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환경 변화에 대형마트 규제 완화 필요성···국회 법안 논의는 ‘지지부진’
경제적 효과 분석 미흡·제도 전체 무력화 우려···총선 앞둔 여야 기류 ‘복잡’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유통환경 변화로 영업시간 외 온라인 배송을 금지한 대형마트 규제 해소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쿠팡 등 온라인 플랫폼 새벽배송이 일반화하면서 현실에 맞지 않는 제도로 전락했단 지적이 나오지만, 국회 내 관련법 개정 논의는 꽉 막혀있다.

정부는 대형마트 규제 완화가 적절하단 입장이지만, 야당을 중심으로 자칫 전통시장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고 영향 분석 또한 미흡하단 지적이 제기된다. 상임위 내 의견차가 평행선을 달리면서 공은 여야 지도부에 넘어간 상황이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은 대형마트 월 2회 의무휴업과 영업시간 외 온라인 배송 금지를 명문화하고 있다. 이 법은 지난 2012년 전통시장 살리기를 위해 도입됐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취지와 달리 전통시장, 소상공인 보호 효과는 적고 일부 온라인 쇼핑업체들만 덕을 봤단 지적이 나온다. 대형마트 산업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단 비판도 제기된다.

통계청 조사 결과를 보면 온라인 시장 매출은 2013년 38조4900억원에서 2022년 209조 8700억원으로 5배 이상 성장했으나 같은기간 대형마트 매출은 39조1000억원에서 34조7700억원으로 오히려 줄었다. 

이에 제도적 실익이 적고 국민 불편만 야기하는 대형마트 규제를 손질해야 한단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11월 대한상공회의소가 소비자 1000명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결과 응답자 67%가 대형마트 영업제한시간에 대형마트 점포를 통해 상품을 배송하는데 찬성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 표=정승아 디자이너
/ 표=정승아 디자이너

정부도 대형마트 의무휴업 제도를 규제개혁 우선순위에 두는 등 규제 완화가 필요하단 입장이다. 지난해 대형마트와 중소유통업계가 참여하는 상생협의체도 가동, 영업시간 외 대형마트 온라인 배송에 접점을 이뤘다.

하지만 국회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지난 2020년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 2021년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대형마트 영업시간 외 온라인 배송을 허용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지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회 법안소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정부 여당은 지난달 6월 상생협의체에서 기금 조성에 합의했고 이해당사자들과도 사전 협의한 내용인 점을 감안할 때 법안 통과가 필요하단 입장이다. 하지만, 야당은 법안의 역효과를 제대로 살펴봐야 한다고 반박한다.

전통시장 피해와 대형마트의 이익 등 대형마트 온라인 새벽배송을 허용했을 때 예상되는 경제적 효과에 대해 정부가 제대로 분석하지 못하고 있고, 규제 완화로 인한 혜택이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세 곳에 불과한데 이를 소비자 전체 혜택으로 해석하기엔 무리가 있는게 아니냔 지적이 제기된다.

산자중기위 관계자는 “대형마트에 온라인 새벽배송을 허용해 준다고 했을 때 나중에 쿠팡, 마켓컬리 등이 자기네들에게 대형마트를 못하게 하는 건 역차별이라고 주장할 땐 뭐라고 할 것인가”라며 “상생기금 또한 내용이 모호한 상황에서 규제부터 풀라고 하는데 자칫 대형마트 의무휴업제 자체가 무력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형마트 규제 완화를 놓고 표면상으로는 정부와 여당은 찬성, 야당은 반대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여야 내에서도 기류가 복잡하다. 민주당 내에선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정부여당도 겉으론 규제 완화를 내세우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총선을 앞두고 민심에 민감한 사안을 굳이 자극하지 않으려는 분위기다.

고 의원실 관계자는 “이 법안은 여야간 뿐만 아니라 민주당 내에서도 여러 의견이 엇갈리는 사안이다. 여당 쪽에서도 규제를 풀어야 한단 쪽과 아닌 쪽이 혼재돼 있다”며 “지금 선거를 코앞에 두고 의원들이 전국에 흩어져 있어 언제 다시 법안 논의를 할지 정확히 정해지진 않았다. 다만, 국회는 언제든 열려있고 추진될 수 있기에 현 상황에서 21대 국회 내 처리가 불가능하다고 단정짓긴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 법안 처리 여부는 사실상 양당 원내 지도부에 넘어갔다. 산자중기위 관계자는 “이 법안은 소위 내 의견이 첨예해 원내 지도부의 정치적 타결, 정무적 협상을 의뢰하기로 했다. 소위에선 논의하지 않고 계속 심사사항으로 두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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