중···완전자본잠식 상태 지속
전북은행, 고팍스에 이달 말까지 재무건전성 개선 방안 제출 요구
상황 따라 실명계좌 중단 관측···제휴 통한 실익 적지 않아 일방적 결정 어려워
최악 사태 직면까지 실명계좌 제공에 따른 도의적 책임 피할 수 없어

최근 전북은행은 고팍스에 이달 말까지 재무 건전성 개선 방안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전북은행이 요구한 기한 기한을 못 지킨다면 고팍스는 원화거래소 자리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 현행법상 원화거래소는 은행에서 실명계좌를 맺어야 운영할 수 있다.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최근 전북은행은 고팍스에 이달 말까지 재무 건전성 개선 방안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전북은행이 요구한 기한 기한 내 방안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고팍스는 원화거래소 자리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 현행법상 원화거래소는 은행에서 실명계좌를 맺어야 운영할 수 있다.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비트코인 가격이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지만 국내 5위 가상화폐거래소 고팍스의 경영난은 가중되고 있다. 완전자본잠식 상태가 지속되자 실명계좌를 내준 전북은행은 고팍스에 이달 말까지 재무건전성 개선 방안에 대한 제출을 요구한 상태다. 상황에 따라 실명계좌 제공을 중단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동시에 제휴를 통해 간접적 실익이 적지 않았다는 점에서 오는 8월 실명계좌 재계약 여부를 놓고 전북은행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고팍스에 실명확인 입출금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북은행은 고팍스를 운영하는 스트리미에 이달 말까지 자본잠식 등 재무 건전성 개선에 대한 확실한 이행 방안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현재 고팍스의 총부채 규모는 1100억원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팍스가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배경은 코인계 예·적금으로 불리는 '고파이'가 자리하고 있다. 고팍스가 운용했던 고파이는 투자자들에게 가상자산을 예치 받아 운용 후 약속된 수익을 가상자산으로 돌려주는 서비스다. 

문제는 지난 2022년 11월 세계 3위 가상화폐거래소였던 FTX의 파산이 고팍스의 발목을 잡게 됐다. FTX의 파산으로 고파이 운용 대부업체 제네시스 글로벌 캐피탈이 도산하면서 출금이 중단됐다. 결국 투자자들에게 원리금을 돌려주지 못하게 되자 맡겼던 가상화폐는 고팍스의 부채로 남게 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고파이 사태로 고팍스의 부채 규모는 566억원이었다. 고파이 계좌에는 비트코인을 비롯해 이더리움, 솔라나 등 다수 알트코인이 상품 대상이었다. 공시에 명시한 부채 규모는 그 당시 가상화폐의 가격을 반영해 산정됐다. 하지만 당시 2800만원대였던 비트코인이 최근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고팍스의 부채는 2배 가까이 불어나게 된 것이다.

금융당국도 고팍스에 채무상태 관련한 해결책을 제시하라고 요구한 상태다. 앞서 지난달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전북은행을 통해 이달 말까지 고팍스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방안과 이행계획을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는 금융당국의 입장과 함께 요구했던 시한이 다가오고 있지만 고팍스 측에서는 뾰족한 수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부채액을 축소하기 위해 고파이 채권단에게 부채로 잡힌 원리금을 주식으로 출자 전환하는데 동의해 달라고 지난달 요청했지만 아직까지 과반수 이상의 동의를 얻지 못했다. 

이에 전북은행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상 가상화폐거래소는 시중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를 받아야 원화마켓을 운영할 수 있다. 고팍스의 실명계좌계약 만료는 오는 8월 11일 만료된다.

업계 안팎에서는 고팍스가 기한 내 방안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전북은행이 실명계좌 재계약을 취소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전북은행 입장에서는 그 동안 고팍스와 제휴를 통해 직간접적 실익이 있었다는 점에서 일방적으로 취소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전북은행은 지방은행 최초로 고팍스에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을 제공했고 한국은행 CBDC(중앙은행디지털화폐) 1단계 사업의 연계실험에 참여했다. 토큰증권 시장 대응 과정에서 노하우를 공유하면서 가상화폐 사업을 준비하고 대응하고 있다.

또한 실명계좌 제공이 젊은층 고객 확보와 비이자이익 부문 확장에 도움이 된 만큼 어느 서비스보다 이점이 확실했다는 분석이다. 단순 사업성을 넘어 가상화폐사업 시장 대응에 있어 타 은행 대비 우위를 선점할 수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를 해지하기까지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동시에 사태가 이렇게 되기까지 전북은행이 계좌를 열어준 데 따른 도의적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초 전북은행에 고팍스의 위험평가를 재실시할 것을 주문한 바 있다 특정금융정보법에 의거해 금융회사는 자금세탁행위 등 위험을 식별하고 평가해야 한다. 가상화폐사업자와의 실명계정 계약서상 리스크를 들여다봐야 한다고 판단되면 위험평가를 할 수 있는 만큼 자본잠식이라는 최악의 사태 직면까지 일정부분 책임론이 있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은행은 가상화폐거래소와 실명계좌를 제휴할 때 귀책 사유가 발생하면 계약을 해지한다는 조항을 담고 있다"며 "고팍스가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전북은행의 고민이 더 커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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