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수·김윤·이동욱·주수호 발언 여파 커···“책임 있는 자리 인물, 신중 발언 내놓아야”

그래픽=시사저널e
그래픽=시사저널e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최근 전공의 진료 중단 사태로 환자들 생명이 위태로운 가운데 정부와 의료계 일부 인사들이 경솔한 발언으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현재 상황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보다 신중한 어휘와 표현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4일 보건복지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20일 전공의들이 진료를 중단한 후 의료대란이 진행되고 있다. 전공의 업무 공백을 간호사들과 의대 교수들, 전임의들이 메우고 있지만 체력적 한계가 있어 이들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전망이 어렵다. 여기에 파업이 장기화될 것이란 관측까지 제기되며 환자들을 볼모로 전공의들이 출근을 거부한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이같은 상황에서 일부 정부 당국자와 의료계 인사들은 신중치 못한 발언을 내놓고 있다. 평상시에도 넘기기 어려운 수준인데 환자들 생명이 우려되는 예민한 상황에서 일부 인사들의 부적합한 발언이 비판 받는 것이다. 

우선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지난 19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에서 “독일, 프랑스, 일본에서 의대 정원을 늘리는 동안 의사들이 반대하며 집단행동을 한 일은 없다”고 말하는 과정에서 ‘의사’를 ‘의새’로 발음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알려진 대로 ‘의새’는 의사를 비하하는 표현이다. 이에 박 차관은 체력이 떨어진 과정에서 발생한 실수라고 해명했다. 

다음날인 20일 박 차관은 한국개발연구원 보고서를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의 근거 자료로 제시하는 과정에서 “여성 의사 비율 증가, 남성 의사와 여성 의사의 근로 시간 차이, 이런 것까지 가정해 다 집어넣어 분석하고 있기 때문에 매우 세밀한 모델을 가지고 추정한 것”이라고 발언했다. 이에 복지부는 보도자료를 내고 “수급 추계 방법론에 대한 객관적 사실에 대한 설명”이라며 “박 차관이 ‘여성 의사의 생산성이 떨어진다’거나 ‘근무시간이 적은 여성 의사가 늘어 의사가 부족하다’는 내용으로 발언하지 않았다”라고 해명했다. 

이같은 박 차관 발언에 대해 서울대 의대 여성 졸업생 출신들로 구성된 서울의대함춘여자의사회가 비판에 나서며 이슈가 됐다. 이들은 성명서를 내고 “정부가 의료 현장을 무시하고 여의사 능력이 부족하다는 성차별적 시각까지 동원해 정책을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한국여자의사회도 “박 차관 발언은 여성 의사 전문성과 노력을 폄훼하고 성별에 따른 차별적 시각을 조장한다”고 비판했다. 한국외과여자의사회는 “여성이 근무를 더 적게 한다거나 비효율적이라는 뉘앙스의 발언을 통해 필수의료 현장 속에서 노력하는 여성 의료인들에 대한 무차별적 언어폭력을 가했다”고 지적했다.

일부 의료계 인사들 발언도 논란을 촉발했다. 20일 밤 방송된 지상파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한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는 “이번 파업이 짧으면 2~3개월 길면 반년 이상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로서 전공의 파업 종료 시점을 전망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환자나 가족들 불안이 심각한 상황을 감안,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는 발언을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청한 환자단체 관계자 A씨는 “현재 상황은 일주일이나 열흘을 버티기 힘들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며 “충분한 연구와 검토를 거쳐 신중하게 발언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이날 방송에서 의료계측 인사로 나온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은 “지역의사제로 성적이 떨어지는 인재를 뽑을 수밖에 없다”며 “그 지역 인재를 80% 뽑아봐라. 지역에 있다고 해서 의대를 성적이 반에서 20~30등 하는 데도 가고 의무근무도 시키고 (하는 것을) 국민이 원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23일 브리핑에서 박 차관은 이 발언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박 차관은 “TV 토론에서 의사단체 측 패널은 반에서 20 내지 30등 하는 의사를 국민이 원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며 “지역인재 전형은 지역에서 나고 자란 학생들이 미래 주역으로 성장하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이 제도를 실력 없는 의사를 만드는 제도로 폄하하지 말아 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주수호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이 22일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비대위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주수호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이 22일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비대위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주수호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22일 브리핑에서 의사를 ‘매 맞는 아내’로, 환자를 ‘자식’으로, 정부를 ‘폭력적 남편’으로 발언했다. 주 위원장은 “환자 생명과 건강을 볼모로 해 이 사태를 벌인 것은 의사가 아니라 정부”라며 “의사들은 환자 곁을 떠날 수 없을 것이라는 정부의 오만이 사태를 만든 거라고 확신한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전공의 파업으로 환자들이 고통 받는 상황에서 이같은 발언은 과도한 것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인터넷에도 주 위원장 발언을 지적하는 글이 있다. 네티즌 B씨는 “지금이라도 전 경찰병력을 동원, 범죄자별로 1:1로 배치하고 즉시 체포해 수감해라”고 주장했다. 네티즌 C씨는 “국민 생명을 담보로 투쟁하면 무엇이든 의사들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비판했다. 거친 비유가 거친 반박과 비판을 받는 상황으로 판단된다.  

이밖에도 의료대란이 진행되며 정제되지 않은 극단적 발언이 적지 않아 환자들은 물론 국민들 불안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으로 요약된다. 익명을 요청한 환자 D씨는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보다 신중한 발언을 내놓아야 한다”며 “무분별한 발언은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