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례신도시 주민들 집단행동 나서
지난해 실시협약 협상 이후 진척 없어
실시협약안 민투심서 논의조차 안 돼
공사비 인상 반영에 기재부 난색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위례신도시 핵심 교통망으로 꼽히는 ‘위례~신사 간 경전철’(위례신사선) 사업이 기약 없이 지연되면서 주민들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위례신사선 사업은 서울시와 시공사가 협상을 완료했지만 공사비 문제로 아직까지 별다른 진척이 없는 실정이다.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철도망 부재로 아파트값도 약세를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위례공통현안비상대책위원회(이하 위례비대위)는 이날 서울시청과 GS건설 본사 앞에서 위례신사선의 조속 추진을 촉구하기 위한 집회를 열었다. 이번 집회엔 위례신도시 주민 100여명이 참석했다. 지난해 8월 대규모 집회에 이은 강경 대응이다. 주민들이 집단행동에 나선 건 위례신사선 사업이 2014년 첫 입주 이후 10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어서다.

/ 그래픽=시사저널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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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례신사선은 위례신도시와 서울 강남구 신사역(3호선·신분당선) 구간 14.7km을 11개역으로 경전철로 잇는 도시철도계획 사업이다. 2008년 2기 신도시로 건설된 위례신도시의 광역교통개선대책의 일환으로 계획됐다. 그러나 민간투자사업자로 선정된 업체의 중도 포기로 사업이 좌초되며 지연돼 왔다. 이후 2018년 민간적격성조사을 거쳐 2020년 GS건설 컨소시엄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면서 사업이 속도를 냈다.

서울시와 GS건설 컨소시엄은 2022년 8월 가협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3월엔 실시협약 협상이 마무리되며 행정예고까지 이뤄졌다. 행정예고는 위례신사선 관련 계약이 최종 성사됐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이다. 이후 서울시와 GS건설 컨소시엄은 실시협약 체결을 목표로 기획재정부 주재 민간투자심의위원회(민투심) 의결을 준비했다. 실시협약 체결을 끝내야 실시설계를 완료할 수 있고 착공까지 나아갈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민투심 논의 테이블에 오르지 못하고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다. 실제 위례신사선은 민투심이 열릴 때마다 상정 대상으로 늘 거론됐지만 단 한 차례도 오른 적이 없었다.

실시협약안이 통과하지 못한 건 기재부가 자재 가격변동에 따른 총사업비 증가분 반영방안에 난색을 표하면서다. 위례신사선 사업은 수익형 민간투자사업-위험분담형(BTO-rs)으로 추진되고 있는데 총사업비 50%를 건설보조금으로 지원한다. 총사업비가 달라질 경우 정부의 건설보조금도 달라질 수 있다. 기재부는 주요 자재가격 30% 초과 증감분에 따른 총사업비 변경안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또한 총사업비에 반영하는 자재값 상승분의 산정 기간이 길어 정부가 지원하는 금액이 계속해서 변동될 수 있고 이용자들의 사용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후 서울시와 GS건설 컨소시엄은 현재까지 적정한 총사업비가 반영된 실시협약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위례공통현안비상대책위원회가 서울시청 앞에서 답보상태에 놓인 위례신사선에 대한 대책을 제시해 달라는 시위에 나섰다. /사진= 위례공통현안비상대책위원회
위례공통현안비상대책위원회는 28일 서울시청 앞에서 답보상태에 놓인 위례신사선에 대한 대책을 제시해 달라는 시위에 나섰다. / 사진= 위례공통현안비상대책위원회

여기에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등 대형 이슈에 밀린 점도 사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민투심에선 정부는 물론 국민적 관심이 많은 GTX에 현안이 집중돼 있다”며 “4월 총선을 앞두고 있는 만큼 수도권 표심을 위해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고 말했다. 이어 “위례신사선 등 개별사업 안건은 민투심에 명함을 내밀기 어려운 실정이다”고 덧붙였다.

수도권에서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철도망이 없다보니 아파트값도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위례신도시 아파트값은 수원 광교신도시 등 서울에서 떨어진 지역과도 비슷하거나 더 낮은 수준을 보였다. 위례신도시 일대 아파트값은 전용면적 84㎡ 기준 13억~15억원에 형성돼 있다. ‘송파 꿈에그린 위례24단지’가 지난달 14억5000만원(12층)과 ‘위례 센트럴자이’가 지난해 12월 13억8500만원(9층) 등에 팔렸다. 신분당선이 들어선 광교에선 지난달 ‘자연앤힐스테이트’가 14억5000만원(15층), 1월 ‘광교중흥S클래스’가 15억1000만원에 거래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위례신도시는 현재 입주율이 91%에 달하지만 제대로 된 철도가 하나도 없다”며 “교통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에 광교뿐 아니라 광명, 인덕원 등에 비해 경쟁력이 약한 편이다”고 말했다. 이어 “위례신도시 입주민들은 입주 당시 광역교통시설부담금으로 가구당 평균 1400만원을 냈지만 위례신사선을 이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15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며 “서울시와 시공사도 큰 의지가 없어 주민들의 불만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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