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 가락1·2, 조합설립인가 취소
옥수동서 4백억대 분양사기도
동작·관악 지주택 파산 잇따라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서울 지역주택조합 사업이 안갯속으로 빠져드는 형국이다. 정비사업 대비 감시와 규제가 허술한 틈을 타 온갖 비리가 발생하면서 줄줄이 좌초되고 있다. 여기에 부동산 침체기에 부실 사업장까지 늘고 있어 피해가 계속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2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송파구는 송파구 가락 1·2지역주택조합에 대한 조합설립인가를 취소했다. 앞서 감사원이 ‘송파구 지역주택조합 지도·감독 관련 감사 결과‘를 송파구에 통보한 데 따른 조치다. 구청이 법원 판결을 받지 않고 지역주택조합을 직권 취소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두 지역주택조합은 2015년과 2016년 설립 당시 사문서 위조, 허위 토지사용승낙서, 허위 조합원 모집 서류 등을 제출하는 등 부정한 방법으로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 당시 조합이 제출한 토지사용승낙서에선 작성일자와 인감증명서 발급일자가 확인되지 않은 사례가 적발됐다. 아울러 2010년 다른 지역주택조합 설립을 위해 작성된 토지사용승낙서를 토지소유자 동의도 받지 않은 채 복사해 송파구에 제출하기도 했다.

또한 송파구에 제출한 일부 토지사용승낙서는 작성연도가 2010년으로 유효기간(1년)이 한참 지난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가 된 토지사용승낙서를 제외하면 토지사용권원 확보율은 각각 76.8%, 77.9%로 조합설립인가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조합설립인가를 받으려면 구역 전체 면적의 80% 이상에 해당하는 토지사용승낙서를 확보해야 한다.

가락1·2지역주택조합은 서울 지하철 3·5호선 오금역과 3호선 경찰병원역이 가까워 역세권 장기전세주택 사업 등을 추진하던 곳이다. 각각 20층·384가구, 20층·538가구 규모 아파트를 지을 계획이었다. 조합원 수는 747명이다. 이중 절반이 넘는 380명이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했다.

옥수동 지역주택조합 사업 조감도 / 자료=분양 홈페이지 캡처

이번 조합설립인가 취소로 인해 사업 불확실성은 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결과로 인해 처음부터 다시 단계를 밟아 사업을 진행할 가능성이 커졌다”며 “조합설립 이후에도 전체 사업부지 95% 이상 소유권을 확보하고 사업계획승인까지 받아야 착공에 들어갈 수 있는 만큼 정상화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옥수동에선 지역주택조합 사업이 480억원대 분양사기로 논란이 됐다. 해당 지역주택조합은 2017년 “옥수동 일대에 지하 5층~지상34층, 4개 동, 592가구 규모 아파트 단지를 만들겠다”며 조합원을 모집했다. 당시 조합은 ‘옥수역 3분 거리’와 ‘한강뷰’ 등을 내세워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이에 30대 신혼부부 등 조합원 400여명이 각자 수억원대 가입비를 내고 조합에 가입했다.

그러나 조합원들은 뒤늦게 해당 지역이 제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7층 이상 아파트를 올릴 수 없는 지역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또한 해당 조합은 사업으로 쓸 필지도 거의 확보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조합 관계자들은 사업 비용으로 조합원들에게 받은 금액을 사적으로 사용했다. 조합원들의 신고를 받은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해 10월 조합장 A씨 등 2명을 사기 및 배임혐의로 구속하고, 6명은 사기 혐의로 불구속해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총 피해금액을 400여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밖에도 지난해 11월 동작구 상도동 장승배기 지역주택조합과 관악구 당곡역 지역주택조합 추진위원회가 잇따라 파산했다. 금융 비용 상승과 조합원 가입 및 사금융을 통한 외부 자금 유입이 끊기면서 토지 매입 자체가 어려워졌고 결국 사업 자체를 포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선 지역주택조합 사업장의 줄도산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권대중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역주택조합의 경우 한번 불신이 생겨버리면 다시 사업 추진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며 “지역주택조합에 가입할 땐 조합이 관할 지자체에 신고한 토지 확보 비율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울러 지역주택사업장은 과거 토지비율 확보 후 사업승인을 받으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가능했다”며 “하지만 최근엔 토지 확보율 100%를 요구하거나 100%를 달성해도 자금 조달을 해주지 않는 경우가 많아져 어려움을 겪는 사업장이 많아졌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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