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젤, 보툴리눔 톡신 ‘레티보’ 美 FDA 품목 허가
"국내 첫 미국·유럽·중국 빅3 톡신 시장 진출"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휴젤이 보툴리눔 톡신 제제 '레티보'(국내 제품명 보툴렉스)의 미국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미국 진출이 가시화되면서 글로벌 시장 지배력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포부다. 다만 메디톡스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소송전에 따른 분쟁 리스크는 여전한 변수로 남아있다.

휴젤 보툴렉스(수출명 레티보) 미국 품목허가./표=김은실 디자이너
휴젤 보툴렉스(수출명 레티보) 미국 품목허가./표=김은실 디자이너

5일 업계에 따르면 휴젤이 지난 29일(현지시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보툴리눔 톡신 제제 레티보 50유닛과 100유닛에 대한 정식 허가를 획득했다. 적응증은 중등도 및 중증 미간 주름이다. 이로써 휴젤은 국내 기업 최초로 글로벌 3대 톡신 시장에 모두 진출한 기업으로 등극했다. 레티보는 미국을 포함해 총 63개국에서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현재 미국 시장에 출시된 톡신 제품은 미국 애브비 ‘보톡스’, 프랑스 입센 ‘디스포트’, 독일 멀츠 ‘제오민’, 대웅제약 ‘나보타(미국 제품명: 주보)’, 미국 레반스 ‘댁시파이’ 등 6개 품목이 있다. 휴젤은 레티보로 기출시된 경쟁사 제품들과 점유율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세계 최대 보툴리눔 톡신 시장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빅마켓이다. 지난 2022년 기준 전 세계 보툴리눔 톡신 시장 규모는 72억 3000만달러(약 9조3000억원)로 추산된다. 이 중 미국 등을 포함한 북미 지역 시장 규모는 47억 7000만달러(약 6조1000억원)로 전체의 약 66%를 차지한다. 국내 기업을 비롯해 글로벌 톡신 기업들이 미국 진출을 시도하는 이유다.

휴젤은 올해 중순 레티보 제품 런칭을 목표로 미국 진출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현지 파트너사와 함께 위탁판매 방식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2018년 휴젤은 미국 시장 진출에 대비해 현지 법인인 휴젤아메리카를 설립한 바 있다. 휴젤은 지난해 캐나다에서 레티보를 런칭하는 등 북미 진출 경험이 있는 만큼, 빠르게 시장에 안착하겠다는 목표다.

휴젤 관계자는 “현지 파트너사와 협업해서 시장 특성에 맞는 판매 전략을 수립해 제품 출시를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휴젤은 2021년부터 3년간 레티보 FDA 품목 허가 여정을 이어왔다. 그러나 FDA로부터 서류 보완을 요구받으며 허가 과정이 지연됐다.

앞서 휴젤은 지난 2021년 3월 FDA에 처음으로 레티보 품목허가신청서(BLA)를 제출했다. 그러나 이듬해 3월 FDA로부터 공장 추가 설비 및 허가사항에 대한 보완요구서한(CRL)을 받았다. 휴젤은 FDA 제출 자료를 보완해 2022년 10월 FDA에 BLA를 다시 신청했다. 하지만 2023년 4월 또다시 CRL를 수령하면서 두번째 고배를 마셨다. 휴젤은 FDA의 지적사항을 보완해 같은 해 8월 다시 품목허가를 신청했고, 지난 2월 최종적으로 레티보 품목허가를 따냈다.

위해주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리포트를 통해 “휴젤의 레티보가 미국 FDA로부터 품목 허가 승인을 획득했다”며 “아직 판매 방식은 확정되지 않았으나 직판 시 비용 투하가 높다는 점을 고려, 공동 판매 전략을 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경쟁사인 에볼루스 사례를 참고했을 때 공동 판매 시 선호되는 파트너사는 미국 기업”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레티보 미국 시장 안착까지는 변수가 상존해 있다. 휴젤은 2022년 3월부터 메디톡스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소송을 벌이고 있다. 메디톡스는 휴젤이 자사의 보툴리눔 톡신 공정 및 균주를 도용했다고 주장하면서다. 휴젤은 사실무근이라며 맞서는 중이다. ITC는 휴젤의 ‘균주 절도’ 여부로 오는 6월 예비판결을 앞두고 있다. 오는 10월 최종 판결이 예정돼 있다. 

휴젤이 패소하게 되면 수입배제·중지 명령으로 미국행이 좌절되거나 원고 측에 거액의 합의금을 배상해야 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FDA의 레티보 승인으로 시장 규모가 가장 큰 미국에 진출하게 된 것은 휴젤의 해외 실적에 엄청난 상승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다만 메디톡스와의 ITC 분쟁 리스크와 미국 파트너사의 영업 능력 등이 추후 시장 안착에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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