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 “근로계약 없어 사용자 아니다” 소송 냈지만 1·2심 패소
하급심, 원청의 하청 노동자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 인정
CJ그룹, 신영수 신임 대표 내정···택배노조 이슈 강경 태도 보인 바 있어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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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CJ대한통운이 직접적 근로계약을 맺지 않은 택배기사들과의 단체교섭을 거부한 것을 ‘부당노동행위’로 볼 것인지를 가리는 행정소송이 대법원 판단을 받게 됐다.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와 1·2심 모두 CJ대한통운의 택배기사에 대한 사용자성을 인정했으나, 사측은 택배 산업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판결이라며 물러서지 않고 있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CJ대한통운은 전날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행정6-3부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이 사건은 지난 2021년 6월 중노위가 CJ대한통운이 택배노조가 요구한 단체교섭에 직접 응해야 한다는 판정을 내린 것이 위법하다며 사측이 제기한 소송이다.

앞서 택배노조는 2020년 3월 ▲노동시간 단축 ▲작업환경 개선 ▲주 5일 근무제 도입 ▲급지별 수수료 체계 개편 ▲사고 부책(책임부담) 개선 등을 의제로 CJ대한통운에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회사는 직접적 근로계약이 없다며 단체교섭을 거부했고, 노조는 부당노동행위를 주장하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했다. 지노위는 CJ대한통운은 택배기사의 사용자가 아니라며 구제신청을 각하했다. 하지만 중노위는 2021년 6월 CJ대한통운의 단체교섭의무를 인정하며 초심 판정을 뒤집었고, 이후 소송으로 이어졌다.

재판 과정에서 CJ대한통운은 택배기사와 위수탁 계약을 한 당사자는 하청인 대리점이기 때문에 자신은 택배기사의 사용자가 아닌 만큼 단체교섭에 응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택배노조는 노동자들이 CJ대한통운의 지시를 받고 상품을 배달하는 등 업무를 수행했기 때문에 CJ대한통운을 사용자로 볼 수 있다고 맞섰다.

1·2심은 모두 택배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성을 판단할 때 사용종속관계나 근로계약 여부뿐만 아니라 ‘실질적 지배력’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법리를 따른 것이다. CJ대한통운을 노동조합법상 ‘사용자’로 보아야 하며 단체교섭을 거부한 행위는 법률상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결론이다. 노동조합법 제81조 제1항 제3호는 사용자가 노동조합의 대표자 또는 노동조합으로부터 위임을 받은 자와의 단체협약체결 기타의 단체교섭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거나 해태하는 행위를 부당노동행위로 정의한다.

이어지는 상고심 역시 CJ대한통운의 실질적 지배력 등 사용자성 판단이 관건으로 보인다.

한편 CJ그룹은 이날 신영수 CJ대한통운 한국사업부문 대표를 차기 CJ대한통운 대표로 내정했다. 그는 택배노조 이슈와 관련해 강경한 태도를 보여온 인물이다.

2022년 택배노조 파업 당시 택배·이커머스부문 대표였던 신 신임 대표는 직접 ‘대리점장과 택배 기사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통해 “현장에서 벌어지는 각종 불법행위에 대해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을 천명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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