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 RETRO RENAISSANCE

새로운 오래된 것들에 대하여

 레트로를 사랑한 사람들

지난 이야기를 그리워하는 사람은 그 시절을 경험한 사람일 수도, 그 시절을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일 수도 있다. 20세기를 애틋하게 그리는 X세대와 MZ세대의 인물들에게 물었다. “옛날의 무엇이 그렇게 좋은가요?”

 


 

밀레니얼세대 수박 빈티지 대표

김정열(43)

옛날 물건 목가구와 중에서도 어떤 것을 좋아하나요 ?

조선의 목가구와 백자, 네이티브 아메리칸의 주얼리와 패브릭, 목가구를 좋아합니다. 두고바라보기에 정말 아름답죠. 제가 좋아하는 옛 물건들을 살펴보면 만듦새가 좋고 자극적이지 않은 디자인들입니다. 옷들은 1990년대 아메리칸 캐주얼을 좋아합니다. 1990년대 미국에서 만든 폴로, 랄프 로렌, 리바이스501을 특히 좋아합니다. 무엇보다도 이 시대 옷들은 제가 10대 시절 유행하던 물건이라 향수를 불러일으킵니다. 단단한 소재와 심플한 디자인이라 현실에서 가장 웨어러블하죠. 

빠져 있는 세대는 언제인가요?

1990년대 초반EARLY 90S과 1990년대 후반LATE 90S은 느낌이 꽤 다른데요. 그중에서 'LATE 90S'의 Y2K  감성은 지금 봐도 정말 설레고 재밌습니다. 지금 MZ들에게는 '올드'이자 '빈티지'겠지만 당시 우리에게는 '퓨처'였으니까요. 

레트로에서 뉴트로로 복고 트렌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왜 계속해서 사람들은 옛날 감성을 그리워하고 복각하고 좋아하는 걸까요? 

각자의 10대~30대 시절의 경험은 아주 특별합니다. 모든 인간에게 그렇죠. 인생의 첫사랑같은 감성이랄까요? 쉽게 잊을 수 없고, 잊었다고 생각하다가도 스치는 향기에 기억이 되살아나고요. 저 역시 10대 때 듣던 음악을 여전히 찾아서 가게에 틀어놓고 그 시절 좋아하던 브랜드 옷을 여전히 입습니다. 

어리고 젊은 시절의 추억 외에도 1990년대는 지구 역사상 아주 특별한 시기였다고 생각합니다.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 AMERICAN PEACE의 정점이었잖아요. 미국이 주도한 세계 평화 아래 마이클 조던이 덩크 슛을 넣고, 마이클 잭슨이 문워크를 추고, 인터넷망이 활성화되고, 지금보다 크기는 컸지만 휴대폰도 들고 다니게 되고요. 특별하게 많은 것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전하던 세대는 다시 돌아오기 힘들 테니까 모두가 그 세대를 그리워하고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을지로 도탑타 매거진 리딩숍 운영

인스타그램@LOLIESSTREET운영

민준식(35)

옛날 물건 중에서도 어떤 것을 좋아하나요?

물건보다도 옛날 문화 자체를 좋아합니다. 과거의 라이프스타일과 패션, 음악을 모두 보고 느낄 수 있는 옛날 잡지를 좋아하게 된 이유입니다. 옛날 물건들은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습니다. 초기 아이맥이나 비디오테크, 오래된 TV, 게임보이, 그리고 빈티지 의류 등이 제게 큰 기쁨을 줍니다. 지금은 접하기 어렵고 모두 구매할 수도 없으니 그것들이 카탈로그 형식으로 정리된 잡지를 모으게 된 것입니다. 잡지는 다양한 루트를 통해 수집합니다. 일본에 가서 직접 구해 오기도 하고 옥션 사이트를 통해 사기도 합니다. 가깜은 알라딘 중고 서점을 통해 손에 넣기도 하고요.  

빠져 있는 세대는 언제인가요?

1990년대에서 2000년대 분위기를 좋아합니다. 제 10대 시절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그때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경계에 있던 격변의 시기였습니다. 패션은 물론 가전제품들은 디자인적으로 새롭고 놀라운 시도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언제 봐도 눈이 즐겁고 마음이 가는 것 같습니다. 

레트로에서 뉴트로로 복고 트렌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왜 계속해서 사람들은 옛날 감성을 그리워하고 복각하고 좋아하는 걸까요?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는 그 시대의 문화가 유행하는 건 당시에 청소년기를 겪었던 세대가 30~40대의 소비력이 가장 높은 나이대로 접어들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어릴 적 노스텔지어는 누구나 가지고 있습니다. 당시에 갖고 싶었지만 가지지 못했던 물건을 소비력을 갖춘 지금에서야 소비한다거나, 그 시절 가지고 있던 물건을 추억을 회상하는 개념에서 다시 찾게 되는 것이죠. 그와 동시에 새로운 세대에겐 이전에 접한 바 없는 신선한 문화이니 그들에게도 영향을 끼치는 것이고요. 

 

오니프(ONIF.) 대표

박찬일(33) 

옛날 물건 중에서도 어떤 것을 좋아하나요?

오래된 물건, 옛 물건을 좋아합니다. 거창하게 레트로나 빈티지라 부르기도 애매한 것들이지요. 사전적인 의미는 같지만 제가 좋아하는 물건은 매우 소박합니다. 벽시계, 유리컵, 필름카메라를 좋아해서 찾고 수집하고 있습니다. 1980년대와 1990년대 국내에서 판촉물로 만들고 주고받던 흔한 물건들이죠. 아이 콘택트를 했을 때 마음을 움직이는 제품만을 모아요. 1970년대에 결혼식을 한 부부가 기념품으로 제작한 벽시계도 가지고 있습니다. 스무살부터 모아온 벽시계를 지하 작업실에 보관하고 있습니다. 

수집 활동 규칙은 3가지로 정해 두었습니다. 중고 거래 없이 시장에서만 수집할 것. 어떤 물건을 살지 목적을 정하지 않고 나설 것. 집 앞이 동묘시장인지라 매주 주말마다 운동 삼아 나서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아무리 마음에 들어도 1만원 미만의 물건만 구입할 것. 단순히 수집해서 소장하는데 행복을 느끼는 것보다 수집품과의 우연한 만남을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물건의 개수를 늘리기보다 마음에 꼭 드는 물건만 모으려고 합니다. 비용적인 부담을 줄여서 앞으로도 오래 유지할 수 있는 취미로 만들고 싶습니다. 지금은 상자에 넣어 보관하지만 언제가는 쇼룸의 벽 한쪽을 제 수집품 시계로 전시하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빠져 있는 세대는 언제인가요?

제가 빠져있는 시대는 1980년대와 1990년대입니다. 저는 1991년생으로 유독 시계에 얽힌 추억이 많았습니다. 아빠를 너무 좋아해서 네댓 살 무렵에 자주 사무실에 따라갔는데요. 그때 아버지의 사무실이나 다른 집의 응접실에 앉아 시계를 바라보던 기억이 납니다. 가족적인 분위기의 집에서 자라 주말마다 친척이 모두 모여 큰 봉고차를 타고 전국을 여행했어요. 그때 들렀던 민박집이나 식당에서 본 벽시계들이 좋은 기억으로 남아 수집하게 되었습니다. 스마트폰과 스마트워치가 모두에게 생긴 지금은 벽시계가 흔치 않은 물건이지만, 그때만 해도 어딜가나 벽시계가 있었습니다. 동묘에서 오래된 벽시계를 보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몽글몽글 추억이 샘솟는 이유입니다. 

레트로에서 뉴트로로 복고 트렌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왜 계속해서 사람들은 옛날 감성을 그리워하고 복각하고 좋아하는 걸까요?

사람들이 옛날을 그리워하는 이유는 그 시대를 향유했던 세대에게는 향수의 대상이자, 돌아가고 싶은 과거이기 때문이겠죠? 그 시대를 경험하지 못한 젊은 세대들에게 그 자체로 새로운 경험이라 생각해서고요. 

1970년대와 1990년대를 상징하는 무드와 분위기를 사랑하는 사람이 있듯이, 벌써 2010년대 음악과 패션, 분위기를 그리워하는 사람이 생기는 것처럼 인간은 언제나 과거의 언젠가를 그리워하고 그때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물건을 모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레트로는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CREDIT INFO

freelance editor    조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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