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복인 사장, 4연임 나서지 않기로
내부 후보로는 방경만 수석부사장 거론

백복인 KT&G 대표가 4연임에 나서지 않기로 했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백복인 KT&G 대표가 4연임에 나서지 않기로 했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올해로 9년째 KT&G를 이끈 백복인 사장이 4연임에 나서지 않기로 했다. KT&G는 내외부를 막론하고 새 리더 찾기에 한창인 가운데 새로운 리더는 KT&G의 실적 개선이라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11일 KT&G에 따르면 백복인 사장은 이사회에 연임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그간 백 사장은 NGP(전자담배)·글로벌CC(글로벌궐련)·건강기능식품의 3대 핵심사업을 집중 육성해 글로벌 톱 티어(Top-tier)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후 글로벌 리딩 담배기업인 PMI와 15년 장기계약을 체결해 NGP 사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며 6조원에 육박하는 역대 최대 연간 매출액을 써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백 사장은 “KT&G의 글로벌 톱 티어 도약과 변화를 위해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할 때”라면서 “미래비전 달성과 글로벌 리딩기업으로 한 차원 더 높은 성장을 이끌 역량 있는 분이 차기 사장으로 선임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앞서 KT&G는 이사회를 열고 이사회 규정의 ‘연임 우선심사’ 조항을 삭제했다. KT&G는 이전까지 현직 CEO가 연임 의사를 밝히면 다른 후보자보다 우선적으로 자격 심사를 받은 바 있다. 자격심사에서 적격 판정을 받으면 단독 후보로 주총에 참여할 수 있어, 현직 CEO가 경쟁자 없이 일명 ‘셀프 연임’하는 구조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시선은 KT&G의 새 대표에게 시선이 쏠린다. KT&G는 20년 만에 외부 인사를 사장 후보에 넣는 개방형 공모제를 택했다. 아직 외부 인물에 대해서는 윤곽이 드러나지 않은 상황이지만, 내부에서는 고위 경영자 육성 프로그램 대상자를 중심으로 후보군을 추릴 것으로 예상된다. 사장 후보 지원자격은 담배 또는 소비자 산업에서 종사한 경험을 갖고 있거나, 기업의 대표이사 또는 대표이사에 준하는 사업부의 손익관리에 종사한 사람이다.

현재로서 KT&G의 주요 사내 후보자로는 방경만 수석부사장(총괄부문장·경영위원회 위원), 도학영 부사장(영업본부장), 이상학 부사장(지속경영본부장), 오치범 부사장(제조본부장), 박광일 부사장(부동산사업본부장) 등이 거론된다. 이 중 유력한 후보는 방경만 수석부사장으로 알려져 있다.

방 수석부사장은 1998년 KT&G 전신인 한국담배인삼공사에 입사해 영업본부 마케팅국 브랜드 매니저, 글로벌 본부 해외 사업실, 비서실장, 마케팅본부 브랜드 실장을 거친 인물이다. 2020년부터는 전략기획본부장에 부임하며 실질적인 CFO로서 역할을 해왔다. 이후 2021년 사업 부문장 겸 전략기획본부장, 2022년 3월부터는 총괄 부문장, 전략기획본부장, 같은해 9월부터는 총괄 부문장(수석 부사장)만 담당하고 있다.

KT&G 실적 추이. / 자료=KT&G, 표=김은실 디자이너
KT&G 실적 추이. / 자료=KT&G, 표=김은실 디자이너

KT&G 새 대표에게는 과제가 남겨져 있다. 백 사장이 재직하면서 KT&G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구체적으로 KT&G는 2016년 매출 4조5033억원에서 지난 2020년 5조553억원을 내며 5조원대 매출을 이어갔다. 2022년에는 5조8514억원의 매출을 내며 6조원의 육박하는 성과를 냈다. 당시 KT&G는 2023년 매출 6조원을 목표로 제시했지만, 증권가에서는 KT&G가 지난해 5조8643억원의 매출을 낸 것으로 점쳐진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0.2% 성장한 규모로, KT&G로서는 아쉬운 성적을 냈다는 평가다.

같은 기간 KT&G의 영업이익이 하락세를 띄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KT&G 영업이익은 2020년 1조4732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상승 곡선을 그렸지만, 이후 줄곧 영업이익이 줄고 있다. 지난해 KT&G는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7.9% 하락한 1조1677억원을 달성한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실적뿐 아니라 KT&G는 주가도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2015년 KT&G는 10만9000원대 주가 흐름을 보였고, 2016년 7월1일 최고가 13만7000원을 찍었으나 다시 하락세다. KT&G는 2020년 3월27일 6만3000원으로 최저점을 찍은 이후 최근에는 8만에서 9만원대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

그간 KT&G는 49%의 시장점유율로 한국필립모리스를 9%포인트나 앞서며 독보적인 전자담배 시장 1위를 기록해왔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한국필립모리스가 시장 파이를 키우며 KT&G와의 격차를 줄였다. KT&G의 지난해 3분기 기준 전자담배 시장점유율은 45.9%로 소폭 줄었다. 여기에 외국계 담배기업 빅3 중 하나인 JTI코리아가 국내 전자담배 시장 진출을 고려하고 있어, 점유율 싸움은 지금보다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백종수 지배구조위원장은 “KT&G를 한 차원 더 높은 글로벌 리딩기업으로 도약시키기 위해 새로운 리더십 필요성을 강조하며 용퇴한 백 사장의 결단을 존중한다”며 “모든 주주의 이익과 회사의 미래가치를 극대화한다는 원칙하에 사장 후보 선정을 위한 심사를 충실히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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