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검색서비스 차별 중지 가처분 ‘긴급성’ 쟁점
민법상 계약 위반·헌법 위반 쟁점도
김범수 검찰 수사와 연관?···내부 기안·보고문서 확인은 ‘불발’

카카오 로고. / 제공 = 카카오
카카오 로고. / 제공 = 카카오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카카오가 자사 포털 사이트 ‘다음’의 뉴스검색 기본값을 콘텐츠제휴(Content Partner·CP) 언론사만 검색되도록 일방적으로 조정한 이후, 검색제휴(비CP) 언론사의 기사 조회수(트래픽)가 ‘0(zero)’에 수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언론자유와 국민 알권리 등 헌법상 기본권 침해를 주장하며 카카오를 상대로 가처분 소송을 제기한 비CP 언론사들은 카카오의 이 같은 서비스 형태가 영구화될 경우 광고 매출이 급락하고 기자 이탈이 본격화된다며 원상복구의 긴급성을 강조했다.

반면 카카오 측은 트래픽 급락과 이번 조치 사이의 인과관계가 불분명할 뿐 아니라, 매출 감소 등 경제적 손실은 청구 인용시 사후 금전적 배상이 가능하다며 가처분 기각을 요청하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지난해 11월22일 뉴스검색 결과에서 검색제휴 계약을 체결한 비CP사의 기사가 ‘별도의 조건 설정이 없는 한’ 다음에서 검색되지 않도록 했다. 인터넷 이용자가 기사를 검색하면 CP사와 비CP사 모두의 기사 목록을 확인할 수 있던 기존의 서비스 제공방식을 갑작스럽게 변경한 것이다.

다음에서 검색되는 기사는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제평위) 기준 80점 이상을 받은 CP사와 제평위 기준 60점 이상을 받은 비CP사 등 2개로 구분된다. 카카오와 제휴를 맺은 언론사는 1176곳, 이 가운데 CP사는 146곳이다.

카카오가 정책을 바꾸면서 87%에 달하는 1030개 비CP사는 검색 페이지에서 제외됐다. 사용자가 직접 ‘뉴스검색 설정’을 변경하지 않은 한 이들 언론사의 기사는 읽을 수 없다.

지난해 11월22일 카카오가 뉴스검색 서비스를 개편한 이후 '특정한 별도의 조건 설정이 없는 한' 다음에서는 CP사의 기사만 검색된다. / 사진=인신협
지난해 11월22일 카카오가 뉴스검색 서비스를 개편한 이후 '특정한 별도의 조건 설정이 없는 한' 다음에서는 CP사의 기사만 검색된다. / 사진=인신협

이에 비CP사들은 사실상 인터넷 이용자들이 비CP사의 기사를 볼 수 없게 된 상황을 ‘뉴스 검색서비스 차별’로 규정하고, 이를 중지해달라며 이번 가처분을 제기했다.

시사저널e가 확보한 인터넷신문협회(인신협)의 통계에 따르면, 카카오의 서비스 변경 이후 비CP사의 트래픽이 단순 감소를 넘어 0에 수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A사의 경우 다음에서 일(日) 500~2000건의 트래픽이 발생했으나, 지난해 11월22일 이후 트래픽은 0으로 확인됐다. 상당수 비CP사도 유사한 현상을 겪었다. B사의 경우 일 300~600의 트래픽이 발생했다가 이 사건 서비스 변경 이후 트래픽이 0으로 수렴했다.

비CP사를 대표해 소송을 제기한 인신협은 검색값 원상복구가 시급한 근거로 이 같은 데이터를 법원에 제출했다.

인신협을 대리하는 정의훈 변호사(연수원 35기)는 지난 13일 수원지법 성남지원 민사5부 심리로 진행된 가처분 심문기일에서 “지난해 11월23일을 기점으로 비CP사의 트래픽은 0에 수렴하는 등 급락했다”며 “이는 비 CP사의 광고매출 하락, 기자 이탈을 유발한다. 광고 매출은 사후 현금 보상으로 충당할 수 있더라도 기자 이탈은 현실적으로 복원하기 어렵다”고 보전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가처분의 실체적 요건인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와 ‘긴급성’을 강조한 것이다.

2023년 11월5일 카카오의 뉴스검색서비스 개편 이후 비CP사의 트래픽이 0으로 수렴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사진=인신협
2023년 11월22일 카카오의 뉴스검색서비스 개편 이후 비CP사의 트래픽이 0으로 수렴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사진=인신협

그러나 카카오 측은 비CP사 측의 이 같은 주장은 인과관계 증명이 없다고 반박했다. 검색 서비스 품질 개선과 이용자 만족도 제고 등 시장경쟁력 강화 목적 아래 서비스를 개편했다는 카카오는 “현재도 간단한 설정만으로 비CP사의 기사를 찾아볼 수 있다”며 “사이트 방문자 감소와 본건 조치 사이 인과관계가 불분명하고, 매출 감소 등 경제적 손실은 ‘청구 인용시’ 사후 금전적 배상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카카오 측은 비CP사들이 본안소송 없이 가처분만 제기한 것을 놓고도 “단행적·만족적 가처분(본안 판결을 통해 얻고자 하는 내용과 실질적으로 동일함)에 필요한 ‘급박한 위험’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가처분이 인용되면) 본안소송을 회피하는 방식으로 특권을 무기한·무제한 향유할 수 있다”고 짚었다.

카카오는 또 비CP사의 가처분 요구가 모순적이라는 점도 언급했다. 기사 검색 기본값을 CP사만 검색되도록 하는 서비스가 위법한 차별이라면, 제휴기사(CP·비CP사 포함)만을 노출하는 기존방식은 비제휴언론사에 위법한 차별이 된다는 주장이다.

◇ 민법상 계약 위반·헌법 위반 쟁점도

이번 가처분의 쟁점은 트래픽 감소에 따른 비CP사의 매출 감소와 기자 이탈에 따른 보전의 긴급성 문제만이 아니다. 카카오의 서비스 개편이 민법상 또는 공정거래법상 뉴스검색 제휴 계약을 위반한 것인지, 헌법상 위법한 차별행위에 해당하는지도 중요 쟁점이다.

인신협 측은 제평위 통과가 어려운 점, 제평위 통과 이후 검색정책 변경 동의서 제출 및 모니터링을 통한 벌점 및 퇴출 정책 등 관리의 엄격성이 존재하는 점 등을 강조하면서 카카오와 비CP사 사이의 ‘계약 관계’가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카카오는 채권자(비CP사)와 채무자(카카오) 사이에는 뉴스검색 ‘노출방법에 대한 계약’이 부존재한다고 항변한다. 뉴스검색 노출방법과 관련된 채무 약정이 없어 계약이 아니며 위법행위 금지 청구 자체가 불가하다는 것이다. 검색서비스 방침은 회사의 재량에 해당하며, 언제나·무조건 뉴스검색 기본화면에 검색제휴기사를 노출하라고 요구할 법률상·계약상 권리는 성립되지 않아 피보전권리가 부존재한다는 게 카카오 측 주장의 요지다.

인신협 측은 헌법상 평등권 침해 국민의 알권리 침해, 행복추구권 및 언론·출판의 자유 침해 등도 주장한다. 그러나 카카오 측은 기존의 검색 방식만 헌법에 부합하고 그 외 변경 조치는 모두 위법한 차별행위인 것처럼 매도하는 것은 논리적 모순에 해당한다고 반박한다.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경영쇄신위원장)이 지난해 12월11일 경기 성남시 카카오판교아지트에서 진행된 '브라이언톡(임직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 = 카카오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경영쇄신위원장)이 지난해 12월11일 경기 성남시 카카오판교아지트에서 진행된 '브라이언톡(임직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 = 카카오

◇김범수 검찰 수사 이후 일방적 검색서비스 변경···기안·보고문서 확인 시도는 ‘불발’

가처분의 법률적 쟁점과 별개로 근본적인 의문은 카카오가 갑작스럽게 왜 검색서비스를 변경했는가로 귀결된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부의 비판적 언론 규제 기조와 김범수 카카오 창업주 겸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에 대한 검찰 수사의 연관성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카카오가 창업자에 대한 수사에 압박을 느끼고 정부의 의향에 맞춰 검색서비스를 변경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한민수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이다. 검찰은 SM엔터테인먼트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김범수 창업주를 수사 중이다.

이번 가처분 심문과정에서도 카카오가 서비스를 변경하게 된 배경을 묻는 절차가 진행되기는 했다. 인신협 측이 서비스 개편과 관련 카카오의 기안 문서와 보고 문서를 법원에 제출해달라며 문서제출명령을 신청한 것이다.

이 신청은 결과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가 카카오 측의 ‘영업 비밀’이라는 주장을 받아들여 인신협의 신청을 기각한 것이다. 인신협 측은 본안에서 재차 해당 문서제출명령을 신청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이번 가처분 신청은 이르면 3월 초 인용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재판부는 두 번의 심문기일을 진행하고 오는 3월5일까지 양측의 추가 서면을 제출받기로 했다.

재판부는 “통상적으로 심문이 종결되고 2~3주 이내에 결정을 한다”면서 “3월5일까지 제출되는 서면을 확인하고 결정을 내리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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