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 평내 진주아파트, PF 연장 실패 경매 위기
대구 빌리브헤리티지, 미분양 121가구 공매로
“부동산 침체, 유찰 불가피···피해 커질 수 있어”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위기가 조합원과 수분양자들을 위협하는 모양새다. 대출을 갚지 못해 미분양 단지는 물론 재건축을 추진 중인 사업장까지 경매로 넘어갈 위기에 놓였다. 경매가 진행되더라도 부동산 침체로 낙찰이 어려울 수도 있어 피해가 커질 것이란 우려다. 

2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경기도 남양주시 평내동 진주아파트가 경매로 넘어갈 위기에 처했다. 대주단은 사업 초기 받은 PF 대출을 갚지 않을 경우 경매 절차에 들어갈 것이라고 통보했다. 비용은 812억원(브릿지론 원금 710억원, 이자 87억원, 미지급 수수료 15억원 등)이다.

평내동 진주는 재건축 사업이 진행 중이다. 재건축을 통해 기존 1231가구를 헐고 1843가구를 지을 예정이다. 2009년 조합 설립 이후 2015년 서희건설을 시공사로 뽑고 2017년 도급계약을 맺어 철거가 일부 이뤄졌다. 하지만 공사비 증액 문제로 갈등을 빚다가 서희건설에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이후 대우건설·포스코이앤씨·두산건설 컨소시엄을 새롭게 선정했으나 서희건설이 소송을 통해 2022년 시공권을 되찾았다.

경기 남양주 평내 진주아파트 재건축 사업 조감도 / 사진=서희건설

조합은 법정 공방 중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대주단에서 브리지론 710억원을 받았다. 초기 서희건설이 대출 이자를 대납했다. 하지만 지난해 공사비 증액안이 총회에서 부결된 이후 지원을 더 이상 하지 않고 있다. 그 사이 이자는 눈덩이처럼 불었다. 그동안 여러 차례 대출 만기 연장을 해준 대주단도 이번에는 만기 연장 불가 통보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매로 넘어갈 경우 조합원들의 피해가 커질 전망이다. 브릿지론 외에도 대우건설·포스코이앤씨·서희건설 등은 사업 대여비 명목으로 각 수십억원의 가압류를 걸어둔 상태다. 경매 낙찰 금액이 낮으면 우선순위 변제 이후 조합원은 돈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조합 내홍도 사업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한다. 잦은 시공사 교체 과정을 겪으며 조합원 간 갈등은 더욱 심해졌다. 비상대책위원회가 조합장 해임안을 총회에서 통과시키며 집행부가 공백 상태다.

대구 수성구 ‘빌리브 헤리티지’는 미분양 물량이 공매 절차를 밟게 됐다. 이곳은 146가구 규모 후분양 단지로 분양률이 17.12%(25가구)에 그쳤다. 지난해 8월 준공을 마쳤지만 5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121가구가 주인을 찾지 못한 채 빈집으로 남았다. 미분양 물량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PF 만기 연장에 실패했고 지난 21일부터 공매 절차에 돌입했다. 이번 공매는 오는 30일부터 2월까지 5차례에 걸쳐 미분양 121가구에 대해 진행된다.

대구 수성구 ‘빌리브 헤리티지’ 전경 / 사진=신세계건설

문제는 공매로 미분양 가구 시세가 꺾이면 수분양자들의 피해도 클 수 있단 점이다. 공매 차수가 올라갈수록 매각 금액은 낮아진다. 공매로 나온 전용면적 151㎡ 102동 2001호 물건은 감정가 16억9500만원에 입찰을 시작한다. 5회까지 유찰될 경우 1차 대비 75% 수준인 12억6705만원까지 내려간다. 해당 물건의 분양가격이 16억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3억원 넘게 떨어진 금액이다.

이 단지의 경우 최저입찰 금액대가 분양가 보다 높고 부동산 시장 침체로 인해 유찰이 거듭될 수 있단 관측이 나온다. 경·공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의 ‘2023년 12월 경매동향보고서’에 따르면 대구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은 77.8%를 기록했다. 지난달(83.7%)보다 5.9% 포인트 하락했다. 낙찰가율은 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로 70%라면 1억원인 아파트가 7000만원에 낙찰됐단 의미다. 우려가 커지자 빌리브헤리티지를 분양받은 25가구는 지난 26일 손해배상 소송에 관한 내용증명을 시행사에 보낸 상태다. 공매를 통해 할인된 가격이 기존 분양자에게도 소급되는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업계에선 수도권 외곽과 지방을 중심으로 통경매 사례가 증가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에도 분양시장 침체로 인해 은행 대출금은 물론 협력업체 공사비를 지급하지 못해 경매로 넘어온 지방 건설사나 시행사 물건이 잇따랐다”며 “경공매에 부쳐질 경우 낙찰가가 낮아지면 수분양자들이나 조합원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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