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 따러 가세

땅에서 난 재료들은 키운 이의 정성과 대지의 힘을 오롯이 품고 있다. 전국 각지의 농장을 방문해 제철 재료를 직접 수확하고, 익숙한 재료로 만드는 색다른 요리를 소개하는 푸드 트립.그 첫 번째 재료인 딸기를 직접 수확하기 위해 식재료에 대한 탐구와 실험을 멈추지 않는 레스토랑 에빗의 조셉 리저우드 셰프와 함께 밀양을 찾았다.

마트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딸기를 굳이 밀양까지 방문해 공수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밀양은 대한민국에서 처음으로 딸기 생산이 시작된 딸기의 시배지이자, 전국 2위에 빛나는 딸기 생산지. 유독 당도가 높고 과육이 아삭하기 때문에 요리에 사용하기도 적합하다. 조셉 셰프와 함께 방문한 밀양의 월산농장은 11월 말부터 계속 이어온 딸기 수확에 한창이었다. 황홀할 만큼 달콤한 딸기의 향은 요리를 위한 새로운 영감을 샘솟게 하기에 충분했다.

· ‘푸드 트립’의 첫 번째 재료로 딸기를 소개하게 됐어요. 셰프님이 생각하는 딸기는 어떤 식재료인가요?

딸기는 베리류 중에서도 식감이 풍부한 과일이라 새로운 메뉴를 떠올리기에 흥미로운 재료입니다.달콤하면서도 산미를 머금어 음식의 풍미를 돋보이게 해주죠.

· 평소에도 식재료를 직접 수확하기 위해 대한민국의 방방곡곡을 방문하시죠? 

한국에서 오래 살긴 했지만 이곳에서 나고 자란 것은 아니기 때문에 직접 농장에 가서 관련된 이야기와 문화를 접하는 일이 늘 새로운 영감을 준다고 느껴요. 농작물을 재배해 보기도 하고,낚시도 하고,농장을 운영하시는 분들과 시간을 보내기도 하면서요. 대부분의 요리학교에선 식재료에 대한 교육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은데,내가 다루는 재료가 어디에서,어떻게 자라는지에 대해 공부하는 일은 매우 중요합니다.재료는 요리의 맛과 질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니까요.

· 제철 음식에 대한 애정도 크신 것 같아요.

제철 음식이야말로 자연을 그대로 담고 있다고 생각해요. 고작 몇 분이면 음식 이 문앞으로 배달되고, 1년 내내 거의 모든 재료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세상이다 보니 제철 음식의 의미도 희미해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절이 선물해 주는 제철 재료에 대한 소중함을 잊어서는 안 돼요.

· 늘 새로운 재료를 찾아 실험적인 요리를 선보이는 이유가 있나요?

저만의 시각으로 한국의 식재료를 재해석하고 싶었어요. 전에 없는 창의적인 방식으로요. 처음에는 익숙하게 접할 수 있는 재료만 이용했는데,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보석처럼 숨어 있는 재료를 찾아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오직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재료나, 접한 적 없는 새로운 재료를 알게 되는 일은 늘 저를 흥분시켜요. 최근에는 흰색 껍질을 가진 팥인 ‘흰나래’를 알게 됐는데, 여전히 알아가야 할 것들이 많다는 사실에 아주 즐거웠어요. 이번 딸기 농장 방문은 어땠나요? 딸기를 많이 드시더라고요(웃음). 갓 딴 딸기의 맛이 정말 놀라웠어요. 생각했던 것보다 더 정성을 쏟으시는 모습에 감탄했습니다. 전문적인 지식과 농부의 헌신을 통해 딸기가 재배된다는 걸 다시금 알게 됐어요. 농작물에 대한 깊은 사랑의 진면목을 목격한 기분이에요.

· 이번 달에는 딸기를 이용한 메뉴 2가지를 만들었어요. 어떤 요리인가요?

첫 번째 요리는 오리 바비큐인데요. 딸기 소스와 제주 한라봉의 향을 더한 딸기, 그리고 순대 퓌레를 함께 먹는 요리입니다. 오리고기는 육질이 쫄깃하면서도 기름기는 적은 편이라 즐겨 사용하는데요. 오리고기 특유의 향을 싫어하는 분들도 딸기의 상큼한 맛 덕분에 쉽게 즐기실 수 있을 거예요. 디저트로는 눈꽃송이를 올린 딸기 아이스크림을 준비했어요. 얼린 딸기를 그대로 갈아 만들기 때문에 재료 본연의 맛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디저트입니다.

딸기 농장에서 촬영을 진행하는 내내 갓 딴 딸기 맛에 감탄했던 조셉 셰프.
딸기 농장에서 촬영을 진행하는 내내 갓 딴 딸기 맛에 감탄했던 조셉 셰프.
겨울 동안 당도를 잔뜩 끌어올려 황홀할 정도의 달콤한 맛을 내는 밀양 딸기.
겨울 동안 당도를 잔뜩 끌어올려 황홀할 정도의 달콤한 맛을 내는 밀양 딸기.

 

한국에서 오래 살긴 했지만

이곳에서 나고 자란 것은 아니기 때문에

직접 농장에 가서 관련된 이야기와 문화를

접하는 일이 늘 새로운 영감을 준다고 느껴요.

 

눈꽃송이 딸기 빙수

백딸기와 레몬즙, 설탕을 함께 갈아 만든 순백의 빙수. 위에 올린 눈꽃송이는 물과 딸기 잎, 홍초를 몰드에 얼려 만들었다. 빙수와 함께 먹을 딸기는 적당한 크기로 썰어 소금으로 간을 살짝 하면 감칠맛이 더해진다.

딸기 소스 오리 바비큐

껍질을 바삭하게 익힌 오리고기와 달콤한 딸기 소스를 함께 즐기는 요리. 상큼한 맛을 끌어올리기 위해 한라봉 제스트에 미리 절여둔 딸기가 묵직한 육향에 산뜻함을 더한다. 소 선지를 활용한 순대 퓌레를 곁들여 오리고기의 풍미를 더 끌어올렸다. 딸기 소스는 레드 와인과 딸기 과즙을 1:1 비율로 섞어 만들었다.

 

조셉 리저우드Joseph Lidgerwood

호주 출신 셰프. 영국 ‘레드버리’, 미국 ‘프렌치런드리’ 외에도 다양한 나라에서 경력을 쌓았다. 한식의 매력에 빠져 한국에 정착한 뒤 퓨전 한식 레스토랑 ‘에빗@restaurantevett’을 열었다. 전국 각지를 돌며 직접 재료를 채집하고, 새로운 식재료를 탐색하는 일에 진심이다. 2021년 미쉐린 영 셰프상을 수상했으며, 에빗은 2020년부터 4년 연속 미쉐린 가이드 1스타를 획득했다.


CREDIT INFO

editor   장세현

photographer    김잔듸

취재 협조   밀양딸기생산자협의회 협동조합010-5384-0840, 밀양시 농업기술센터@miryangberry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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