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말 재고털이에도 판매 저조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빌딩 / 사진 = 연합뉴스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빌딩 / 사진 = 연합뉴스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KT가 직원들에게 ‘인공지능(AI) 로봇’ 판매 수량을 수대씩 할당했다. 지난해말 기존 보유 중인 로봇의 재고털이에 나선 바 있지만, 판매 실적이 예상치에 못 미치자 직원 할당에 나섰다.

8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가 할당 판매를 시작한 AI 로봇 물량은 약 1500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들의 반발도 거세다.

한 KT 직원은 “지난 2년 동안 판매한 로봇도 다 계약 해지된 상태”라며 “해당 수량만큼의 목표치가 이번에 팀으로 할당됐다고 한다”고 밝혔다.

구현모 전 KT 대표 체제에서부터 추진된 AI 로봇 사업이 수년째 저조한 실적을 기록 중이다. KT 내부에선 김 대표가 올해 AI 로봇 사업 등 내실 없는 사업을 정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재 KT는 음식점이나 호텔에서 서빙을 돕는 AI 서빙 로봇과 사업장에서 살균 및 소독을 하는 ‘AI 방역 로봇’, 호텔·병원 등에서 물품을 운반하는 ‘AI 배송 로봇’ 등을 현대로보틱스, 베어로보틱스, LG전자 등에서 공급받아 판매하고 있다. 특히 AI 서빙 로봇의 경우, 대당 수천만원에 달하는 로봇을 약정 기한에 따라 월 60만원(부가세 별도)에서 최대 95만원을 받고 빌려주는 임대형 판매를 주력으로 하고 있다.

앞서 KT는 지난해말 한시적으로 LG전자의 서빙로봇(LG클로이)을 36개월 약정(임대형)에 한해 10만원 할인 판매한 바 있다. 기존 월 60만원에서 월 50만원으로 인하했다. 또 실적 확대를 위해 지급하던 정책 지급 금액을 기존 10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한시적으로 인상했다.

KT 내부에선 AI 로봇과 같은 구현모 전 KT 대표 체제에서 추진해 온 사업이 사실상 올해로 끝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실제 김영섭 대표 취임 후 KT는 올해 로봇사업을 ‘조건부 유지’하기로 한 바 있다.

한 KT 임원은 “김 대표는 역대 대표들과 다르게 차근차근히 내실을 다지며 성장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신사업을 마구잡이로 추진하는 것도 안 좋아한다. 아이템이 좋더라도 KT 임직원이 할 수 있는 역량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기 쉽지 않다는 판단”이라고 했다.

이어 “사업이 좋으면 인수합병(M&A)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단 생각을 하고 있다”며 “내실 없는 사업은 다 정리하고 싶어하는데, 기존 해당 사업을 담당하는 임직원의 반발이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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