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란 옹이가 새겨진 집

무엇보다 집은 따뜻하고 안락한 공간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안민지 씨. 그녀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꾸린 프렌치 하우스는 어쩐지 정겨운 느낌으로 가득하다.

가슴이 절로 따뜻해지는 풍경

울산에서 인테리어 디자인 스튜디오 ‘플랜디@pland_official‘를 운영하며 바쁜 일상을 보내는 안민지 씨. 그녀는 남편 서영대 씨와 함께 꾸린 네 번째 집에서 사랑스러운 두 딸과 함께 행복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이 집으로 이사를 오게 된 건 그녀가 바랐던 3가지 조건을 완벽히 충족했기 때문. 먼저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 놀아도 층간소음 걱정이 없는 곳일 것. 여기에 창가 너머로 지나가는 새들을 보는 것을 즐겼던 첫째 딸아이의 감수성을 길러주기 위해 자연과 어우러지는 공간일 것. 마지막으로 가족이 함께할 거실 공간이 충분히 확보될 것. 지금의 집은 아파트지만 1층인 데다 관리가 잘된 산책로가 널찍한 거실에서 훤히 보인다. 이곳에서 그녀는 스타일링만으로 멋을 낸 그동안의 집과는 달리 기본 틀부터 자신이 원하는 것들로 채워 넣었다. 그녀는 주로 상업 공간을 작업할 때 주변 환경을 천천히 살펴본 다음 느낀 것들을 디자인에 반영하는 편이다. 주거 공간에서도 마찬가지로 산책로에 펼쳐진 소나무에서 영감을 받아 옹이 많은 원목마루를 공간 전체에 깔았다. 한번 공사하면 다시 뜯어내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수많은 현장에서 경험으로 몸소 깨달은 그녀는 이처럼 마감재 선택에 가장 공을 들였다. 거실 한쪽 벽면에는 레일을 깔아두고 기분에 따라 아이템을 바꿔가며 자신이 추구하는 스타일을 테스트해 보는 공간도 확보해 두었다. 안민지 씨는 주말마다 자신이 좋아하는 프렌치 무드의 주방에서 가족을 위해 요리를 하는데, 부엌에 서서 남편과 아이들이 거실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을 보면 충만한 행복감을 느낀다. “집이 무슨 의미냐고 물어보셨죠. 저는 집이라는 단어만 떠올려도 가슴이 뭉클해져요. 남편과 아이들과 함께한 따스한 기억이 쌓여 있는 공간이니깐요.“ 그녀는 사랑하는 가족과, 자신이 추구하는 스타일로 꾸민 이 집의 거실에서 이번 주말도 함께한다.

베르데@verde_wood_floor 원목마루를깐 거실 공간. 옹이진 마루가마치 베란다 밖의 소나무를 연상시켜 실내와 실외의 풍경이 하나처럼 이어지는 느낌을 받는다.
베르데@verde_wood_floor 원목마루를깐 거실 공간. 옹이진 마루가마치 베란다 밖의 소나무를 연상시켜 실내와 실외의 풍경이 하나처럼 이어지는 느낌을 받는다.
블라인드는 메종엘바라maisonelbara.com 제품.
블라인드는 메종엘바라maisonelbara.com 제품.
프랑스에 실제 존재하는 어느 가정집이 연상될 정도로 프렌치 감성을 물씬 담은 채운 다이닝룸. 스틸 선반은 무인양품mujikorea.net
프랑스에 실제 존재하는 어느 가정집이 연상될 정도로 프렌치 감성을 물씬 담은 채운 다이닝룸. 스틸 선반은 무인양품mujikorea.net

 

이 집에서 저희가 살아가다 보면 하루하루 작은 흔적들이 남게 되겠죠?

당연히 마루에 흠집도 남을 테고요.

저는 그런 것조차 가족과

함께한 이야기처럼 느껴져서 이 집이 변화해

갈 모습이 더 기대됩니다.

 

올해 다섯 살이 된 귀여운 딸아이가 파스텔톤의 비트라vitra.com 팬톤체어에 앉아 있다.
올해 다섯 살이 된 귀여운 딸아이가 파스텔톤의 비트라vitra.com 팬톤체어에 앉아 있다.
안민지 씨의 업무 공간 겸 서재. 그녀가 어린 시절부터 사용해 온 피아노와 결혼한 이후 하나둘 모은 가구들이 한 공간에서 공존하고 있다.
안민지 씨의 업무 공간 겸 서재. 그녀가 어린 시절부터 사용해 온 피아노와 결혼한 이후 하나둘 모은 가구들이 한 공간에서 공존하고 있다.

오래 보아도 좋을 내추럴 프렌치 스타일

인테리어 트렌드는 매년 빠르게 바뀌어간다. 자신의 취향을 확립하지 않고 트렌드만을 좇아 집을 꾸민다면 유행이 바뀌었을 때 공간이 더 이상 눈에 차지않을 경우가 많다. 그런 관점에서 안민지 씨의 집은 유행과는 별개로 자신이 추구하는 바를 명확히 알고 구현해 낸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트렌드는 트렌드일 뿐이에요. 저는 상담할 때도 그게 본인 삶에 들어왔을 때 정말 잘 맞을지를 꼭 고민해 보시길 권해요” 프렌치 스타일은 그녀가 15년 넘게 인테리어 업계에서 종사하며 내린 결론이다. 안민지 씨는 이 집에서 많은 이들이 추구하는 미니멀한 인테리어와 상반하는 자신만의 프렌치 스타일을 펼쳐냈다. 공간 곳곳에 쓰인 몰딩과 장식적인 디테일의 손잡이는 프렌치 스타일의 전형이면서도, 가구는 스틸 프레임으로 된 현대적인 것들을 일부 가미해 전형성에서 탈피했다. “인위적인 것보다는 자연 그대로의 느낌을 주는 것을 좋아해요. 그런 것들이 대부분 보기에도 마음이 편안해지니깐요”라고 말하는 안민지 씨. 그녀의 취향을 가득 담아 일반적인 가정집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는, 마치 시골의 할머니 집에서 본 듯한 옹이가 그대로 살아 있는 원목마루가 깔린 집 안에는 훈훈한 온기가 가득 감돈다. 또한 이 집을 더욱 특별하게 보이게 만드는 작은 소품들은 시공 현장에서 남은 자투리 재료를 활용해 제작한 것들이다. “저 스스로는 이런 스타일을 ‘내추럴 프렌치 인테리어’라고 정의하고 있어요.“ 유행에 휩쓸려 산 물건이 아닌, 자신의 확고한 취향이 정립된 후에 들인 가구들은 10년이 지난 지금 보아도 여전히 질리지 않는다. 이처럼 그녀와 세월을 함께해 정이 든 아이템들과, 그동안 쌓아온 취향으로 채운 집. 이곳에서 그녀는 가족과 함께 새로운 이야기를 써 내려간다.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옹이 진 마루에 상처가 깊이 날지라도, 그것조차 삶의 일부임을 받아들이면서 말이다.

슬랩 타일을 깐 안방 욕실. 오른편에는 LX지인lxzin.com의 심리스 세면대가 설치되어 있다. 안민지 씨는 이곳에서 자매간에 물놀이를 하는 장면을 상상하며 공간을 디자인했다.
슬랩 타일을 깐 안방 욕실. 오른편에는 LX지인lxzin.com의 심리스 세면대가 설치되어 있다. 안민지 씨는 이곳에서 자매간에 물놀이를 하는 장면을 상상하며 공간을 디자인했다.
의자는 놀knoll.com, 딸아이의 전용 화장대에 놓인 거울은 드아를de arles -.com, 테이블은 허먼밀러spacelogic.co.kr 제품이다.
의자는 놀knoll.com, 딸아이의 전용 화장대에 놓인 거울은 드아를de arles -.com, 테이블은 허먼밀러spacelogic.co.kr 제품이다.

CREDIT INFO

editor    권새봄
photographer     김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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