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률 1대 1 넘으면 부동산원 청약홈 통해 잔여가구 공급해야
층‧향 따라 당첨되고도 계약 안하는 사례 증가에 건설업계의 견본주택 운영비 증가

'먼저 청약넣고 당첨되면 고민한다'는 선당후곰 청약자들로 인해 시행, 건설사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청약경쟁률이 1대 1이 넘어가면 부동산원 청약홈을 통해 무순위 청약으로 잔여주택을 공급해야 해서다. 분양 마감 기간은 늘어나고, 견본주택 내 인건비를 포함한 운영비 증가 등의 문제지적이 끊이질 않는 만큼 관련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 이미지=정승아 디자이너
'먼저 청약넣고 당첨되면 고민한다'는 선당후곰 청약자들로 인해 시행, 건설사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청약경쟁률이 1대 1이 넘어가면 부동산원 청약홈을 통해 무순위 청약으로 잔여주택을 공급해야 해서다. 분양 마감 기간은 늘어나고, 견본주택 내 인건비를 포함한 운영비 증가 등의 문제지적이 끊이질 않는 만큼 관련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 이미지=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수도권·지방 간 청약시장 양극화가 가속화 하는 가운데 경쟁률이 치솟는 서울에서는 이른바 '선당후곰(일단 주택 청약에 당첨된 후 계약고민은 나중에 하는 형태)'의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특별한 자격이 필요치 않은 무순위 청약에서 이와 같은 모습은 더욱 두드러진다. 그러나 건설사나 시행사들은 청약자들의 선당후곰 태도를 지양할 것을 호소하고 있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서초구 메이플자이는 평균경쟁률 442.3대 1을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반면, 강서구 화곡동 더리브 스카이 주상복합아파트는 하루 전인 4일까지 이른바 줍줍이라 불리는 임의공급을 제 13차까지 진행했다. 업계에서는 이번에도 해당 사업장 잔여세대가 모두 새 주인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럼에도 사업 주체는 총 130가구 가운데 20세대의 잔여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견본주택을 운영해야 한다. 청약경쟁률이 1대 1을 넘는 분양 사업장의 미계약 물량은 시행 주체가 임의로 판매하는 게 불가해서다. 현행 무순위 청약 강제 규정에 의거해 반드시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시스템을 통한 무순위 청약으로 공급하게 된다.

그런데 자격요건이 안되는데도 청약을 하거나 당첨이 되고도 층과 향이 안 좋다며 계약을 포기하는 방식으로 선당후곰을 지향하는 허수 지원자들로 인해 청약경쟁률이 1대 1을 넘어서면 시행사들은 잔여 물량에 대해 또다시 청약홈 절차에 따른 무순위 청약 진행을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보통 한 번의 무순위 청약을 진행할 때마다 한 달 정도의 기간이 걸리는 데다 이를 위한 견본주택 유지, 견본주택 내 근무자 인건비 등 시간과 비용이 상당히 많이 소비된다.

한 시행업계 관계자는 “올 초 분양한 고가 주택의 일부타입 경쟁률이 다행히 1대 1이 넘지 않았다”라며 “부동산원을 거치지 않고도 회사가 임의로 잔여물량을 판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무순위를 통해 바로 당첨자가 생기고 계약을 진행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을 바에야 차라리 청약경쟁률이 1대 1 미만으로 낮게 나오는 게 비용 절감 차원에서는 낫다”고 덧붙였다.

실제 지난해 10월 일반공급 청약 당시 평균경쟁률 99.7대 1의 경쟁률을 보였던 답십리 아르테포레도, 평균 경쟁률 14대 1을 기록한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도 첫 일반분양 모집공고 이후 수개월이 지난 지난달 말까지 N차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다. 오히려 높은 청약경쟁률이 독이 된 셈이다.

부동산업계에서도 청약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데 동감하고 있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주택공급이 공정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지금같이 시장 상황이 마냥 좋지만은 않을 땐 계약의사 없는 묻지마 청약이 시행사의 행정과 자원 낭비만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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