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인이상 식당·빵집·커피숍 등도 적용···“사업주 감옥가는 건가” 부담 토로
상시근로자 판단 기준 애매 지적도···정부, 산업안전대진단 추진 계획 확정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가게에서 사고 나면 감옥 끌려가는 건가요.” 

서울 광진구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50대 김 모씨는 최근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시행으로 부담이 커졌다고 토로했다. 제빵 기계를 다루다 데이거나 손이 베이는 경우가 종종 발생할 수 있고, 기계를 다루다 예상치 못한 큰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장사가 잘 안돼 직원 수를 4명으로 줄였다는 김 씨는 “예전 5명 이상 둘 때도 있었기에 언제든 법적용 대상이 될 수 있어 이것저것 알아보고 있다”라며 “주변 시장 상인들도 장사도 안 되는데 부담만 커졌다고 다들 걱정한다. 아무 안내 없이 2년 시간만 줬다가 갑자기 시행한다고 하니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5인 이상 사업장에 전면 시행되면서 소상공인들이 혼란에 빠졌다. 빵집과 커피숍 등 영세업체들도 법 사정권에 들어갔지만, 이들에게 명확한 적용 기준이 전달되지 않아 정부가 좀 더 적극적인 계도에 나서야 한단 지적이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대재해법은 기업 내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이행 의무를 위반해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에게 책임을 묻는다. 중대산업재해는 산업안전보건법상 산업재해 중 사망자 1명이상 발생, 동일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재해 2명 이상 발생, 동일 유해요인으로 급성중독 등 직업성 질병자가 1년내 3명 이상 발생한 경우 등이 해당된다.

중대재해법은 지난 2022년 1월 50인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우선 시행했다. 50인 미만 기업에 대해선 2년 유예기간을 둬 이달 27일부터 확대 적용됐으나 영세업체들은 여전히 준비가 미흡한 실정이다.

음식점, 카페, 미용실, 숙박업소 등 상시근로자 수가 5명이 넘는 개인사업주는 모두 중대재해법에 적용된다. 이들 업체 내에선 제조업이나 건설업 등에 비해 중대재해 발생 가능성이 낮단 이유로 크게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광진구 내 한 커피 프랜차이즈 점주 A씨는 “중대재해법 얘기 듣긴 했다. 근데, 커피숍에서 큰 사고가 날 일은 없다”며 “여기서 가게 3년 했는데 나나 알바생들이 다친 적도 없다”고 말했다. 커피전문점은 스타벅스 등 직영점 외 가맹점주가 개별로 운영하는 가게들이 이번에 새로 적용 대상에 포함됐다. 

정부는 중대재해 발생 빈도가 낮은 업종도 경각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고용노동부측은 “50인 미만 소규모 음식점에서도 다짐육 배합기나 자동양념 혼합기에 팔이 끼이거나 식품운반용 승강기와 안전난간 사이에 끼이는 사고가 발생한 사례가 있다”며 “음식점, 제과점 등 개인사업주도 중대재해법 대상이고 일부 조항을 제외하고는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이행 의무가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말했다.

다만, “무조건 사업주가 처벌받는 것은 아니다.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안전, 보건 확보 의무를 이행했다면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해도 처벌받지 않는다”며 “고의성, 예견 가능성, 인과관계가 없는 경우 처벌받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예를들어 지하 주차장 바닥 물청소 작업 중 고정된 시설물에 걸려 넘어져 사업주가 재해자 사망의 결과를 예견할 수 없었던 사망사고, 숙취 상태로 개인 용무를 위해 지정하지 않은 장소에 들어가 익사한 경우 등은 사업주가 처벌받지 않는단 설명이다.

소상공인들은 상시근로자 판단도 명확하지 않단 고충을 토로한다. 영세업체 특성상 대부분 정규직이 아닌 아르바이트생을 채용하고, 배달라이더 등 특수고용노동자들을 이용하기도 한다. 또 한 기업이 복수의 소규모 사업장을 운영하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 어떻게 판단할지 애매하단 것이다.

/ 표=정승아 디자이너
/ 표=정승아 디자이너

이에 대해 고용부 관계자는 “근로자는 기간제, 단시간 등 고용 형태를 불문하고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근로하는 모든 근로자를 포함한다”며 “아르바이트생도 포함되며 배달라이더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만 포함되며 사업주나 특수형태근로종사자와 같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닌 사람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 영부는 사업장 별 인원이 아니라 경영상 일체를 이루는 하나의 기업에 속한 모든 사업장과 본사의 상시 근로자를 모두 합한 수를 기준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중대재해법 시행으로 영세업체를 중심으로 현장에서 어려움이 예상됨에 따라 정부도 대응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고용부는 이날 중대재해취약분야 지원 추진단 1차회의를 열고 중대재해 취약분야 지원을 위한 세부 추진내용을 확정했다.

산업안전대진단에 정책 역량을 집중, 이날부터 4월말까지 진행한다. 각 업체에서 안전보건공단 홈페이지에 접속해 ‘산업안전 대진단’ 팝업을 클릭한 후 절차에 따라 조사를 진행하면 되며 우편이나 방문을 통한 오프라인 진단도 병행한다.

고용부 관계자는 “안전보건 경영방침·목표, 인력·예산, 위험성 평가, 근로자 참여, 안전보건관리체계 점검·평가 등 10개 핵심항목에 대해 진단하며, 결과는 3색 신호등으로 구분해 제공한다”며 “결과에 따라 전국 30개 권역 산업안전대진단 상담·지원센터를 통해 컨설팅·교육·기술지도·시설개선 등 재정지원을 맞춤형으로 제공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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