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양 재구성하고 수백만원 인상한 예년과 달라
작년 제네시스 전기차 내수 43%↓···“소비자 요구사항 등 여건 종합적 고려해 수립”
“중장기 전략 급전환 안해, 판매 확대는 고심”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제네시스가 최근 잇달아 출시한 전기차 연식변경 모델의 사양 재구성을 최소화하고 가격을 동결하거나 인하 책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 둔화가 이뤄지는 가운데 내린 결정이다.

제네시스 전기차의 연식별 시작가격 추이. / 자료=제네시스
제네시스 전기차의 연식별 시작가격 추이. / 자료=제네시스

12일 시사저널e 취재를 종합하면 제네시스는 전날 GV60, 지난해 9월 G80 전동화모델(이하 G80 전기차), 지난해 7월 GV70 전동화모델(GV70 전기차)의 2024년형 모델을 각각 출시했다.

각각의 2024년형 모델은 이전 연식 모델과 비교해 가격이나 사양 구성이 거의 변하지 않은 공통점을 보인다

GV60는 얼굴인식 기능(페이스커넥트)를 선택사양으로 전환한 것 외 기본사양이 그대로다. G80 전기차는 탑승문의 강성을 강화하고, GV70 전기차는 선택사양 구성을 달리 적용하기만 했다.

각 차량의 친환경차 세제혜택 적용 후 시작 가격은 GV60 6433만원, G80 전기차 8392만원, GV70 전기차 7332만원이다. 이전 모델과 비교해 GV70 전기차, G80 전기차의 가격은 동일하고, GV60의 경우는 60만원 인하했다.

2024년형 모델에 비해 2023년형 모델은 이전 대비 사양·가격 변화가 눈에 띄게 이뤄졌었다. 2022년 12월 출시된 2023년형 GV60는 페이스커넥트, V2L, 가상변속기능(퍼포먼스 트림 기준) 등 사양을 기본 탑재했다. 시작가는 이전 대비 503만원 인상했다.

같은 기간 출시된 2023년형 G80 전기차는 기어 스틱 역할을 하는 통합형 컨트롤러가 다이얼에서 노브 형태로 변경됐다. 또한 후륜 캘리퍼 스타일링 커버 적용, 신규 외관 색상 추가 등이 이뤄졌다. 가격은 94만원 인상됐다. GV70 전기차의 2024년형 모델은 차량의 첫 연식변경모델이기 때문에 사양, 가격 변동폭을 비교할 과거 모델이 없다.

제네시스의 GV60 2024년형 출시를 안내하는 브랜드 공식 홈페이지 화면. 제네시스는 통상 전기차 연식변경모델의 출시 사실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기보다 영업 일선에서 소개하고 있다. / 사진=제네시스 공식 홈페이지 캡처
제네시스의 GV60 2024년형 출시를 안내하는 브랜드 공식 홈페이지 화면. 제네시스는 통상 전기차 연식변경모델의 출시 사실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기보다 영업 일선에서 소개하고 있다. / 사진=제네시스 공식 홈페이지 캡처

◇업계 “전기차 수요 둔화 속 투자 조절한 것”

제네시스의 최근 전기차 가격 전략을 두고 영업 현장에서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 둔화를 고려한 결정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중국 비야디(BYD)는 올해 들어 1000만원대 소형 전기차 시걸(Seagull)을 비롯해 아토3, 친플러스3 등 글로벌 전기차 모델의 가격을 기존 대비 10%대로 인하해 판매 중이다.

BYD에 작년 전기차 판매 세계 1위 타이틀을 뺏긴 테슬라도 중국 전기차 고객에게 600만원대의 할인혜택을 제공하며 맞불을 놨다. 전기차 시장을 쌍끌이하는 두 업체의 가격 경쟁을 두고 일각에선 “잔혹한 전기차 가격 전쟁에 기름을 부었다”(로이터통신)는 관측도 제기됐다.

제네시스의 국내 전기차 판매실적도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제네시스 전기차 판매실적은 최초 출시 시점인 2021년 2543대를 기록했고 2022년 1만1266대로 4배 넘게 증가했지만 지난해 6394대로 43.2% 급감해 기복을 보였다.

고물가 기조 속 비싼 전기차를 대체할 전동화 차량으로 하이브리드차가 각광받음에 따라, 제네시스가 기존 로드맵을 수정해 하이브리드 모델을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제기됐다.

제네시스 판매점 관계자는 “(제네시스가) 이전보다 덜 팔리는 전기차에 대한 투자 전략을 조정한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제네시스가 2021년 9월 공개한 차세대 신차 라인업의 실루엣. / 사진=제네시스
제네시스가 2021년 9월 공개한 차세대 신차 라인업의 실루엣. / 사진=제네시스

◇제네시스 “결국 전기차 시대 올 것”

제네시스는 현재 전기차 판매 전략이 업황뿐 아니라, 소비자 요구사항 등 여러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후 수립한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최근 전기차 시장 흐름을 예의주시하며 시장 입지 강화를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 중이다.

전기차 시대가 결국 도래할 것으로 전망하고 중장기적 관점에서 로드맵을 실행하고 있고, 수요 둔화라는 일시적인 이슈 때문에 중장기 전략을 급격히 조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제네시스는 내년부터 전기차 등 무공해차만 신차로 출시하는 등 계획을 담은 브랜드 전동화 전략을 현재 고수하고 있다.

제네시스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판매가를 인하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국내에서는 전기차 구매 보조금이 과거에 비해 줄어드는 상황”이라며 “제네시스는 이 같은 업계 분위기 속에서도 결국 전기차 시대가 올 것으로 보고 판매 확대에 고심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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