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예기간 끝나 법 적용 대상 확대
법령 개정 두고 입장 대치 심화

고용노동부가 지난 26일 서울고용노동청에서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적용 대비 긴급 전국 기관장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고용노동부가 지난 26일 서울고용노동청에서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적용 대비 긴급 전국 기관장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27일부터 5인 이상 모든 사업장에 적용되기 시작했다. 여야, 노사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서로 반대되는 입장을 강조하며 맞서고 있다.

이날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에 새롭게 오른 5인 이상 50인 미만 규모 사업장들은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이행하고 중대재해 발생 시 법령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장에서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소홀히 한 사실이 확인되면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법이다. 2021년 1월 27일 공포 후 이듬해 1월부터 50인 이상 규모 사업장에 적용됐고,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에는 유예 기간 2년이 주어졌다.

유예 기간이 종료됨에 따라 이날 5인 미만 사업장을 제외한 모든 업종별 사업장에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이날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을 새롭게 적용받는 사업장은 83만7000곳으로, 종사자가 800만명에 달한다.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인 사업장의 사업주는 사업 전반에 걸쳐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이행해야 한다. 안전보건 목표와 경영방침을 설정하고 유해·위험요인 확인·개선, 관련 예산 편성·집행, 비상대응 매뉴얼 마련 등이 의무사항이다. 다만 50인 이상 사업장과 달리 안전관리자나 보건관리자 등을 선임하지 않아도 된다. 기존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안전보건관리담당자 선임 의무가 있는 일부 업종은 이를 이행해야 한다.

정부는 지난 2년간 법령에 따른 의무사항을 이행할 여력을 확보하지 못했거나, 적용 대상 여부조차 인지하지 못한 사업장을 지원할 계획이다. 83만7000곳 모두를 대상으로 산업안전 대진단, 공동안전관리자 지원사업 등을 추진한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50인 미만 기업들이 최대한 빨리 스스로 재해 예방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당·경영계 “처벌보다 예방” vs 야당·노동계 “규제 필요”

이날 법령 확대 적용이 시작된 후 여야, 노사는 각각 서로 대치되는 입장을 강조하며 맞서고 있다.

정광재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산업현장에서 안전은 분명 최우선 가치이지만 안전은 예방을 목적으로 해야 할 일이지 처벌이 능사가 될 수 없다”며 “논의와 협상의 기회가 마지막 본회의까지 남아 있는 만큼 소상공인들의 피해와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 25일 성명을 통해 “27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 중처법이 전면 적용되어 많은 피해가 예상된다”며 “정부와 국회는 처벌보다 예방에 초점 맞춰 중처법이 시행되도록 빠른 시일 내 보완입법(법 개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야당은 중소기업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노동계는 정부와 여당의 보완입법 추진을 ‘개악’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윤영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산재 사망사고의 60% 가량이 50인 미만 중소기업에 몰려있어 중소기업에 대한 규제는 어쩔 수 없다”며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시행이 야당의 무책임이라면, 국가는 노동자가 일터에서 목숨을 잃는 데 대해 어떤 책임을 질 것인가”라고 논평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서울 프레스 센터 앞에서 결의대회를 개최한 후 “오늘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전면 시행 되는 날”이라며 “노동현장과 우리 사회의 안전을 위해 함께 투쟁하자”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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