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순이익 약 50% 감소했지만 IPO 안건 결의···실적보다 시장 열기에 주목
케이뱅크 외 현대오일뱅크·컬리·현대엔지니어링·서울보증보험·오아시스도 IPO 재수생
HD현대마린솔루션·LG CNS·올리브영·SSG닷컴·비바리퍼블리카 등도 상장 전망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이사회를 열고 기업공개(IPO) 추진 안건을 결의했다. 지난 2022년 9월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했음에도 IPO를 포기한 지 1년 반만의 재도전이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실적이 전년 대비 반토막 났다. 이러한 실적 악화에도 올해 상장을 다시 추진하기로 한 배경에는 막대한 공모물량이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소화되기 위해서는 실적보다 올해 같은 공모주 시장의 열기가 뒷받침해야 가능하다는 판단이 깔려있다고 볼 수 있다.

케이뱅크가 IPO 재도전에 나서면서 앞서 상장에 도전했다가 철회하거나 미뤘던 다른 IPO대어들도 올해 증시 입성을 다시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 ‘실적 반토막’ 케이뱅크, 공모주 열풍 믿고 IPO 재도전

19일 케이뱅크에 따르면 전날 회사는 이사회를 열고 IPO 추진 안건을 의결했다.

앞서 케이뱅크는 지난 2022년 6월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했고 그해 9월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했다. 하지만 이후 상장예비심사 승인 유효기간인 6개월 이내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서 사실상 상장을 철회했다. 케이뱅크는 한국거래소로부터 상장예비심사를 처음부터 다시 받아야 한다.

케이뱅크는 재무적투자자(FI)들과 2026년 7월까지 상장을 약속했다. 케이뱅크는 2021년 7월 1조2500억원의 유상증자에 나설 당시 5250억원은 유상증자로 조달했지만 나머지 7250억원은 제3자 배정 방식으로 조달했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는 MBK파트너스와 베인캐피탈, MG새마을금고, 신한대체투자운용(현 신한자산운용), JS프라이빗에쿼티 등이 참여했고 케이뱅크는 이들에게 2026년 7월까지 케이뱅크의 상장을 약속했다.

케이뱅크는 상장 불이행시 2026년 7월부터 10월까지 약 3개월간 행사할 수 있는 동반매각청구권(드래그얼롱)도 제공했다. 2026년 7월까지 상장이 되지 않아 동반매각청구권이 행사될 경우 케이뱅크의 최대주주인 BC카드는 매도청구권을 행사하거나 합의한 조건에 달하는 수익률을 보장해야 지분매각을 피할 수 있다.

상장 약속 기한까지 아직 2년 6개월 넘게 남아 있음에도 케이뱅크가 올해 IPO를 다시 추진하게 된 배경은 최근 뜨거운 공모주 시장의 열기에 힘입어 상장을 수월하게 이루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충당금 부담에 실적이 역성장했다. 케이뱅크의 지난해 3분기 당기순이익은 132억원으로 전년 동기 256억원 대비 48.4% 감소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으로도 당기순이익 382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동기 714억원 대비 46.4% 급감했다. 같은 기간 카카오뱅크나 토스뱅크는 실적이 늘어났기에 케이뱅크는 인터넷전문은행 중에 유일하게 실적이 역성장한 은행이 됐다.

실적 역성장 부담에도 상장을 추진한다는 것은 결국 실적보다 공모주 시장의 분위기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셈이다.

실제로 지난 2022년 당시 케이뱅크의 상장철회는 외부 환경의 영향이 결정적이었다. 당시 2022년 초부터 시작된 국내외 금리 인상으로 증시는 얼어붙었고 IPO시장 역시 급속도로 위축됐다. 2022년 5월 SK쉴더스와 원스토어의 상장철회를 시작으로 IPO대어들이 줄줄이 상장을 철회하거나 미뤘다.

특히 케이뱅크는 상장을 위한 기업가치 측정 과정에서 비교기업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를 제외할 수 없는데 카카오뱅크 주가가 당시 급락하면서 케이뱅크가 원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웠다.

2021년 8월 6일 상장한 카카오뱅크는 상장 직후 주가가 한때 9만4400원에 거래되기도 했으나 이후 하락세가 지속됐고 케이뱅크가 상장을 추진할 2022년 10월 당시에는 1만원대 중반까지 폭락한 상태였다.

케이뱅크는 상장주관사 선정도 원점에서 다시 할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상장을 추진 당시에는 대표주관사로 NH투자증권과 JP모건,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을 선정했고 삼성증권이 공동주관사로 합류했다.

2024년 이후 IPO추진 대어/제공=유진투자증권

◇ 상장 기회 노리던 IPO대어들 신호탄?

2022년 금리인상 본격화 이후 IPO대어들의 상장은 쉽지 않았고 공모주 시장은 중소형 IPO 위주로 2년 가까이 유지됐다.

실제로 지난해 상장기업수는 147개로 역대 5번째로 많은 기업이 증시에 입성한 해였다. 최근 6년 기준으로도 가장 많은 숫자다.

하지만 공모금액이나 상장기업 시가총액으로 보면 다르다. 지난해 공모금액은 4조1000억원, 상장기업 시가총액은 19조5000억원 수준으로 역대 10번째에 해당한다. 지난해 공모금액이나 상장기업 시가총액모두 1999년 이후 2022년까지 연간 평균금액을 밑돈다. 대부분 1000억원 미만의 중소형 IPO였고 대어급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해 케이뱅크의 IPO 재도전을 신호탄으로 그동안 IPO에 나섰다가 시장의 찬바람을 맞고 철회하거나 상장 일정을 연기했던 다른 IPO 대어들도 속속 IPO 재도전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케이뱅크 외에 IPO 재도전이 예상되는 재수생들은 현대오일뱅크, 컬리, 골프존카운티, 현대엔지니어링, 서울보증보험, 오아시스, 엔카닷컴 등이다.

여기에 상장예비심사가 진행 중인 HD현대마린솔루션을 비롯해 적절한 상장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LG CNS, 올리브영, SSG닷컴,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등의 IPO도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종경 흥국증권 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한 2022년 1월 이후로 2년 가까이 대어급이라고 부를 수 있는 공모가 없는 상황”이라며 “IPO시장의 높아진 관심으로 그간 상장을 미뤄두었던 대어급 기업들의 신규상장이 올해부터 되살아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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