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볼빙 수수료율 상승으로 이용 문턱 높아져···최대 18%대
카드론 잔액은 한달 새 4000억원 이상 급증
“카드론-리볼빙 상호 대체 관계···비교적 금리 낮은 카드론에 수요 몰린 듯”

카드업계 리볼빙 이월잔액 추이/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카드업계 리볼빙 이월잔액 추이/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결제성 리볼빙(일부 결제금액 이월약정) 이월잔액이 감소세로 돌아섰다. 리볼빙 수수료율이 매달 오름세를 나타내면서 이자 부담이 확대되자 카드소비자들이 이용이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27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기준 8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BC카드)의 리볼빙 이월잔액은 7조402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7조4378억원) 대비 353억원 줄어든 규모다.

리볼빙 이월잔액은 지난해 11월 말 7조5115억원으로 정점을 기록한 이후 12월과 11월 두달 연속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리볼빙 서비스는 카드 소비자가 연체를 방지할 때 이용하는 서비스로 일정 비율의 카드 대금을 내면 나머지 잔액은 연체 없이 이월돼 나중에 갚을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연체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월된 금액에 대해 16%대의 높은 수수료율이 적용되기 때문에 연체를 피하려다 오히려 이자 부담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

지난해 고금리·고물가 상황이 심화되면서 결제대금 상환이 어려워진 카드 이용객이 늘어남에 따라 리볼빙 이월잔액은 꾸준히 증가세를 이어온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카드사들의 리볼빙 평균 수수료율이 최대 18%대에 달하는 등 수수료 부담이 확대되자 리볼빙 서비스를 찾는 카드 이용객이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리볼빙 금리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다. 작년 6월 말 기준 8개 전업카드사의 리볼빙 서비스 평균 수수료율은 16.41%였으나 지난해 12월 말에는 16.68%로 반년 만에 0.27%포인트 상승했다. 올해 1월까지도 오름세를 지속하면서 평균 수수료율은 16.85%로 17%에 육박한 상황이다.

카드사별로 살펴보면 롯데카드의 평균 수수료율이 18.07%로 가장 높았다. 8개 카드사 중 리볼빙 평균 수수료율이 18%대를 기록한 곳은 롯데카드가 유일하다. 뒤이어 ▲KB국민카드 17.52% ▲하나카드 17.01% ▲신한카드 16.87% ▲우리카드 16.78% ▲현대카드 16.61% ▲BC카드 16.27% ▲삼성카드 15.67% 순이었다.

아울러 리볼빙 서비스 대비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카드론으로 카드 이용객들의 자금 조달 수요가 몰린 점도 리볼빙 이월잔액 감소세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카드론 잔액은 올해 들어 한달 간 4000억원 넘게 급증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8개 전업카드사의 지난달 말 기준 카드론 잔액은 36조2736억원으로 전월(35조8381억원) 대비 4355억원 늘었다. 작년 12월에는 연말 성과급 등 효과로 같은 해 11월(35조9609억원)보다 카드론 잔액이 1200억원가량 줄었으나 올해 들어 다시 늘어나며 역대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

올해 1월 말 기준 8개 카드사의 카드론 평균금리는 14.63%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리볼빙 평균 수수료가 17%에 육박하는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이에 상환 능력이 약화된 카드 이용객들 사이에서 금리가 높은 리볼빙 서비스 대신 만기가 길고 금리도 낮은 카드론을 활용하려는 수요가 늘어난 것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카드론 잔액 증가가 리볼빙 이월잔액 감소에 영향을 미친 측면이 있다”며 “리볼빙 서비스와 카드론은 서로 대체 차입수단으로 활용되는데 최근 카드사들은 수익성 제고를 위해 마진이 높은 카드론 공급을 확대할 필요성이 커진 반면 리볼빙은 부실 우려로 취급을 늘리기가 부담스러워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카드 이용객 입장에서도 최근 리볼빙 수수료율이 18%를 넘어서는 등 이자 부담이 커지자 리볼빙 대신 비교적 금리가 낮은 카드론을 대체 수단으로 자금을 조달하려는 움직임이 늘어났고 그 결과 리볼빙 이월잔액이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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