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은행 이어 국민은행에서도 100억원대 부당대출 적발
홍콩 ELS 불완전판매 논란에 이어 금융사고 속출···내부통제 강화 필요성↑
7월 책무구조도 시행 앞둔 시중은행···준비 작업 ‘분주’

책무구조도 업무 예시/자료=금융위원회
책무구조도 업무 예시/자료=금융위원회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NH농협은행에 이어 KB국민은행에서도 부당대출 관련 배임 사고가 발생했다.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불완전판매 논란에 이어 금융사고가 연이어 터지면서 은행권의 내부통제가 허술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에 7월 도입되는 책무구조도 제도의 중요성이 커질 전망이다.

14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지난해 하반기 경기도 안양 지역 한 지점에서 취급한 총 104억원의 부동산 담보 대출이 실제 거래가보다 높은 가격을 기준으로 실행된 것을 이달 초 자체 조사를 통해 적발했다고 밝혔다.

담당 직원이 대출 심사 과정에서 담보 물건의 가치를 상가 매입가격이 아닌 최초 분양가 기준으로 평가해 과다 대출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된다. 해당 대출 담보 상가는 수년째 미분양으로 분양가보다 할인된 가격에 분양됐다. 할인된 가격에 매입했음에도 담보가치를 분양가로 산정해 대출 금액을 부풀린 것이다.

국민은행은 적발 사실을 즉시 금융감독원에 보고했으며 금융감독원은 지난 11일부터 현장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앞서 NH농협은행에서도 109억원의 과다 대출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농협은행은 지난달 자체 감사 과정에서 배임 사고를 발견한 뒤 해당 직원을 형사 고발했으며 금감원은 이에 대해서도 검사를 진행 중이다.

이번 부당대출 사고 외에도 최근 은행권은 홍콩H지수 기초 ELS 관련 불완전판매 정황이 포착되면서 내부통제 부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이에 은행권은 오는 7월 시행될 예정인 책무구조도 마련 작업에 매진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책무구조도는 금융사 임원 개개인이 책임져야 하는 내부통제 대상 업무의 범위와 내용을 금융사 스스로 각자의 특성을 고려해 사전에 명확히 규정하도록 했다. 현행법은 금융사에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를 부여하고는 있으나 그 책임소재를 따지는 것이 불분명해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책무구조도는 금융사 대표이사(CEO)가 책무의 중복·공백·누락 없이 마련해야 하며 작성된 책무구조도는 이사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금융당국에 제출해야 한다.

책무구조도가 도입되면 각 임원별 책무가 명확해짐에 따라 금융회사는 임원이 해당 책무수행을 위한 전문성, 정직성, 신뢰성 등을 갖추고 있는지 확인해야 하는 의무도 부담하게 된다. 개별 임원에게 소관 업무영역별로 책임 소재를 규정함으로써 배임, 횡령, 불완전판매 등 금융사고 발생 시 처벌 근거가 명확해짐에 따라 금융권 내 내부통제 기조도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강원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원은 “과거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이후 금융당국의 규제 개선과 관리·감독이 미흡했고, 경영진은 단기 실적 위주의 영업 관행을 유지하면서 ELS라는 더욱 큰 사건이 발생했다고 판단된다”며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는 형식적인 동의를 유도하는 제도가 아닌 적합성 원칙, 적정성 원칙을 철저하게 지키게 하는 내부통제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위해 영업점 직원에게만 모든 책임을 전가하기보다는 책무구조도 상 경영진이 책임지게 하는 내부통제 시스템 도입을 유도해 단기 실적 위주 영업문화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요 은행들 역시 최근 연이은 금융사고와 관련한 비판을 의식한 듯 책무구조도 준비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책무구조도 작성을 완료하고 책무구조도 이행 시스템을 개발 중이며 국민은행은 준법감시인을 포함한 부서 임원과 실무진이 참여한 ‘내부통제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팀’을 운영하고 있다. 하나은행 역시 그룹 차원에서 자체 TF팀을 구성하고 책무구조도 도입을 준비 중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신뢰성 제고를 위해 임원별 소관 책무에 대한 내부통제 관리 강화를 강화하는 등 관련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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