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타이어 아이온으로 모터스포츠 마케팅 전개
문화예술 콘텐츠도 활용, 미쉐린·피렐리 성공사례 참조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이 최근 사모펀드로부터 경영권 방어에 성공하고 그룹을 장악한 후, 주력 그룹사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의 마케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임원 진급 후 마케팅본부장, 경영기획본부장 등을 역임하며 축적한 마케팅 분야 경력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국타이어의 고급 브랜드 가치 강화에 공들인다는 방침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타이어는 조현범 회장의 주도 아래 다양한 수단을 활용한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와 채비가 공동 조성한 부스의 전경. / 사진=최동훈 기자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와 채비가 공동 조성한 부스의 전경. / 사진=최동훈 기자

◇전기차 타이어 아이온 적극 활용···10년전부터 개발 주도

한국타이어는 자동차 생태계에 속한 사업체로서 모터스포츠 분야에 관한 마케팅, 홍보 전략을 펼치고 있다. 모터스포츠 마케팅 활동의 핵심 소재로 지난 2022년 세계 최초로 론칭한 전기차 전용 타이어 브랜드 아이온(iON)을 선정했다.

전기차 레이싱 대회 포뮬러-E에 레이싱 전용 아이온 제품을 독점 공급하고, 유럽 등 공략지역에서 열리는 모터쇼에 참가해 아이온 제품을 대중에게 소개한 것이 최근 마케팅 사례다. 국내에서도 충남 태안군에 구축한 세계 3번째 규모 테스트 트랙 ‘한국 테크노링’을 운영하며 현대자동차그룹과 협업하고 있고, 인천에 위치한 BMW 코리아 시설 ‘BMW 드라이빙 센터’에 시승차용 타이어를 독점 공급 중이다.

아이온은 다가올 전기차 시대에 대응해 전기차에 최적화한 타이어를 제공하겠다는 한국타이어의 목표 아래 탄생했다. 한국타이어는 전기차 시장이 본격 성장하기 전인 2010년대 초반부터 전기차 전용 타이어 개발을 구상했고, 당시 등기임원(사장)으로 이미 근무 중이던 조 회장이 전문경영인들과 함께 브랜드 개발을 주도해왔다.

아이온이 한국타이어의 각종 첨단 기술의 결집체지만, 기존 소재 조합(컴파운드)을 변화시키는 방식으로 개발됐기 때문에 완전히 새로운 제품이 아니라는 업계 시선도 존재한다. 다만 한국타이어가 전기차 붐에 편승해 아이온을 선제적으로 론칭해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등 소기의 성과를 거둔 것은 업계에서도 인정하는 분위기다.

한국타이어가 기존 모터 컬처 브랜드 마데인한국의 후속으로 새롭게 론칭한 드라이브(DRIVE)를 소개하는 이미지. / 사진=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한국타이어가 기존 모터 컬처 브랜드 마데인한국의 후속으로 새롭게 론칭한 드라이브(DRIVE)를 소개하는 이미지. / 사진=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모빌리티 문화 조성 추진···헤리티지·기술력 강조

한국타이어가 마케팅 분야에서 모터스포츠 뿐 아니라 최근 공들이고 있는 것이 문화예술 콘텐츠다. 글로벌 유력 브랜드들이 앞서 이름을 알리고 브랜드 경험의 저변을 넓히기 위해 활용한 문화예술 마케팅을 단행해, 이름값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한국타이어는 최근 모터 컬쳐 브랜드 드라이브(Drive)를 새롭게 론칭했다. 지난 2021년 론칭했던 마데인한국(MADE IN HANKOOK)의 후속 브랜드로 첨단기술, 혁신, 모터스포츠 등 기존에 추구하던 가치에 지속가능성, 미래지향성 가치를 추가함에 따라 브랜드를 리뉴얼했다. 아이온을 통해 지향하는 친환경 가치와 일맥상통하는 대목이다.

한국타이어는 또한 1941년 설립 후 올해 83주년을 맞기까지 쌓아온 브랜드 유산(헤리티지)을 드라이브로 강조하며 기업가치를 부각시킬 계획이다. 헤리티지, 기술력, 성장 가능성을 모두 강조할 수 있는 마케팅 전략으로 입지를 차별화한다는 전략이다.

피렐리가 올해 발간한 한정판 달력에 삽입된 이미지. 영국 유명 모델 겸 배우 나오미 캠벨이 제작에 참여했다. / 사진=피렐리
피렐리가 올해 발간한 한정판 달력에 삽입된 이미지. 영국 유명 모델 겸 배우 나오미 캠벨이 제작에 참여했다. / 사진=피렐리

◇미슐랭 가이드·피렐리 달력에 마케팅 영감받아

조 회장이 주도하는 한국타이어 문화예술 마케팅은 미쉐린, 피렐리 등 해외 유력 타이어 브랜드들이 먼저 공들여온 전략이다. 미쉐린은 브랜드 설립 초기부터 전개해온 요식업 추천 캠페인 ‘미슐랭 가이드’를 운영 중이다. 피렐리는 차별적인 마케팅 전략의 일환으로 매년 당대 슈퍼스타와 사진 작가를 섭외해 제작한 한정판 달력을 올해 50년째 발간하며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들 브랜드가 앞서 구축한 시장 입지가 문화예술 마케팅의 효과를 높였는지, 반대로 마케팅 효과가 브랜드 가치를 강화했는지를 분석하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다만 글로벌 타이어 시장의 판도가 사실상 고착된 상황에서 브랜드 차별화를 위한 방안으로서 문화예술 마케팅이 효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미국 시장조사업체 제이디파워(J.D.POWER)가 지난 2010년 현지 소비자 3만명을 대상으로 타이어 브랜드 가치를 설문한 결과 미쉐린, 피렐리에 최상위 점수를 매겼다. 또한 피렐리 타이어 고객은 제품을 “가장 멋져 보인다”(looked the best)고 평가했다. 제품의 기술력 뿐 아니라 브랜드 가치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드러나는 대목으로, 마케팅 효과가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타이어가 프리미엄 브랜드로서 입지를 한층 더 강화한다는 목표 아래, 해외 유력 브랜드의 마케팅 활동을 벤치마킹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타이어 업계 관계자는 “미쉐린, 피렐리의 마케팅 전략은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높은 인지도를 확보하고 기업 성장에 도움된 것으로 여겨진다”며 “한국타이어 실무진이 이 같은 흐름을 고려해 조 회장의 지원 아래 컬쳐 마케팅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국타이어 광고선전비 지출 추이. / 자료=전자공시시스템
한국타이어 광고선전비 지출 추이. / 자료=전자공시시스템

◇광고선전비에 매출액의 2% 투자

조 회장은 공격적인 한국타이어 마케팅을 위해 지출도 확대하고 있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타이어가 매년 사용하는 광고선전비는 코로나19 창궐 직전인 2019년 1970억원에서 2020년 1334억원으로 줄었지만 지난 2022년 1828억원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1~3분기에 전년동기(1145억원) 대비 17.4% 많은 1344억원을 지출했다. 최근 수년간 매출액의 2%대 수준으로 광고선전비를 지출하고 있다. 지난해 세 개 분기 금호타이어, 넥센타이어가 광고선전비로 각각 446억원(매출 대비 1.5%), 453억원(2.2%) 지출한데 비해 큰 액수다.

조 회장이 이달 말 한국타이어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사내이사에 재선임 되는대로 한국타이어 마케팅에 더욱 힘 실릴 전망이다. 한국타이어는 오는 28일 경기 성남시 본사에서 제12기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의안을 결의할 예정이다. 같은 날 이수일 대표이사(부회장), 박종호 경영지원총괄(사장) 등 전문경영인 2인이 사내이사에 재선임 되면 조 회장 리더십을 지속 뒷받침할 전망이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 수요를 중심으로 프리미엄 브랜드 전략을 지속 추진해나갈 방침”이라며 “기술력, 품질에 대한 시장 신뢰도를 기본적으로 향상시키고 이를 알리며 소비자들에게 우호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심기 위해 마케팅에 힘쓰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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