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배상비율 20~40%···판매사 가중 요인 3~10% 추가
KB국민은행, 홍콩 ELS 상반기 만기도래 규모 4.8조원 달해
배상비율 40% 가정시 예상 배상액 약 1조원

4대 은행 올해 상반기 홍콩H지수 기초 ELS 만기 도래 규모/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4대 은행 올해 상반기 홍콩H지수 기초 ELS 만기 도래 규모/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금융당국이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의 대규모 손실에 대한 분쟁조정기준안을 내놓으면서 은행들의 배상액 부담이 가시화될 전망이다. 특히 해당 상품을 가장 많이 판매한 KB국민은행의 경우 배상액이 많게는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순익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전날 홍콩H지수 기초 ELS 상품의 대규모 손실과 관련한 분쟁조정기준안을 발표했다. 분쟁조정기준안은 지난 2019년 불완전판매로 문제가 된 파생결합펀드(DLF)·사모펀드 사태 당시 처음 도입된 제도다. 당시 가산·차감 요인 등을 고려해 20~80% 배상 비율이 책정된 바 있다.

이번 홍콩H지수 ELS 사태에서는 판매사의 적합성 원칙, 설명의무, 부당권유 금지 등 판매원칙 위반 여부에 따라 20~40%로 기본배상비율이 정해졌다. 여기에 영업점 검사와 민원 조사 결과를 반영해 판매사 가중 요인을 3~10% 추가하는 방식으로 책정된다.

금융권에서는 KB국민은행의 예상 배상액이 은행권 중 가장 많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민은행이 다른 시중은행보다 홍콩H지수 기초 ELS를 압도적으로 많이 판매한 까닭이다.

올해 상반기 각 은행별 홍콩H지수 기초 ELS 만기 도래 규모는 ▲KB국민은행 4조7726억원 ▲신한은행 1조3766억원 ▲하나은행 7526억원 ▲우리은행 249억원 등이다.

상반기 만기 도래 규모에 투자자 손실률 50%, 손실 배상비율 40%를 가정한 은행별 예상 배상액을 따져봤을 때 KB국민은행의 상반기 배상액 규모가 약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은행권 중 가장 많은 규모다. 이외에 신한은행은 약 3000억원, 하나은행 1500억원, 우리은행 50억원 등으로 추산된다.

시장에서는 이번 홍콩H지수 ELS 관련 배상 지급이 확정되면 배상액에 따라 은행들의 실적에도 일부 타격이 있을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은행의 ELS 판매가 대부분 창구에서 이뤄짐을 감안하면 최소 30% 이상의 배상비율이 기본적으로 적용된다고 볼 수 있다”며 “고객별 가중·차감 항목 적용 수준에 따른 영향이 관건이지만 우리은행을 제외한 대형 은행 중심으로 일정 수준의 부담은 불가피할 수밖에 없을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관련 배상이 지급될 경우 과거 사모펀드 사태와 유사하게 영업외비용 등을 통해 재무제표에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은행의 전반적인 투자상품 판매 위축, 자산관리 관련 손익 감소 등으로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은행들이 지난해 대규모 충당금을 선제적으로 쌓은 만큼 타격이 미미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추후 구체화될 배상안과 예상 배상 규모를 봐야 하겠지만 크게 보면 일회성 요인인 만큼 은행주 주주환원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며 “이번 이슈의 영향이 가장 큰 KB금융지주 기준 작년 2023년 연간 대손충당금 적립액은 3조1000억원에 달하는데, ELS 손실 배상액 상당 부분은 충당금 감소로 상쇄 가능하며 결과적으로 연간 이익은 작년보다 크게 악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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