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그린벨트 관리·활용방안 마련 용역’ 착수
수서차량기지·김포공항 일대, 주변 개발 위해 해제 가능성
우면동 식유촌·송동마을 후보···주변 아파트 개발로 기능 상실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서울시가 53년간 개발이 제한돼 온 그린벨트를 손질하겠다고 나서면서 해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수서차량기지 일대와 김포공항 일대, 우면동 일대 등이 해제 후보지로 거론된다. 대부분 주변에 개발 사업이 추진되고 있어 지정 필요성이 낮아졌거나 지정 전후로 인근에 주거지가 조성돼 그린벨트 기능을 상실한 지역이다. 

8일 서울시와 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시는 ‘그린벨트의 효율적 관리·활용방안 마련 용역’을 이달 중 착수할 계획이다. 구역별 여건 분석과 자치구 의견 수렴을 거쳐 올해 안에 그린벨트 조정 및 해제 기준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용역은 올해부터 내년 9월까지 진행된다.

/ 그래픽=시사저널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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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제한구역이라고도 불리는 그린벨트는 서울의 과밀화 현상을 막고 도시의 무질서한 확산 방지, 도시 주변의 자연환경을 보전 등을 위해 1971년 도입됐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영국 그린벨트 제도를 참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린벨트는 서울 중심부에서 반경 15㎞ 안팎, 폭 2~10㎞의 띠 모양을 하고 있다. 그린벨트에서는 건물 신축 등 개발 행위가 제한된다.

서울시 내 그린벨트 규모는 149.13㎢로 서울 전체 면적의 25%에 해당한다. 서울 시내에서 보존 가치가 낮아(3등급 이하) 해제가 가능한 그린벨트는 29.0㎢로 추정된다. 지역별로 서초구가 23.88㎢로 가장 넓고 강서구 18.92㎢, 노원구 15.91㎢, 은평구 15.21㎢ 등이다. 30만㎡ 미만 땅은 서울시가 해제 권한을 갖고 있다. 최대 14.6㎢까지 해제가 가능하다. 30만㎡ 이상 땅은 정부가 해제 권한을 갖는다.

그린벨트 재검토에 나선 건 제도가 시행된지 50년이 넘게 흐른 만큼 변화를 반영할 필요성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서울시는 이번 용역을 통해 개발제한구역 내 불합리한 관리 기준의 적정성을 분석해 현실에 맞게 조정한다는 방침이다. 사실상 도시화된 지역 등 해제가 필요한 지역에 대한 도시관리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번 기회로 개발제한구역에 대한 새로운 관점과 기준이 마련될 것이다”며 “시대적·지역적 변화 속에서 지역주민들이 공감하고 도시의 성장변화에 맞는 공간변화 제시로 주민 불편 해소 및 도시공간 대개조의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수서차량기지 개발 조감도/ 자료=서울시
수서차량기지 개발 조감도/ 자료=서울시

그린벨트 해제 지역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곳은 강남구 수서차량기지 일대와 강서구 김포공항 일대다. 수서차량기지는 현재 그린벨트로 묶여 있다. 과거 탄천 주변의 녹지 공간이었지만 1990년대 수서역세권 공공주택지구가 들어서며 이곳에 차량기지가 놓였다. 주변에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고 있어 새로운 도심지가 형성된 상태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해 수서차량기지를 입체·복합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차량기지 상부를 인공 데크로 덮고 그 위에 최고 16층 높이의 주거·상업·문화시설 등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그린벨트 해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포공항 일대는 전략적 개발사업 대상지로 검토되는 곳이다. 서울시는 지난달 ‘서남권 대개조 구상’을 발표하며 김포공항 일대를 혁신교통지구로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김포공항과 강서농수산물도매시장, 강서운전면허시험장, 메이드필드호텔 등 일대 부지를 활용해 도심항공교통(UAM)·도시철도·간선급행버스(S-BRT) 등을 연계한 미래형 교통허브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항공·모빌리티·첨단재생의료 등 혁신산업 시설도 들어선다. 연내 혁신지구 지정을 완료하고 2026년 착공한다. 아울러 서울시는 김포공항 혁신지구에 UAM 복합환승센터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국토교통부가 김포공항~여의도 구간을 ‘K-UAM 그랜드챌린지 2단계 실증노선’으로 선정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대규모 센터를 만들기 위해선 그린벨트 구역 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김포공항 혁신지구 구상안 / 자료=서울시
김포공항 혁신지구 구상안 / 자료=서울시

집단취락지구(개발제한구역 내 취락을 정비하기 위해 지정한 지구)로 묶인 개발제한구역 내 주거지의 건축 제한 규정 등도 새로 들여다볼 것으로 전해졌다. 대표적으로 서초구 우면동 식유촌·송동마을, 염곡동 탑성마을 등이 있다. 일대는 인근 아파트 단지로 유입인구가 늘어나 각종 도시문제가 발생하며 그린벨트 기능을 상실했다는 평가를 꾸준히 받아왔다. 식유촌·송동마을은 도로 하나 사이로 2009년부터 그린벨트가 해제돼 서초공공주택지구(3304가구)가 들어서 있고, 탑성마을도 2010년부터 내곡공공주택지구(4629가구)가 인근에 조성돼 있다. 3개 마을은 주변에 대단지 아파트로 둘러싸여 있어 공간적으로 사실상 ‘한동네 도시’라는 평가다.

일각에선 강남권 그린벨트를 위주로 해제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강남권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이 산으로 둘러싸여 개발하기 쉽지 않아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형적으로 개발이 용이한 강남권, 그중에서도 개발 면적이 넓은 서초구를 중심으로 해제 검토를 할 가능성이 높다”며 “현재 내곡동 가구단지, 예비군훈련장, 세곡동 자동차운전면허시험장 등도 그린벨트 해제 후보지로 꼽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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