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검사 등 전관 출신 사외이사 선임으로 법적 대응 역량 확보

이달 말 주총에서 HDC현산과 GS건설 사외이사로 선임 예정인 (좌)김진오 변호사, (우)황철규 변호사
이달 말 주총에서 HDC현산과 GS건설 사외이사로 선임 예정인 (좌)김진오 변호사, (우)황철규 변호사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붕괴사고를 낸 건설사들이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법조계 거물급 사외이사 영입에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지금은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고 법원에서 이를 받아들이면서 영업활동을 가까스로 사수하고 있지만, 추후 국토교통부와 서울시의 행정처분이 장기간 영업정지로 이어질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는 만큼 사법리스크 대응 역량을 확보하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광주 학동 철거현장과 화정 아이파크 공사현장에서 붕괴사고를 낸 HDC현대산업개발은 오는 28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부장판사 출신 김진오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할 예정이다. 김 변호사는 서울대 법학과 출신의 사법연수원 30기로 수도권에서 판사 생활을 시작한 성적 우수자 중 한 명이다.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임관한 이후 서울중앙지법, 서울동부지법 등을 거쳐 정통 엘리트 법관 루트로 꼽히는 대법원 재판연구관까지 역임했다.

이로써 HDC현산 사외이사 가운데 법조계 출신은 기존 김주현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와 함께 2명으로 늘어난다. 김 변호사도 대검찰청 차장검사 출신의 전관이다.

지난해 4월 인천 검단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지하주차장 붕괴사고를 낸 GS건설도 법률전문가 겸 모시기에 공들이기는 마찬가지다. GS건설은 오는 29일로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황철규 법무법인 해광 대표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한다.

황 변호사 역시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해 수도권 중 하나인 인천지검검찰청에서 임관했다. 옷을 벗기 전 서울서부지검 검사장, 부산지검 검사장을 거쳐 대구고검과 부산고검 검사장까지 역임했을 정도로 실무감각이 뛰어난 것은 물론 김대중 정부 때 두 차례나 법무부 장관을 역임한 김정길 전 법무부장관의 사위로  법조계와의 접점을 확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건설업계에서는 지난 2~3년 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기조에 맞춰 남초집단이라는 이미지 탈피를 위한 명망 있는 여성 인사를 발탁하거나, 학계 환경전문가를 찾는 모습이 두드러졌다.

하지만 근래에는 중대재해 리스크에 맞서야 하는데다, 특히 공사사고를 낸 건설사들의 경우 영업활동 제한을 방어해야 하는 만큼 과거보다 더욱 법조계 인사의 영입에 힘을 쏟고 있는 모습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어느 기업이든 사외이사로 법조인을 선호하는 것은 향후 발생 가능한 기업의 법률적 분쟁에서 사법부와의 원활한 소통을 위한 성격이 짙다”며 “건설사는 특히 중대재해처벌에 따른 법률적 리스크 등을 대비하는 차원에서 고정적으로 법조계 인사를 선호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실제 이달 초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매출 상위 30대 그룹의 237개 계열사 중 신규 사외이사를 추천한 71개사의 주주총회 소집 결의서를 분석한 결과, 신규 추천 사외이사 103명 가운데 39.8%(41명)가 전직 관료 출신으로 조사됐다. 관료에는 법원과 검찰 출신이 포함된다. 반면 사외이사 경력 비중 순위에서 줄곧 1위를 유지했던 학계 출신은 올해 29명인 28.2%로 집계돼, 지난 3분기 35.1%에 비해 8.9% 포인트 낮아졌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