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운용, 월배당 ETF 라인업 강화···삼성자산운용, 국내판 TSLY 출시
KB·신한자산운용도 커버드콜 기반 월배당 미국 장기채 ETF 출시 경쟁
건물주 월세 수입 대리만족 효과···고배당 위한 커버드콜은 ‘양날의 칼’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매달 분배금을 투자자들에게 지급하는 월배당 ETF를 다양하게 출시하면서 치열한 투자자 유치 경쟁을 펼치고 있다.

특히 최근 자산운용사들이 출시하는 월배당 ETF는 대부분 콜옵션을 매도하는 커버드콜 전략으로 분배율을 최대한 끌어올린 상품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높은 분배율을 제시하는 커버드콜 기반 월배당 ETF가 인기를 끄는 배경에는 투자자들이 매달 분배금을 따박따박 받을 수 있기에 누구나 꿈꾸는 ‘건물주’로서의 삶을 대리만족할 수 있다는 면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커버드콜 기반 ETF는 수익률이 저하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매달 따박따박 들어오는 분배금은 달콤하지만 결국 수익률을 낮추는 양날의 칼인 셈이다.

◇ 커버드콜 기반 월배당 ETF 강화하는 자산운용사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상장한 삼성자산운용의 KODEX 테슬라인컴프리미엄채권혼합 액티브 ETF는 0.45%(45원) 하락한 9975원에 장을 마쳤다.

이 ETF는 미국 일드맥스가 2022년 11월 미국 증시에 상장한 TSLY(Yieldmax TSLA Option Income ETF)의 국내 버전이자 국내 최초로 출시된 개별종목 커버드콜 ETF다.

TSLY는 미국 테슬라 주식 및 테슬라 주식에 대한 콜옵션 매도를 통한 추가이익(프리미엄)을 원동력으로 연간 분배율이 67%에 달했고 이를 통해 미국 현지는 물론 국내 개인투자자들에게도 많은 주목을 받았던 ETF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테슬라인컴프리미엄채권혼합 액티브는 연간 15% 이상의 분배율을 목표로 테슬라 주식과 커버드콜에 30%를 투자하고 70%를 국내 채권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TSLY대비 분배율을 다소 낮추는 대신 안정성을 높인 셈이다.

삼성자산운용의 라이벌인 미래에셋자산운용 역시 최근 월배당 ETF 라인업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해 12월 12일 월배당 ETF인 TIGER 배당프리미엄액티브 ETF를 출시했고 이달 16일에는 또다른 월배당 ETF인 TIGER 미국테크TOP10+10%프리미엄 ETF도 상장시켰다.

TIGER 배당프리미엄액티브 ETF는 배당성장성을 갖춘 국내 우량기업에 투자하는 커버드콜 ETF로 월평균 목표 분배율은 0.6% 수준이다.

TIGER 미국테크TOP10+10%프리미엄 ETF는 미국 나스닥100 지수 내 상위 10개 빅테크에 투자하고 나스닥100지수 콜옵션을 매도해 연 10% 수준의 추가이익을 낼 수 있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특히 이 ETF는 국내 최초로 분배금 지급 기준일을 매월 중순(15일)로 결정한 ETF라는 점에서 차별화한다. 월말 기준으로 분배금을 지급하는 기존 월배당 ETF를 함께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면 2주마다 분배금을 받는 서양식 주급 체계를 만들 수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해 10월 상장한 TIGER 은행고배당플러스TOP10 ETF도 기존 분기배당에서 이달말부터 월배당 ETF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신한자산운용과 KB자산운용 역시 지난달 미국 30년 장기채에 기반한 월배당 커버드콜 채권형 ETF인 SOL 미국30년국채커버드콜(합성)과 KBSTAR 미국채30년커버드콜(합성)을 각각 출시했다. 두 ETF 모두 미국 증시 상장 ETF이자 티커명 ‘TLTW’로 널리 알려진 iShares Treasury 20+ Year Treasury Bond Buywrite Strategy ETF와 유사한 ETF다. TLTW 역시 국내에 고배당을 자랑하는 월배당 ETF로 유명하다.

◇ 건물주 대리만족?···커버드콜 고배당은 ‘악마의 유혹’

국내에서 월배당 ETF 열풍을 불러일으킨 시발점은 JP모건이 지난 2020년 5월 미국 증시에 상장한 JPMorgan Equity Premium Income ETF(티커명 JEPI)다. JEPI는 미국 현지에서도 폭발적인 인기몰이에 성공했고 국내에서도 서학개미들이 대거 매수하면서 2022년 당시 국내 서학개미들이 순매수한 5위 ETF에 오르기도 했다.

이 같은 월배당 인기를 감지한 신한자산운용이 2022년 6월 국내 최초 월배당 ETF인 ‘SOL 미국S&P500’을 상장했고 그해 11월 15일 미국 인기 ETF인 SCHD(Schwab U.S Dividend Equity)의 국내 버전인 ‘SOL 미국배당다우존스’를 월배당 ETF로 내놓았다.

이후 국내에는 월배당 ETF 출시 열풍이 본격화됐다. 원조 미국 ETF인 SCHD는 분기배당 ETF인데 신한자산운용의 SOL 미국배당다우존스는 월배당이라 상품성에서 더 낫다는 평가를 받았다.

SOL 미국배당다우존스 인기가 높아지자 지난해 6월 미래에셋자산운용은 SCHD와 같은 지수를 추종하는 월배당 ETF인 ‘TIGER 미국배당다우존스’를 내놓았고 동시에 커버드콜을 결합한 ETF인 ‘TIGER 미국배당+3%프리미엄다우존스’와 ‘TIGER 미국배당+7%프리미엄다우존스’도 출시했다.

TIGER 미국배당다우존스는 상장 당시 순자산총액에 해당하는 신탁원본액이 2830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TIGER 미국배당+3%프리미엄다우존스와 TIGER 미국배당+7%프리미엄다우존스의 경우 100억원에 불과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으로서는 SCHD에 커버드콜을 결합한 ETF는 일종의 틈새 상품이자 실험이었던 셈이다.

커버드콜 ETF는 고배당이 가능하지만 상승장을 미처 못따라가기에 장기적으로는 수익률이 낮아진다. TIGER 미국배당+7%프리미엄다우존스는 연간 분배율이 무려 10%에 달하는 ETF지만 TIGER 미국배당다우존스대비 원금 성장률이 뒤처진다.

하지만 출시 후 고배당에 이끌린 투자자들이 몰려들면서 TIGER 미국배당+7%프리미엄다우존스의 순자산총액은 전날 기준 무려 2840억원으로 불어났다. 원조 SCHD ETF에 해당하는 TIGER 미국배당다우존스의 순자산총액은 전날 기준 3892억원에 그친다.투자자들이 TIGER 미국배당다우존스보다 TIGER 미국배당+7%프리미엄다우존스에 훨씬 뜨거운 반응을 보인 것이다.

원칙적으로 커버드콜 기반 고배당 ETF는 노령층이 IRP 등 연금계좌에서 매달 생활비를 꺼내 쓰는 목적에 최적화된 ETF다. 잔여 수명이 많지 않은 노령층으로서는 원금을 키우는 것보다 당장의 생활비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KODEX 테슬라인컴프리미엄채권혼합 액티브 ETF가 원조 ETF인 TSLY와 달리 자산 70%를 국내 채권으로 운용하는 이유도 IRP계좌에서 100% 편입이 가능하기 위한 목적이다.

원칙적으로 고배당 ETF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성장성이 높은 시장지수 ETF를 보유하는 것이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머릿 속 이론과 달리 실제로 건물주처럼 매달 ’따박따박‘ 받는 분배금의 유혹을 외면하기 쉽지 않았던 셈이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