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상한제 주택 실거주 의무 폐지···野 반발에 1년 째 국회 논의 ‘지지부진’
최초 입주시 의무 완화 대안 중심 논의···시행령 통한 추진 가능 여부 ‘관심’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분양가 상한제 주택 실거주 의무를 완전 폐지하겠단 정부 계획이 21대 국회 회기 내 실현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회 내에선 실거주 의무는 유지하되 시기를 유연화하는 타협안을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지만, 이 또한 야당을 중심으로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사실상 총선 이후 한달여 기간이 마지막 골든타임이란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최초 입주시 실거주 의무 해제 범위를 정부 시행령으로 유연하게 정할 수 있다면 법률 개정 없이도 실거주 완화 효과를 볼 수 있단 분석도 제기돼 정부 판단이 주목된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 일반분양에 당첨되면 최초 입주일로부터 최대 5년간 실거주해야 한다. 실거주 의무 제도는 문재인 정부 집값 급등기였던 지난 2021년 2월부터 주택 청약시장 과열을 막기 위해 시행됐으나, 현 정부 출범 이후 고금리 여파로 부동산 거래가 급감하며 시장 경착륙 우려가 고조되자 지난해 1월 실거주 의무를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실거주 의무 해제는 법률 개정사항으로 정부 발표 다음달 여당에서 주택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1년이 지난 현재까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시장 혼란이 심화하는 모양새다. 자금 여력이 부족하지만 정부 발표를 믿고 전세를 들여 잔금을 치르려던 입주예정자들은 불안감을 호소하고, 분양권을 소유한 집주인들이 매매 후 해당 주택에 세를 들어가 살아도 실거주 의무를 충족할 수 있단 식의 허위 주장도 나온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잔금 여력에 어려움을 겪는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법을 어길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며 실거주 의무 폐지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하고 나섰다.

/ 표=정승아 디자이너
/ 표=정승아 디자이너

현재 분양가 상한제 주택의 실거주 의무 관련 법안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토법안 소위에 계류돼 있다. 그간 국토위 내에선 크게 ‘완전 폐지’, ‘부분 개정’, ‘유지’ 등 세 가지 방향으로 논의 중이나, 야당 내 의견이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아 접점을 보지 못하고 있다.

지금은 실거주 의무 자체는 유지하되 해당 주택의 양도 전까지 충족하는 안, 기존 법률을 유지하되 정부 시행령에 예외조항을 추가하는 안 등을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다.

국토위 관계자는 “최근 법안 소위에서 실거주 의무를 입주 때부터 안 하고 양도 전 할 수 있도록 하는 변경 요건을 법률 개정이 아닌 대통령령으로 정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며 “정부 측에선 여기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지만, 최초 입주시 실거주 의무 해제 범위를 광범위하게 정할 수 있다면, 대안에서 거론되는 법률 개정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 야당에서도 이 부분에 대한 공감 의견도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소위 내 일부 야당 위원들을 중심으로 실거주 의무를 존속해야 한단 의견도 제기된다. 형평성 논란에 더해 실거주 의무를 폐지했을 때 예상 효과 관련 자료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단 비판에 대해선 정부 측도 제대로 된 해법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실거주 의무 폐지 필요성의 근거로 제시되는 자금 조달이 어려운 세대가 어느정도인지 조차 제대로된 조사가 없단 비판이다. 

소위 내 다양한 의견을 절충해 합의안을 마련하기엔 시일이 촉박하단 분석이 제기된다. 여야는 오는 25일과 다음달 1일 본회의를 열고 민생법안을 처리하기로 했지만, 이 기간 중 실거주 의무 폐지 법안을 처리하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실거주 의무 폐지 법안을 발의한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실 관계자는 “법안 관련한 소위를 언제 열지 정해지지 않았다. 합의를 하려 해도 야당쪽에서 입장이 명확하게 정해지지 않아 논의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말했다.

국회 주변에선 사실상 총선 이후 21대 국회 종료 전 시기가 실거주 의무 폐지법안을 처리할 마지막 기회로 보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총선이 끝나고 22대 국회로 넘어가기 전 시기엔 밀린 법안들이 다수 처리된다. 이때는 여야 모두 선거 부담이 없는 상황에서 논의하기에 쟁점이 첨예한 법안도 처리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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