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만 소각 없는 자사주 매입”···“주주가치 제고가 경영권 방어 정도”
“기업 지배구조 개선 위해 사외이사 인력풀 대량 양성할 것”

이남우 한국기업커버넌스포럼 회장/사진=이승용 기자
이남우 한국기업커버넌스포럼 회장/사진=이승용 기자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이남우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지난달 제3대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에 취임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국내기업들의 지배구조 개선을 목적으로 지난 2019년 12월 12일 설립된 비영리법인으로 현재 국내 행동주의펀드들의 모태이자 허브 역할을 맡고 있다.

이 회장은 과거 시카고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를 따고 1988년 대우증권에 입사하며 증권가에 발을 들였다. 30대 중반에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을 맡기도 했지만 그의 경력 대부분은 JP모건, 메릴린치, 노무라증권 등 외국계 증권사로 채워져 있다.

외국인들이 한국 증시를 어떻게 보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셈이다. 인터뷰를 통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결방안을 들어봤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3대 회장에 취임하셨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국내 행동주의펀드의 모태라는 평가도 받는다.

설립된 지 이제 5년차인데 금융인이 한 50명, 변호사가 30명, 학자 등 20명 해서 총 100명 정도 된다. 홈페이지에는 사회적으로 활동하는 20~30명만 공개하고 있다.

금융인들은 독립된 자산운용사 창업자 CEO들이 많다. 행동주의펀드들은 대부분 가입해있다.

법 제도가 중요하다보니까 최근에는 변호사분들도 많이 가입하셨다. 김지웅 변호사는 우리나라에서 소액주주운동만 30년 한 사람이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영향으로 저PBR종목, 특히 은행주들이 많이 올랐다. 장기적으로 주가가 지속 상승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메리츠금융지주가 충분히 증명했다고 본다. 메리츠금융지주 시가총액은 PBR 1.7배에 달하고 하나금융지주랑 거의 비슷하지 않은가. 주주환원율을 50% 이상하겠다는 메리츠금융지주 주가 추이를 보면 재무건전성이 확보된 KB금융 주가도 주주환원 강화를 통해 충분히 더 오를 수 있다.

특히 은행주는 정부의 입김이 줄어들수록 많이 변할 수 있다. 최근에는 그런 방향으로 변하고 있어서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얼라인파트너스가 JB금융 사외이사로 이 회장을 추천했다. JB금융의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일단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와 개인적 친분은 없다고 밝힌다. JB금융을 대충 들여다보니 회장님이 너무 본인이 열심히 하시려고만 한 거 같다. 이사회가 에이스급으로 꾸려지지 않은 것 같았다. 좀 더 좋은 분들을 모실 수 있다고 생각한다.

덩치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밸류를 키우는 것, 주당 지표를 관리하는 것이 목표여야 한다. 이창환 대표가 하는 말이 이론적으로는 맞는데 아무래도 30대 후반의 나이 때문에 은행 사외이사나 이사회 의장 등이 불편해하는 거 같아서 나이 좀 되는 제가 도와드리고 있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선거용 아니냐 이런 의혹도 많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도 B-학점을 주지 않았나

고위직에 친구들이 있는데 이야기 들어보면 위에서 시킨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일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시기적으로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인 면도 있지만 이제는 불이 달아올라서 끌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큰 선순환의 흐름을 지금 탄다고 생각한다.

아직 구체적으로 밝힌 것도 없고 4개월 후에 가이드라인 만든다고 하니 여러 변수가 많기에 A학점을 줄 수 없었던 것이다. B-학점도 나름 잘 준 것이다. 실제로 정부 관계자 이야기를 들어보면 무엇을 해야하는 지를 다 알고 있고 시나리오가 다 준비되어 있다.

-주가를 올리려면 거버넌스 외 다른 요인도 필요하지 않나

주가는 결국 성장성의 함수다. 거버넌스 외에 금리 등 다양한 변수가 있다. 삼성전자도 거버넌스는 안 좋았지만 워낙 돈을 많이 버니까 주가가 급등했던 것이다.

하지만 장기 성장성에 대해 확신을 주기 위해서는 거버넌스가 해결되어야 한다. 어떤 회사는 매년 20%씩 10년간 성장하고 어떤 기업은 10%, 0%, 40% 등 들쑥날쑥하다. 꾸준한 성장은 장기 성장성에 대해서 확신을 주어야 가능하고 이는 거버넌스 문제와 관련이 깊다.

지금 젊은이들이 국내 증시 대신 미국 증시에 투자하는데 이는 저출산 문제처럼 심각한 문제다. 그동안 기업들이 주주환원을 안 하고 독단적으로 경영하니까 사람들이 실망한 거라고 본다.

-코리아디스카운트 원인 중 과도한 상속세를 꼽는 사람들도 많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배당 분리과세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일단 국내 상속세와 배당에 따른 소득세가 지나치게 높은 것은 맞다고 본다. 대주주가 거액을 배당받으면 50% 이상 세금을 내는 상황에서는 배당 대신 가급적 현금유보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배당 분리과세를 실시하면 분명 기존보다 배당을 더 많이 할 것이다.

하지만 기업들이 갑자기 변할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먼저 기업들이 좀 변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업들이 변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상황에서 상속증여세를 먼저 낮추는 것도 좋지 않다는 판단이다.

-일부 행동주의 펀드들의 배당 요구가 과도하다는 지적도 있다. 과도한 배당은 투자여력을 약화하지 않는가

그것은 기업이 판단할 몫이다. 기본적으로 회사가 버는 현금하고 쌓인 현금을 구분하고 투자와 배당, 자사주매입 같은 주주환원 비율을 이사회가 결정해야 한다.

그동안 행동주의펀드들의 요구 사안 가운데 90%가량은 지나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기업들이 현금을 워낙 많이 갖고 있거나 버는 현금이 많은 케이스가 대부분이다.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 후 소각을 법으로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소각을 안 하는 자사주 매입은 원래 있을 수가 없는 것이다. 오로지 대한민국에만 있다. 자사주를 매입해서 소각을 안 하면 일반주주들은 혜택이 아무것도 없다. 오로지 대주주만 이득이다.

자체적으로 한국에 투자하는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조사했는데 80~90%는 한국의 자사주 매입은 시장에 나올 리스크가 있으니까 자사주 매입으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한다. 미국 시애틀주 같은 경우에는 자사주 항목 자체가 없어서 무조건 소각해야 한다.

자사주 소각을 법으로 규제해야 하는 상황 자체가 뒤떨어진 것이다. 기업들이 지금 말이 안 되는 일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결국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은 경영권 방어가 목적이 아니겠는가

내가 경영을 잘하고 이익을 많이 내서 높은 주가를 유지하면 아무도 건드리질 않는다. 제대로 된 경영권 방어는 높은 주가와 시총을 유지하는 것이다. 지금 미국 빅테크기업 경영권에 대해서 시비를 거는 사람들은 없다. 행동주의펀드들도 경영권 탈취가 목적인 경우는 없다.

일각에서 차등의결권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는데 미국도 창업자에 한해서만 차등의결권을 인정한다. 자식을 포함해 창업자가 아닌 타인에게 주식이 넘어가는 순간 차등의결권은 없어지고 보통주로 바뀐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 추진하는 중기 프로그램이 있는가

우리나라 거버넌스가 주어지려면 독립된 이사회가 필요한데 사외이사 풀이 별로 없다. 4년 전에 이화여대랑 여성 사외이사 과정을 만들었는데 250명 졸업했고 20여명은 사외이사가 됐다.

여성에 국한하지 않고 좀 더 제대로 트레이닝이 된 사외이사 후보를 양성하는 게 목표다. 지금 준비하고 있다. 1년에 100명, 200명씩 사외이사 후보군을 양성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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