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까지 서증조사 후 결심···3개월간 재판부 합의
“사측 패소” 행정소송 판결문도 증거 제출 예정
반전 꾀하는 코오롱그룹, 미국서 임상 3상 진행

서울 강서구 코오롱생명과학 본사 앞. / 사진=연합뉴스
서울 강서구 코오롱생명과학 본사 앞.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2020년 7월 기소 이후 약 4년간 진행 중인 이른바 ‘인보사’ 형사재판 1심이 올해 안에 결론지어질 전망이다. 재판부는 올해 7월까지 서증조사를 진행하고, 약 3개월 뒤 판결을 선고하겠다 예고했다.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 케이주(인보사)의 성분 조작 의혹 사건을 심리 중인 서울중앙지법 형사24부(재판장 최경서 부장판사)는 26일 자본시장법위반 등 혐의를 받는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과 코오롱 법인에 대한 공판준비기일을 열고 향후 일정을 조율했다.

재판부는 내달 20일 피고인 측이 신청한 전문가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한 뒤, 4월1일부터 7월1일까지 총 6회에 걸쳐 서증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검찰과 변호인의 최후논고를 듣고 재판을 종결하는 결심 공판은 오는 7월10일로 예고했으며, 이후 약 3개월간 재판부 합의를 통해 연내 판결을 선고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재판부는 최근 코오롱생명과학이 식약처장을 상대로 낸 행정소송(제조판매품목허가취소 처분 취소) 2심과 관련자의 형사사건 2심 판결 결과가 나온 점을 언급하며 “올해는 이 사건을 최우선으로 보겠다”라고 말했다. 이번 형사사건은 앞서 언급한 두 사건의 결과를 보기 위해 일정 기간 공판기일을 잡지 않은 기간이 있었다.

행정소송에서는 사측이 패소했다. 사측은 2019년 3월 식약처가 제품 판매를 중단시키고 같은 해 5월 품목허가를 취소한 처분이 위법하다고 주장했지만, 1·2심 법원 모두 식약처의 손을 들어줬다. 반면 성분을 조작하고 식약처에 허위 서류를 제출한 혐의로 기소된 회사 임원들은 1·2심에서 모두 무죄 판결을 선고받았다.

임원들의 형사사건 판결문은 재판부에 기제출됐으며, 검찰은 행정소송 판결문 역시 증거로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사측 변호인은 “(행정사건에서) 안정성 우려를 처분사유로 인정할 것인지 각급 법원 사이 상충 된 결론이 있었다”면서 “회사는 대법원에서 상고할 계획이고, 관련된 변호인 의견서를 추가로 제출하겠다”라고 말했다.

다음 달 20일 열리는 공판기일에는 배석판사 1명 교체에 따른 갱신 절차 진행과 함께 신아무개 건국대학교 교수에 대한 증인신문이 열린다.

인보사는 2017년 7월 코오롱생명과학의 자회사인 코오롱티슈진이 국내 첫 유전자 치료제로 개발해 식약처의 허가를 받았다. 사람의 연골세포가 담긴 1액과 연골세포 성장인자를 도입한 형질전환 세포가 담긴 2액으로 구성된 주사액으로 개발됐다. 1회 투여만으로 무릎 질환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꿈의 신약’이란 별칭도 얻었다.

하지만 인보사의 주성분이 ‘연골유래세포’가 아닌 ‘태아신장유래세포’로 뒤바뀐 사실이 미국에서 임상시험 3상을 진행하던 중 드러났다. 신장유래세포는 종양을 유발할 수 있는 세포로 알려져 있다. 이에 식약처는 2019년 3월 제품 판매를 중단시키고 같은 해 5월 품목허가를 취소했다.

이 명예회장은 식약처에 인보사 성분을 허위 보고하는 데 개입한 혐의로 2020년 7월 기소됐다. 검찰은 이 명예회장이 인보사 2액의 정체를 보고받았다고 보고 있다.

인보사를 투약한 사람들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도 진행 중이다. 인보사 사태로 피해를 본 개미투자자들도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관련 소송은 30여 건, 사건당사자는 수 천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코오롱그룹은 인보사의 생존 가능성을 해외에서 찾고 있다. 미국 3상 임상은 지속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019년 인보사 유전학적 계통 분석(STR) 검사로 2액 성분이 다르다는 점을 파악한 후 3상 중지 통지를 내렸다. 이후 1년여간 추가 실험 자료를 검토한 끝에 3상 재개를 허용한 상태다.

인보사 미국 3상은 총 1020명을 대상으로 두 개군(각 510명)으로 나눠 진행된다. 임상은 투약 후 2년간 추적관찰 기간을 거친 뒤 마무리된다. 2026년쯤 임상이 마무리되고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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