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용 브랜드 ‘이노뷔’ 공개·사업계획 발표
지난해 최고 실적 기록···정일택 사장 재선임 추진

정일택 금호타이어 대표이사가 지난 15일 경기 화성시 자동차안전연구원(KATRI)에서 ROCHLEHLS 이노뷔 익스피리언스 데이에 참석해 사업 현황과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 사진=최동훈 기자
정일택 금호타이어 대표이사가 지난 15일 경기 화성시 자동차안전연구원(KATRI)에서 ROCHLEHLS 이노뷔 익스피리언스 데이에 참석해 사업 현황과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 사진=최동훈 기자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금호타이어가 지난해 역대 최고 경영실적을 기록하며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전기차 시장 입지 강화를 노린다.

금호타이어는 지난 15일 경기 화성시에 위치한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KATRI)에서 ‘이노뷔 익스피리언스 데이’를 개최했다.

이날 현장에는 정일택 대표이사(사장)를 비롯한 금호타이어 경영진이 참석해 사업 현황과 향후 계획을 설명하고 전기차 전용 타이어 제품 이노뷔(EnnoV)를 소개했다.

금호타이어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 4조400억원, 영업이익 4110억원을 기록했다. 기술력과 브랜드 파워를 앞세워 고객사인 완성차 업체에 활발히 공급한 결과다. 코로나19 풍토병화(엔데믹) 이후 회복된 산업 수요와 원자재값, 물류비 등 비용의 하락세가 맞물려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정일택 사장은 “금호타이어는 올해 역사상 최고 매출액인 4조5600억원 달성을 목표로 삼았다”며 “고급차용 공급 확대, 첨단 제품 수요 공략을 실행하며 성장과 수익성을 동시에 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호타이어는 코로나19 유행기(팬데믹)와 치열한 경쟁구도 속에서 금호타이어 실적을 개선한 공로를 고려해 정 사장의 재선임을 추진한다. 오는 29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정 사장 재선임 의안을 결의할 계획이다. 2021년 취임한 정 사장은 주총을 통해 연임 여부가 결정된다.

금호타이어의 전기차 전용 타이어 브랜드 이노뷔. / 사진=최동훈 기자
금호타이어의 전기차 전용 타이어 브랜드 이노뷔. / 사진=최동훈 기자

◇정일택 사장 “이노뷔, 품질·가격 경쟁력 동시 확보”

금호타이어는 이날 또한 전기차 전용 브랜드 이노뷔(EnnoV)와 제품 실물을 공개했다. 이노뷔는 전기차(EV)와 혁신(Innovation)을 의미하는 영단어의 합성어다. 금호타이어는 빠르게 진화하는 전기차에 장착할 타이어에 대한 시장 요구사항을 충족하기 위해 이노뷔를 개발했다.

이노뷔 제품의 표면(트레드)에는 지그재그형 우상향 패턴이 적용돼 전기차의 강한 주행성능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다. / 사진=최동훈 기자
이노뷔 제품의 표면(트레드)에는 지그재그형 우상향 패턴이 적용돼 전기차의 강한 주행성능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다. / 사진=최동훈 기자

금호타이어는 2013년 처음 출시했던 전기차 전용 타이어 와트런(WATTRUN)의 개발 노하우와 그간 전기차용 제품 공급 경험을 집약해 이노뷔를 탄생시켰다. 전기차 전용 제품으로는 세계 최초로 브랜드 모든 규격 제품에 고하중 최적 설계(HLC)를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일반 내연기관차보다 무거운 전기차를 안정적으로 받쳐주고 주행성능 지원, 내구성 강화, 전기차 주행거리 연장 등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 사진=최동훈 기자
이노뷔 제품 내부에 폼 흡음재가 적용돼 있다. / 사진=최동훈 기자

이날 현장에 참석한 경영진은 앞서 출시된 타사 제품과 견줘, 이노뷔가 경쟁력 있는 모델임을 강조했다. 이노뷔는 지난 2022년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가 출시한 전기차 전용 타이어 아이온(iON)과 비교되고 있다.

정 사장은 “이노뷔의 핵심 경쟁우위 요소는 가성비”라며 “소재, 기술력 등 측면에서 고급 수준을 달성하면서도 물류비, 인건비 등 간접적인 비용을 최적화해 가격 경쟁력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금호타이어가 시험 주행장에서 기아 EV6에 이노뷔 프리미엄 19인치 제품을 장착했다. / 사진=최동훈 기자
금호타이어가 시험 주행장에서 기아 EV6에 이노뷔 프리미엄 19인치 제품을 장착했다. / 사진=최동훈 기자

금호타이어는 이노뷔를 앞세워 향후 도래할 전기차 시장 수요에 적극 대응하고, 이를 통해 기존에 고착된 글로벌 타이어 업체 순위를 더욱 끌어올린다는 포부다. 금호타이어는 지난 2022년 기준 현재 매출액 기준 16~17위를 기록하고 있다. 넥센타이어가 금호타이어보다 1~2단계 낮은 순위를 보이고, 한국타이어가 6~7위에 올랐다.

정 사장은 “전기차 잘 만드는 회사 하면 떠오르는 브랜드들이 통상 5~10곳의 타이어 공급사를 (거래처로서) 관리하는데, 금호타이어는 이들과 함께 신차용 타이어 공급을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며 “금호타이어는 전기차 측면에서 5~8위로 순위를 높이는 목표를 세웠고, 이를 달성하는데 필요한 기술 경쟁력을 이미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노뷔 제품을 장착한 테슬라 모델Y가 슬라럼 코스를 주파하고 있다. / 영상=최동훈 기자
이노뷔 제품을 장착한 테슬라 모델Y가 슬라럼 코스를 주파하고 있다. / 영상=최동훈 기자

◇이노뷔 체험해보니···“EV6·모델Y가 업그레이드하네”

경영진 발표에 이어 KATRI 시험 주행장에서 이노뷔를 장착한 전기차를 타고 타이어 성능을 체험했다. 이노뷔의 사계절용 제품 ‘프리미엄’ 19인치 타이어가 장착된 기아 EV6, 테슬라 모델Y를 타고 젖은 노면과 곡선·고속주행 등 세 가지 코스를 달렸다.

젖은 노면 코스에서 시속 80㎞로 달리던 중 브레이크 페달을 끝까지 밟았을 때 제동거리가 40m에 그치고, 차량이 완전히 정차할 때까지 운전대가 불안하게 흔들리지 않는 것을 경험했다. 전문가가 차량을 운행한 곡선 코스에서 시속 100㎞로 고속 주행하는 동안 차량이 경로를 잘 유지하며 운전자 의도대로 움직였다.

전문 안전요원이 이노뷔 제품을 장착한 테슬라 모델Y로 경사로를 고속 주행하고 있다. / 사진=최동훈 기자
전문 안전요원이 이노뷔 제품을 장착한 테슬라 모델Y로 경사로를 고속 주행하고 있다. / 사진=최동훈 기자

시속 200㎞까지 속력을 높이며 주파한 경사로에서, 노면 상태가 고르지 않았음에도 노면음이 과하게 들리지 않고 노면 충격을 부드럽게 흘려보냈다.

이번 체험에서 이노뷔를 다른 제품과 비교하지 않았고, 우수한 성능을 인정받는 전기차로 주행했기 때문에 타이어 성능을 직접 느끼기는 쉽지 않았다.

이노뷔 제품 체험에 쓰인 기아 EV6. / 사진=최동훈 기자
이노뷔 제품 체험에 쓰인 기아 EV6. / 사진=최동훈 기자

다만 수치적으로는 일반 제품을 뛰어넘는 것으로 분석됐다. 금호타이어가 자체 측정한 결과 이노뷔는 동일 규격의 내연기관차용 타이어에 비해 내구력 10%, 주행거리(마일리지) 25%씩 개선됐다. 동시에 회전저항 20%, 제동거리 2%, 소음 6%씩 저감시켰다.

금호타이어는 올해 이노뷔 글로벌 판매 목표를 12만~15만개로 설정했다.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비교적 빠른 한국, 중국에 이노뷔를 선제적으로 출시하고 향후 시장 분위기를 고려해 각국에 진출한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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