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파고스 AI 규제는 글로벌 경쟁력 저하”
“AI 법 필요성 공감···유연한 법제화 필요”

박태웅 한빛미디어 이사회 의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 사진 = 김용수 기자
박태웅 한빛미디어 이사회 의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 사진 = 김용수 기자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인공지능(AI) 규제를 글로벌 흐름과 동떨어지게 제정했다가 산업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단 주장이 나왔다. 유럽연합(EU)의 AI 법안과 궤를 같이하는  기본법을 제정해야 산업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단 것이다. 글로벌 AI 경쟁력 확보를 위해선 산업계에서 활용 가능한 데이터를 수집·관리할 수 있는 역량을 비롯해 데이터 보안 역량 확보가 강조됐다.

24일 민주연구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초거대 AI 기업 육성, AI-X 특화전략, AI-ESG를 통한 기업의 사회활동, AI 스타트업 활성화’를 주제로 개최한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박태웅 한빛미디어 이사회 의장은 “AI가 운영체제(OS)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오픈AI가 GPT 마켓을 열자마자 360만개의 앱이 나왔다”며 “이전까지 AI는 인간이 쓰는 도구 정도였는데, 이젠 AI를 파트너로 대하는 게 본질을 잘 이해하고 쓰는 방법”이라고 했다.

이어 “네이버는 기사를 많이 올릴수록, 클릭을 많이 할수록 더 많은 광고 수익을 배분하는 알고리즘을 짰다. 재작년 국내 언론이 가장 많이 인용한 한 영국의 해외 매체는 형편없는 가짜뉴스를 싣는 곳이었는데, 한국 언론이 하루 다섯건씩 인용했다”며 “네이버의 광고수익 배분 알고리즘 하나가 사람을 이렇게 만드는데 AI는 어떻겠냐. AI는 네이버의 광고수익 배분 알고리즘과 비교할 수 없이 무서운 미디어”라고 지적했다.

◇ EU, 지난해 12월 세계 첫 ‘AI 법’ 합의

박 의장은 이같은 상황에서 충분한 공론화를 거친 AI 규제법안 제정이 필요하단 점을 강조했다. 특히 세계 첫 AI 법을 제정 중인 EU의 법안과 궤를 맞춰야 글로벌 경쟁력 확보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IT업계에 따르면 현재 각국은 생성형AI의 위험성에 대비해 관련 규제 도입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으로 EU는 지난해 12월 AI의 적절한 사용을 규제하는 세계 첫 규제 법안인 ‘AI 법’에 합의했다.

박 의장은 “AI 법은 인류 최초의 AI 관련 법이 될 것이다. 우리가 주목할 것은 EU가 이 법을 어떻게 추진해왔냐는 것이다. 무려 5년간의 공론화 과정을 거쳤다”며 “EU가 AI 법을 만들면 전세계가 따라갈 것이다. EU와 보조를 맞추는 게 좋다. 전 세계가 동일한 규정을 갖고 있어야 AI가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갈라파고스 규제가 생기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왼쪽부터 안소영 LG AI연구원 정책수석, 이종민 SK텔레콤 부사장, 구본권 한겨레 사람과디지털연구소 소장, 정태호 민주연구원장, 박태웅 한빛미디어 이사회 의장, 정지은 코딧 대표, 김영규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정책실장 / 사진 = 김용수 기자
왼쪽부터 안소영 LG AI연구원 정책수석, 이종민 SK텔레콤 미래연구·개발(R&D)담당 부사장, 구본권 한겨레 사람과디지털연구소 소장, 정태호 민주연구원장, 박태웅 한빛미디어 이사회 의장, 정지은 코딧 대표, 김영규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정책실장 / 사진 = 김용수 기자

산업계에선 AI 기술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의 필요성엔 공감하면서도 국내 AI 관련 규제 논의 시 과도하게 세밀한 방식보단 유연한 방식을 적용해달라고 요청했다.

◇ “AI 수요 많은데 비해 데이터 부족”

이종민 SK텔레콤 미래연구·개발(R&D)담당 부사장은 “AI가 일상화, 보편화되면 대기업뿐만 아니라 스타트업, 나아가 국민 개개인이 AI 산업 진흥 정책의 수혜자인 동시에 규제, 규범의 수범자가 될 수 있어 AI 규범 및 가이드라인 정립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AI 기술 개발 및 활용 전단계에서 안전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은 산업의 경쟁력과도 직결되는 사항으로, SK텔레콤도 그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AI 기술과 시장환경이 지속적으로 변모하는 점을 고려해 지나치게 세밀한 규제보단 유연한 방식으로 규제의 큰 틀을 정립하고, 글로벌 규제 흐름에 슬기롭게 대처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또한 초고속인터넷 환경이 인터넷 강국으로의 도약을 이끈 것처럼, 우리나라가 AI 강국이 되기 위해선 국산 AI 반도체 성장을 지원함으로써 AI를 학습·추론하는 컴퓨팅 환경에 적은 비용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AI 및 AI 반도체 분야 정부 R&D 성과가 사업화로 이어지도록 공공분야 국산 AI 반도체 활용 권고 및 정부사업 참여 시 가점 부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글로벌 AI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데이터 수집·관리, 데이터 보안, 차세대 AI 선도 핵심기술 등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단 주장도 나왔다.

안소영 LG AI연구원 정책수석은 “현재의 AI를 산업에서 활용하기에 충분한지는 의문이 있다. 현장의 AI 수요는 많지만, 활용 가능한 데이터가 부족하다”며 “우리나라가 잘한다고 할 수 있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반도체, 의료 등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는 보안 이슈로 해외 클라우드에도 저장되지 못한다. 폐쇄적인 데이터 망에서만 데이터가 다뤄질 수 있다. 업종 특성상 디지털 데이터를 축적하는 것 자체가 경험이 부족한 점도 데이터 부족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단순 수집뿐만 아니라 데이터를 학습해, 실제 사용하면서 나오는 데이터를 다시 활용할 수 있는 피드백 루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또 사회 주체들이 자신의 데이터를 믿고 공유할 수 있는 수준의 강력한 데이터 보안 역량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