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양당에 실망한 중도층 표 향방이 변수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 사진=연합뉴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4월 총선이 이제 100일도 남지 않았지만 선거 판세를 쉽게 이야기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특히, 이번 총선은 제 3지대의 등장으로 선거용지에서 어떤 당들을 볼 수 있을지 조차 가늠하기 힘듭니다.

기존 거대 양당에서 나온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신당 창당에 속도를 내고 있는데, 그간 제 3지대의 출현과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들이 제3지대 신당으로서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으려면 어떤 모습을 보여야 할까요. 또 이와 관련 주요 변수는 무엇일까요. 이번 주는 총선을 3달여 남긴 시점 제 3지대 정당과 관련한 궁금증들을 정리해 봤습니다.

Q1. 이낙연 전 대표와 이준석 전 대표의 창당 행보가 이슈가 되는 까닭은

그동안 새로운 당을 만들겠다는 움직임들은 많았지만, 이번처럼 거대 양당의 전 대표를 지냈던 사람들이 동시에 신당 창당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이번이 사실상 정치 역사상 처음입니다. 안 그래도 선거가 아직 까진 혼전 구도인 상황이라 당대표를 지낸 두 인사의 독자행보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고 합니다. 

Q2. 제 3지대 신당으로서 성공사례가 있나

대한민국 선거 구도는 사실상 양당 구도로 흘러왔습니다. 선거제도 자체도 양당 체제에 유리하고, 또 유권자들도 이기는 쪽에 투표하고 싶은 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인데요. 그나마 선거에서 성공했다고 평가를 받는 신당 사례들도 있습니다. 고(故)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이 만들었던 통일국민당, 고(故) 김종필 총리의 자민련, 안철수 의원이 창당을 주도한 국민의당 정도가 꼽힙니다. 이들 정당은 선거에서 의미 있는 의석 수를 확보하거나 영향을 행사해 양당 체제 속 변수로 부각됐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습니다.

즉, 일반적으로는 신당은 성공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만,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신당이 성공하려면 유력한 대선후보가 있거나, 지역을 기반으로 하거나, 팬덤이 있는 정치인이 있어야 한다”고 평가했습니다.

Q3. 이낙연·이준석 신당이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으려면 어느 정도 결과를 만들어야 할까

일단 총선인만큼 의석수가 중요합니다. 정치권에선 원내교섭단체를 만들 수 있는 정도여야 신당이 총선에서 성공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교섭단체는 국회에서의 주요 안건 등을 협의하기 위해 참여할 수 있는 의원단체를 말합니다. 교섭단체를 꾸릴 수 있는 정당이라는 것은 그만큼 영향력과 존재감이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국회에서 양당에게 ‘패싱’ 당하지 않고 또 ‘캐스팅보터’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으니까요. 이준석 전 대표가 신당의 총선 목표를 원내교섭단체가 되는 것으로 삼은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 가능합니다. 교섭단체를 꾸릴 수 있는 최소 인원은 20명이니 이번 총선에서 20석 이상을 확보하면 신당은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기에 무리가 없어 보입니다.

다만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역구에선 1, 2석만 얻더라도 비례대표에서 15~20% 이상 지지율을 확보해 10석 이상 의석을 확보하면 경쟁력은 있다고 본다”고 전했습니다. 이와 별개로 수도권에서 의석수를 확보하거나, 양당이 자신감을 내세우던 지역에서 선전하면 나름대로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란 분석도 있습니다.

Q4. 이낙연·이준석 신당 성공은 중도층에 달렸다?

현재 정치 지형을 보면 양당이 과거처럼 확장성을 보이기 보다는 극단의 지지층을 안고가는 팬덤 정치 추구 양상을 보인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결국 승부는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은 중도층을 얼마나 투표장으로 끌고 오느냐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는데, 오히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중도층 표를 얻기가 어렵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신율 교수는 “정치적 양극화가 심한 상황인데, 이런 경우 정치에 큰 관심이 없는 중도층들은 양당 중 한 곳에 투표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현 상황을 비춰볼 때 신당이 중도층을 흡수하기에 나쁘지 않은 상황이란 분석도 있습니다. 이현우 교수는 “양당에 대한 중도층들의 저항감이 커 신당을 만들기엔 좋은 환경”이라며 “상식과 공정의 틀에서 움직이면서 정체성을 명확히 가져간다면 경쟁력을 가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중도층은 상식적으로 이성적인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 때문에 이낙연 이준석 신당 모두 원칙과 상식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이준석 전 대표는 국민연금 개혁, 의대정원 확대 등과 관련 중도층들이 갖고 있던 상식적 의문점들을 지적하며 윤석열 정부와의 차별점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극단적 혐오 언행하는 분들은 당에 자리 없다”며 양 극단정치에 질린 상식적 국민들을 의식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처럼 이준석 신당과 국민의힘은 연초부터 중도층 표심을 놓고 묘한 경쟁구도를 보이는 상황인데, 실제로 국민의힘과 묶이는 윤석열 정부가 어떤 정책 행보를 보이는지 여부가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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