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근본적 치료제 의미하는 美 FDA '디모드' 목표 신약개발
바이오솔루션·엔솔바이오·강스템바이오텍·입셀···"개발 박차"

[시사저널e=김지원 기자] 국내 바이오 기업이 골관절염 신약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골관절염 치료제 시장은 고령화에 따라 24조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현재까지 승인된 근본적 치료제는 없다. 이에 국내 업계도 골관절염 신약 개발 경쟁에 뛰어들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바이오솔루션, 엔솔바이오사이언스, 강스템바이오텍, 입셀 등이 골관절염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이들은 통증 감소와 조직개선을 통해 관절염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약물인 ‘디모드(DMOAD, Disease-Modifying Osteoarthritis Drugs)’ 치료제 개발을 목표로 한다. 

골관절염은 관절을 이루는 뼈와 뼈 사이에서 충격을 흡수하는 연골이 서서히 손상되거나 퇴행성 변화를 겪으며 통증, 기능장애, 변형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퇴행성관절염이라고도 하며 관절의 염증성 질환 중 가장 높은 빈도로 발생한다. 발병 주원인은 관절의 노화로, 노년층의 대표적인 질환으로도 꼽힌다. 

전 세계 고령화에 따라 골관절염 치료제 수요는 증가하는 추세다. 시장조사기관 프레시던스리서치는 전 세계 골관절염 치료제 시장 규모가 2022년 82억1000만 달러(10조8240억원)에서 연평균 8.38% 성장해 오는 2032년 183억6000만 달러(24조2021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골관절염을 치료할 수 있는 신약은 존재하지 않는다. 골관절염 초기에는 소염진통제를 복용하거나 스테로이드 성분 주사를 맞아 통증을 완화하고, 말기에는 인공관절 수술이 고려된다. 손상된 연골조직을 근원적으로 재생, 복구시키는 치료법은 아직 없는 것이다. 특히 적절한 치료법이 없는 골관절염 중기 단계 환자의 미충족 수요가 큰 상황이다.  

이에 국내 업계도 골관절염 신약 개발에 나섰다. 특히 세계 최초의 근본적 골관절염 DMOAD신약을 개발하고자 한다. DMOAD는 구조적으로 질병 진행을 억제하는 치료제를 뜻한다. 손상된 연골을 재생 치료한다는 점에서 기존 골관절염 치료제와는 다르다. 아직까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DMOAD 지정 요건을 충족한 치료제는 전무하다. 

바이오솔루션은 주사제형의 퇴행성 무릎골관절염치료제 ‘카티큐어셀’을 개발 중이다. 카티큐어셀은 동종의 소아 연골세포를 배양 기술을 이용해 동그란 미세 스페로이드(Spheroid) 형태로 조직한 후, 관절강에 주사하는 치료제다. 증상·기능 개선뿐만 아니라 골관절염 진행 억제와 구조적 개선을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바이오솔루션 관계자는 “염증을 가라앉히는 항염작용과 연골재생을 촉진하는 동화작용을 모두 가진 치료제로 개발 중”이라며 “현재 비임상을 준비중에 있으며, DMOAD 요건을 충족할 수 있는 유효 데이터를 얻기 위해 치료제 설계와 관찰지표 선정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엔솔바이오사이언스(엔솔바이오)는 단백질의 신호전달경로를 조절하는 기전의 무릎골관절염 치료제 ‘엔게디1000(E1K)’의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E1K는 관절연골 조직의 퇴행화를 촉진하는 단백질인 TGF-β1의 신호전달경로를 조절한다. TGF-β1에 결합해 연골조직 퇴행화를 촉진하는 경로만 선택적으로 차단하고, 연골조직 재생을 유도하는 경로는 그대로 유지하게 한다. 연골조직 재생 유도에 더해 통증인자인 NGF 유전자 발현을 감소시켜 통증 경감 효과가 있다는 설명이다. 

E1K는 지난해 10월 국내 8개병원 12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2상을 마쳤다. 엔솔바이오 관계자는 E1K에 대해 “임상 2상 결과가 오는 2분기 나올 예정”이라며 “임상 2상 결과를 토대로 글로벌 기술이전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엔솔바이오 측은 E1K가 디모드 신약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 

 

./자료=각사, 표=정승아 디자이너
./자료=각사, 표=정승아 디자이너

 

강스템바이오텍은 무릎 관절강 내 주사제 형태로, 1회 주사 투여만으로 근본적 치료 효과를 내는 것을 목표로 하는 '퓨어스템-오에이 키트주'의 임상 1상 투약을 완료했다. 이번 임상 1상은 줄기세포 용량별로 저용량, 중용량, 고용량으로 나눠 그룹별 2개월 간격으로 투약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강스템바이오텍은 각 그룹별로 6개월 관찰 후, 임상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퓨어스템-오에이 키트주는 연골로 분화할 수 있는 제대혈 유래 중간엽줄기세포와 연골 분화 미세환경을 조성하는 무세포성 연골기질을 혼합 투여하는 방식으로, 재생 및 면역조절 두가지 경로를 통해 치료 효과를 내는 기전이다. 주입된 줄기세포의 연골 분화와 세포외기질 생산 촉진으로 손상된 연골조직을 효과적으로 재생한다. 1회 주사만으로 연골조직과 무릎 위아래 관절 사이에 존재하는 반달 모양 연골인 반월판을 재생시켜준다는 설명이다.

강스템바이오텍은 MRI 기반 영상의학평가로 연골 재생, 연골하골 구조 개선 등을 직접 확인하는 MRI 기반 영상의학평가를 진행 중에 있으며, 연골 생성과 관련된 바이오마커 7종의 변화 수준, 혈액검사 등 추가적인 검사도 진행하고 있다. 강스템바이오텍 관계자는 “투약 완료 환자를 대상으로 설문지 조사를 진행한 결과, 통증과 관절 기능에서 유의미한 개선이 확인됐다”며 “추가적 검사로 정밀한 결과 분석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입셀은 유도만능줄기세포(iPS세포) 기술을 기반으로, 주사제 방식의 골관절염 치료제 ‘연골 스페로이드(MIUChon)’를 개발 중이다. 현재 연골 스페로이드는 비임상 시험을 끝내고, 임상에 진입하려는 단계다.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임상 1상 시험계획(IND)을 신청했으며, 관련 자료 제출을 다 마친 상태다. 

연골 스페로이드는 어떤 세포로든 분화할 수 있는 분화능과 무한공급성을 지닌 iPS세포의 특성을 이용했다. 먼저 iPS세포를 이용해, 연골 세포를 만든다. 이후 만든 연골 세포를 우리 몸에 주사제로 넣어주면, 들어간 연골세포가 기존에 닳아 없어진 연골 부위에 생착돼 재생하는 방식이다. 

특히 입셀이 자체 개발해 특허를 보유 중인 살아있는 세포를 동그란 구형으로 만드는 ‘스페로이드’ 기술을 이용했다는 설명이다. 단일세포 형태로 주입할 경우 세포가 너무 작고 떠다녀 타깃 부위에 부착되거나 유지되지 않는 단점이 있다. 이에 주사제로 투여 가능한 크기로 동그란 구형 세포를 만들어, 구슬 형태의 스페로이드 주사를 통해 인체에 투여 가능하도록 했다. 

입셀은 스페로이드 1회 주사만으로도 치료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입셀 관계자는 “현재 1회 투여로 임상 디자인을 한 상황”이라며 “골관절염의 경우 수술을 하더라도 재발가능성이 있는데, 주사제로 간편하게 치료 가능하다는 점에서 미충족 수요를 충족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에서는 현지 기업 ‘바이오스플라이스’(Biosplice Therapeutics)의 골관절염 파이프라인인 ‘로어시비빈트’가 미 FDA로부터 근본적 골관절염 치료제를 뜻하는 ‘디모드’ 인증을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로어시비빈트는 관절강 주사제로, 지난해 11월 임상 3상에서 골관절염 통증완화와 염증 억제, 연골 재생 등의 효과를 보이며 유효성을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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